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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30, 2026

중국산 ‘발암 배추’에 난리난 한국…‘농약 만두’ 악몽 떠올리는 일본 [이윤정 기자의 소소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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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배추 신선도 유지하려 ‘발암물질’ 사용. 중국 인터넷 블로거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중국서 배추 신선도 유지하려 ‘발암물질’ 사용. 중국 인터넷 블로거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중국산 먹거리를 둘러싼 악몽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포름알데히드다.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캉바오현에서 수확한 배추를 포름알데히드가 포함된 용액에 담가 출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배추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게 현지 업자의 설명이다.

발단은 지난 22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허베이성 장자커우시 캉바오현에서 수확한 배추를 액체에 담근 뒤 트럭에 싣는 모습이 담겼다. 이후 현지 당국이 조사에 나서 해당 액체에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업자는 배추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처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당국은 문제의 배추가 유통됐는지 확인하는 한편 배추 등 부패하기 쉬운 채소에 대한 전국적인 표본검사와 시장조사에 들어갔다.

포름알데히드는 소독제나 생체조직 보존 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지만 식품에 첨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인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배추가 곧 김치의 주재료이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추가 국내 식탁에 직접 올라오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산 배추를 원료로 김치를 만드는 경우가 더 큰 문제다. 여기에 중국산 김치 자체도 국내에서 대량으로 소비된다. 식당과 급식, 외식업체에서 사용하는 김치까지 생각하면 중국에서 벌어진 배추 문제가 단순히 농산물 한 품목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정부는 곧바로 중국산 배추와 배추김치, 절임배추를 검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산 배추의 통관 단계에서 포름알데히드 검사를 강화했고, 국내에 유통 중인 제품에 대해서도 검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검사한 중국산 배추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되지 않았다. 24일부터 25일까지 수입 신고된 중국산 배추 8건 역시 모두 불검출이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중국의 식품안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산 먹거리를 많이 수입하는 일본에서도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 일본 후지TV 계열 FNN은 28일 중국 배추의 발암물질 문제를 전하며 “배추는 김치 뿐 아니라 교자(만두), 나베, 각종 절임 등에 주로 사용되는 식재료”라며 “식품 가공 업계까지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서 가짜 분유로 유아 머리 인형처럼 커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서 가짜 분유로 유아 머리 인형처럼 커진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의 먹거리 안전 문제는 수십 년간 되풀이됐다. 2004년 안후이성 푸양에서는 영양 성분이 턱없이 부족한 불량 분유를 먹은 영아들이 중증 영양실조에 걸리는 이른바 ‘큰 머리 인형(大头娃娃) 사건’이 발생했다. 영아들은 몸이 제대로 자라지 않는 데다 얼굴과 머리가 부어 머리가 유난히 커 보이는 증상을 보였다. 조사 결과 불량 분유로 영양실조에 걸린 영아는 229명, 이 가운데 12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4년 뒤에는 더 큰 사건이 터졌다. 2008년 멜라민이 들어간 분유가 대량 유통되면서 약 30만 명의 영유아가 피해를 입었고 6명이 사망했다. 당시 사건은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먹는 것만큼은 믿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진 사건이었다.

2020년에도 또 불량 분유를 먹고 ‘큰 머리 인형’ 현상을 보인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후난성 천저우에서는 고형음료를 특수의학용 분유인 것처럼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영유아의 영양실조와 두개골 이상 사례가 알려졌고, 중국 언론은 이를 다시 ‘큰 머리 인형’ 사건이라고 불렀다.

일본 소비자에게도 중국산 식품에 대한 악몽의 기억이 뚜렷하다. 2002년 일본에서는 중국산 냉동 시금치에서 기준치를 넘는 농약 클로르피리포스가 잇따라 검출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검사 대상을 모든 수입 신고 건으로 확대하고 중국 측에 원인조사를 요구하는 등 대응을 강화했다. 결국 중국산 냉동 시금치에 대한 수입업체의 자율적인 판매 자제까지 이어졌다.

당시 기준치를 초과한 중국산 냉동 시금치가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해당 냉동식품까지 회수됐다. ‘문제의 농산물’ 하나가 다른 식품으로 넘어가면서 소비자가 먹는 완제품의 문제가 된 것이다.

중국산 냉동만두 중독 사건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중국산 냉동만두 중독 사건 이미지. 경향신문 자료사진

2008년에는 일본 열도를 뒤흔든 중국산 냉동만두 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허베이성의 한 공장에서 생산된 냉동만두를 먹은 일본 소비자들이 구토와 복통 등 중독 증상을 보였고, 조사 과정에서 만두에 농약 성분이 혼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에서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불안이 크게 확산된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중국산 포름알데히드 배추 사건은 일본 사회에 다시 먹거리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일본에서 배추는 한국처럼 김치의 재료로만 소비되는 채소가 아니다. 나베 요리의 대표적인 재료이고, 절임 반찬에도 들어간다. 만두, 각종 볶음요리, 국물요리에도 흔히 사용된다. 일본 식탁에서 배추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중국산 배추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은 특정 농산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음식의 원료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문제가 된 배추가 일본으로 수출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일본 언론이 이번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고, 유통업체들이 원료의 산지를 확인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FNN은 중국 현지에서조차 ‘배추’ 불신이 퍼지고 있는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농산물시장에서는 이번 보도 이후 배추가 아예 팔리지 않아 상인들이 폐기하는 모습까지 나타났다. 한 상하이 시민은 “이제 배추는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시민은 “식품안전 관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의 시사매체 데일리신초는 중국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저널리스트 고구치 고타의 말을 인용해 이번 사건을 “빙산의 일각”이라고 짚었다. 고구치는 “중국의 식품안전 의식이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슷한 행위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드러난 것보다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반복돼온 먹거리 안전 문제는 이제 더이상 중국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국산 식품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한국과 일본의 식탁까지 흔드는 ‘국경을 넘는 불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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