국산 1호 CAR-T 치료제, 상업화 급물살…‘K-바이오 육성’ 시금석 [건강한겨레]
T세포에 ‘암 찾는 길잡이’ 붙이는 기법
국내 임상에서 ‘높은 완전 관해율’ 보여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 등 남아
“국산 신약 개발 선순환 선례 될 것”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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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산 카티(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티세포) 치료제가 지난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심의를 통과하며 보건당국의 인허가와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 등재 절차를 빠르게 마무리 짓고 있다. 국산 1호 카티 치료제이자 제42호 국산 신약인 ‘림카토(성분명 안발캅타젠오토류셀)’가 그 주인공이다. 카티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분리해 수집한 뒤 실험실에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표면 항원을 인식하는 특수 레이더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를 장착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연내 급여 등재를 목표하는 림카토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신약 허가를 받고 이후 7월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 이어 이번 약평위까지 연속으로 통과했다.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의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림카토 허가 이전까지 국내에는 노바티스의 ‘킴리아’, 얀센의 ‘카빅티’, 길리어드의 ‘예스카티’ 등 국외 제약사가 개발한 카티 치료제만 공급되고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카티 치료제는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인 킴리아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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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맞춤형 면역세포 항암제인 카티 치료제는 림프종,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등의 혈액암 분야에서 치료 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환자가 기존 항암 치료를 받은 후에도 낫지 않거나 재발했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 번의 투약만으로 기존 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30~40%가 완치를 경험한다. 그 원리는 환자 몸에 있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채취해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암세포를 잘 인식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결합해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함으로써,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암을 찾는 길잡이’를 붙여주는 셈이다.
림카토는 미만성 거대 비(B)세포 림프종 및 원발성 종격동 B세포 림프종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에도 재발하거나 치료 반응이 낮았을 때 3차 치료제로 투여한다. 국내 9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2상 연구에서 치료 반응률(ORR)과 완전관해율(CR)이 각각 75.3%와 67.1%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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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 참여한 환자의 절반가량이 고령 환자인데다 70%는 예후가 불량한 고위험군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뛰어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국외 개발 제품들과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지만 수치상으론 앞서 있다. 간접 비교 연구에서도 전체 생존 기간(OS)을 기준으로 기존 치료제보다 사망 위험을 53%(HR·위험비=0.47) 낮췄다.
국산 치료제라는 경쟁력도 크다. 치료제 제조 공정을 위해 환자의 혈액을 국외로 보내지 않고 대전에 있는 공장에서 진행하기에 제조 기간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환자의 접근성은 개선하고 비용 절감으로 의료재정 부담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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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 분야 권위자인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학과 교수는 “실제 초기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환자 중 벌써 4년 이상 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하며 건강하게 외래 진료를 받는 환자도 있어, 진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급여 적용 문의가 계속 들어올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며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이 체감하는 치료 효과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림카토는 단순히 외산 약을 복제한 정도가 아니라 면역회피 물질의 발현을 억제하도록 치료 효과를 개량한 기술”이라며 “림카토의 적응증 역시 킴리아와 동일할 뿐 아니라 이론적으로는 ‘시디(CD)19’ 항원을 표적으로 하기에 향후 B세포에서 기원한 모든 림프종에 적용 가능해 그간 약이 없어 고통받던 다양한 희귀 아형의 혈액암 환자들에게도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림카토 사례를 정부의 케이(K)-바이오 육성 정책의 실효성을 보여주는 첫 성적표로 평가한다. 앞서 식약처는 림카토에 대해 ‘신속심사 및 허가-평가-협상 연계사업’ 대상으로 지정해 기존에는 신약 허가에서 급여 등재까지 약 18개월이 소요하던 절차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다만, 업계는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가 성숙하려면 좋은 신약이 인허가 단계를 넘어 제대로 처방약 시장에 안착하는 사례까지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성패는 결국 건강보험 급여 등재 여부가 가를 수밖에 없다.
림카토 개발사인 큐로셀 쪽은 “정부의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신약 개발 생태계 육성책이 결실을 보려면 인허가 지원을 넘어 약가 산정 및 급여 등재 단계에서도 국산 첨단바이오(CGT)의 가치가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다”며 “약가가 합리적으로 보상받아야 수익이 후속 연구개발(R&D)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석진 교수 역시 “중국이나 동남아, 인도 지역의 바이오텍에선 원활한 내수 시장과 상대적으로 완화된 규제 환경을 발판 삼아 다양한 카티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엄격한 신약 심사 규정을 준수하고 높은 인건비와 척박한 투자 환경 등을 극복하며 글로벌 빅파마의 표준 치료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상업화까지 완주하는 건 대단히 고무적인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우리는 안 된다’며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에 깔린 패배주의를 극복하는 계기이자, 국산 신약 개발의 성장 선순환 구조를 여는 매우 의미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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