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열풍, ‘김치 카르보나라’로 대박나 볼까 [.txt]
1990년대까지 외국선 김치 냄새 혐오
한국 문화 관심 쑥, 김치도 ‘핫’한 음식
부대찌개·카르보나라도 20세기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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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삐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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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의 가장 핫한 콘텐츠는 김치다. 릴스(짧은 동영상)를 보고 있는데 한 미국 여성이 호들갑을 떨며 이웃을 칭찬하고 있었다. 그는 재활용한 버터 통에 든 김치를 카메라 앞에 내밀며 말했다. “미세스 킴이 이걸 또 갖다줬어요. 이거 보여요? 이런 통에 든 김치가 진짜라고요. 미세스 킴 너무 사랑해요.” 그는 아삭함을 느껴보라며 카메라 앞에서 김치를 씹기 시작했다. 아삭아삭 소리가 난다. 그는 확실히 제대로 된 한국인 이웃을 구한 것 같다. 진짜 한국인이라면 새 그릇에 담아 줄 리가 없다. 이미 다 먹은 버터가 담겨 있던 깨끗하게 세척한 플라스틱 통에 든 김치라면, 그건 진짜다.
아아 그놈의 김치. 나는 대학 시절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가서 사람들이 김치 냄새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깨달았다. 1990년대였다. 학원에는 한국인이 참 많았다. 한국인이 절반, 일본인이 절반쯤 되는 듯했다. 밥은 나가서 사 먹거나 싸 온 도시락을 옥상에서 먹었다. 자취하는 한국 친구들은 종종 김치를 싸 왔다. 옥상에서 김치 냄새가 나면 불평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주로 일본 친구들이거나 유럽 친구들이었다. 나도 누가 너무 신 김치를 싸 올 때면 몰래 불평했다. 나는 항상 샌드위치를 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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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인이 되고 싶진 않았다. 그 나라에서만큼은 세계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김치 냄새는 피해야만 했다. 나는 ‘홈스테이’라는 이름이 붙은 가정집에 잠깐 살았다. 아시아 학생들만 받는 숙박 전문 홈스테이였다. 주인장들은 좋았다. 어떻게든 아시아 학생들에게 ‘홈’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려고 애를 썼다. 한국 학생이 3명이나 있었다. 그들은 냉장고에 항상 한인 마트에서 산 김치를 넣어 두었다. 한국 학생들은 좋아했다. 일본 학생들은 냉장고를 열 때마다 인상을 썼다. 김치가 익을수록 인상은 더 세졌다. 이길 수는 없었다. 냉장고를 우메보시로 채운다고 하더라도 푹 익은 김치 한 조각 냄새를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김치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속으로 선언했다. 마치 김치를 먹지 않는 것이 진정한 세계인의 일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김치를 먹지 않았다. 바보 같은 짓이다. 사람은 어리면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한다. 어딜 봐도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사람에게 김치는 썩은 배추에 양념을 한 제3세계 음식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1990년대다. 누구도 한국에 딱히 관심이 없었다. 선생 2명은 완고한 일본 마니아였다. 그들은 수업 시간에도 일본인 친구들과,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온 친구들을 차별했다. 초급반 선생들이었던 탓에 어떤 학생도 차별에 논리적으로 대항할 말솜씨가 없었다. 그 때문에 오히려 공부를 더 열심히 한 친구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저 차별주의자를 말로 박살 내겠다는 의지가 생겨서다. 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갑자기 김치가 인기를 얻으며 뉴욕타임스 음식 섹션에까지 거의 매달 등장하는 이유는 그들이 갑자기 김치의 맛을 알아서는 아니다. 김치가 누구에게나 맛있는 음식이었다면 1990년대에도 인기가 있어야 한다. 학원 옥상에서 김치 한 조각만 샌드위치 위에 올려달라고 애원하는 이탈리아 녀석도 있었어야 한다. 없었다. 다들 김치의 발효 냄새를 싫어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맛이 아니라 멋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한국이라는 나라에 딱히 관심은 없었다. 관심이 없는 나라에서 온 음식은 그저 이국적인 음식일 뿐이다. 이국적인 음식은 삶의 음식이 아니다. 경험의 음식이다. 한번 경험하면 족하다. 내 삶 속으로 들어올 이유는 없다. 나는 레바논 음식을 좋아한다. 매일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걸 먹는다고 레바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생기는 것도 아니다. 중동 전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갈 일도 없다.
한국계 미국인 2~3세들은 작금의 김치 유행에 마음이 좀 먹먹한 모양이다. 학교에 김치 싸 갔다가 냄새난다고 욕먹은 옛 한인들 이야기 같은 건 쉽게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김치가 핫해진 건 갑자기 입 짧은 서구인들이 김치 맛을 깨달아서는 아니다. 한국이 핫해져서다. 문화는 그런 것이다. 일단 나라가 핫해지면 모든 게 핫해지기 시작한다. 일본이 경제와 문화적으로 서구를 압도하기 시작하고 나서야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곳곳에 스시 레스토랑이 생기기 시작했다. 멋있는 걸 만드는 잘사는 나라가 먹는 거라면 쌀밥을 익히지 않은 생선으로 싼 음식도 멋있어 보이게 된 것이다. 김밥이 뭐 그렇게까지 맛있어서 유행하기 시작했겠나. 케이팝 데몬 헌터들이 김밥을 자르지도 않고 삼키는 장면을 보고 엄마에게 한인 마트에서 김밥을 사달라고 노래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9살 킴벌리와 그의 친구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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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김치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이십대 후반의 나를 애틋하게 다시 떠올리곤 한다. 지금 친구들은 그런 선언 따위를 할 이유가 없다. 뉴욕타임스만 펴도 온갖 말도 안 되는 김치 요리가 줄줄 이어진다. 그중 가장 말이 안 되는 건 달걀물에 적신 빵과 치즈와 김치를 조합한 ‘김치 치즈 프렌치토스트’였다. 카르보나라에 김치와 김칫국물을 넣은 ‘김치 카르보나라’도 있다. 후자는 안 그래도 자국 전통 음식의 변형 앞에서 편협하게 구는 이탈리아인들이 경악하지 않겠느냐고? 우리가 지금 먹는 새빨간 배추김치는 19세기에 등장했다.
카르보나라? 그거 2차대전 전후인 1940년대나 탄생했다. 로마를 수복한 미군이 이탈리아 파스타에 군용으로 보급된 베이컨과 달걀을 넣어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결국 이탈리아 카르보나라는 한국 부대찌개와 같은 기원을 가진 음식이었다. 이탈리아인들은 김치 카르보나라 앞에서 불평은 무슨, 고개를 숙여야 마땅하다.
혹시나 해서 배달앱을 모두 열어 ‘김치 카르보나라’를 검색했다. 한군데도 없는 음식이다. 맛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 음식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해도 괜찮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김치 카르보나라를 서울에 유행시킨 뒤 로마에 지점을 낸다면 이딴 글은 그만 쓰고 살아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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