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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역차별’ 혜택받는 다문화 아이들?···대통령의 말이 가린 현실[설명할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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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다문화가정 지원 정책 관련 게시글이 지난 한 주 간 뜨거웠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엑스(X)에 다문화가정 산모의 공공산후조리원 우선이용 제도를 ‘과도한 우대’로 보는 주장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다문화가정 지원은 필요하다”면서도 “역차별을 낳는 잘못된 정책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재차 강조했는데요. 이 게시글엔 “(이주민은) 한국인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젠 혜택을 없애야 할 때” 등의 반응도 잇따랐습니다.

그렇다면 ‘우대 제도’를 받고 태어난 이주배경 아이들의 현실은 어떨까요. ‘역차별’이란 말은 이들이 학교와 사회에서 마주하는 어떤 현실을 가리고 있을까요?

이재명 대통령 X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 X 갈무리

함께 있지만 분리된 존재

이주배경 청소년은 한국에서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닙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초·중·고교 등의 이주배경학생은 21만838명이었습니다. 저출생으로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중에도 이주배경 학생은 5년 새 5만780명(31.7%)이 늘었습니다.

학생 수가 늘어난 만큼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을까요?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학교를 그만둔 이주배경 고등학생은 594명이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자퇴 사유는 ‘학교 부적응’이었는데요. 전체 고등학생 가운데 학교 부적응을 이유로 자퇴한 비율은 14.5%였지만 이주배경 학생은 35.7%로 약 2.5배에 달했습니다.

충남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이 음성지원이 되는 소리펜을 이용해 다국어 한국어교육 교재를 학습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충남지역 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이 음성지원이 되는 소리펜을 이용해 다국어 한국어교육 교재를 학습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이들이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언어와 문화의 차이만으론 설명되지 않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다문화청소년 종단연구 보고서’를 보면 이주배경 청소년들은 언어 문제가 해소된 뒤에도 또래와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 관심사가 다르거나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서로 주저해 같은 공간에 있어도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건데요. 연구원은 이를 두고 ‘함께 있지만 분리된 존재’라고 표현했습니다.

학교 너머의 또 다른 장벽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이어집니다. 취업 과정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등 또 다른 장벽에 부딪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19~24세 이주배경 청년 취업자 가운데 임시·일용근로자 비율은 65.5%였습니다. 같은 연령대 비이주배경 청년(53.6%)보다 11.9%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임금에서도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2022년 기준 이주배경 청년의 월평균 소득은 약 116만 원으로 비이주배경 초기 청년(161만 원)보다 약 45만 원 적었습니다.

경제적 격차는 심리적 어려움과도 맞물립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2년 다문화청소년 종단연구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임시근로자로 일하는 이주배경 청년은 대학 진학자나 상용근로자 등에 비해 심리적 어려움을 크게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는 가장 낮았고 우울 수준은 가장 높았습니다. 가정과 개인의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느끼는 부담감 역시 가장 컸습니다.

경기 안산시 관산중학교에서 14일 진행된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마음 튼튼’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실패담’ 책의 마지막 장. “강해질거야” 등의 긍정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손우성 기자

경기 안산시 관산중학교에서 14일 진행된 삼성 다문화청소년 스포츠 클래스 ‘마음 튼튼’ 수업에서 학생들이 만든 ‘실패담’ 책의 마지막 장. “강해질거야” 등의 긍정적인 문구가 적혀 있다. 손우성 기자

미디어가 키우는 거리감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이들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 국민 다문화수용성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다문화수용성 지수는 69.77점으로, 2021년(71.39점)보다 1.62점 떨어졌습니다. 성인의 다문화수용성 지수는 53.38점으로 청소년보다도 크게 낮았습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SNS와 같은 미디어의 영향이 꼽힙니다. 2023년 학술지 ‘시민교육연구’에 발표된 강은진·모경환의 연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은 이주배경 집단을 직접 만나는 경험이 많을수록 다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했습니다. 반면 SNS 등 미디어를 통해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면 이러한 효과가 줄어들었습니다. 다양한 이주민들과 직접 만나며 좁힌 거리감도 미디어에서 생산한 편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병암서원에서 열린 ‘제580돌 한글날 기념 다문화 한글 백일장’에 참가한 다문화 가정 외국인 등이 한글 오행시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대구 달서구 병암서원에서 열린 ‘제580돌 한글날 기념 다문화 한글 백일장’에 참가한 다문화 가정 외국인 등이 한글 오행시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역차별이란 말 뒤, 누적된 불평등

대통령의 말처럼 일부 이주배경 청소년이 제도적 지원을 받아 태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삶에선 수많은 장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실은 특정 정책이 ‘혜택’이라고 해서 상쇄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책이 공정하게 설계되고 운영되는지 점검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역차별’이라는 말을 누군가 너무 쉽게 꺼낸다면 그 이면에 쌓여 있는 차별과 불평등을 놓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특정 집단이 받는 혜택의 크기만이 아니라, 그 혜택이 필요했던 사회적 배경과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불평등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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