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nchMorning recap: APC-Accord Osun naira rain, Atiku’s fuel subsidy debate, other top storiesוואלהאדם נפצע קשה באירוע ירי בצומת פלוגות - המשטרה החלה לחקור את האירועThe Jerusalem PostIs AI clairvoyant? ChatGPT can make personality tests and predict responses, Israeli study finds한겨레북한, 일본 최대 방위비 편성 추진에 “침략전쟁 준비…철저히 반격할 것”SözcüFransa'da kuraklık ülkeyi 50 yıl geriye götürdü: İçme suyu tankerle taşınır olduCNN TürkSanal medya siber suçluların işini kolaylaştırıyorThe Sydney Morning Herald‘People like me don’t have babies’: Inside the clinic helping addicted expectant mumsEgypt IndependentEgyptian Irrigation Minister: GERD is illegitimate and we’ll not recognize ItRTL BoulevardRob Kemps viert eerste huwelijksjubileumIl Fatto Quotidiano“Non aspettate la perfezione e seguite la regola dell’80-20”: a 28 anni lascia un lavoro da 80 mila euro per fare il gelato con suo fratello, oggi la sua azienda è un successo. La storia di Vivien WongNew Straits TimesHiker found safe after 19 hours lost in Lambir Hills National ParkSBS 뉴스민주당 "'1심 유죄' 오세훈, 무죄 프레임 골몰…변명말고 사과해야"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aturday, August 22, 2026

거울 앞에서, 너 없이도 너를 비춰 [.txt]

Translate

google구글 선호 매체 등록

이상을 그린 친구 화가 구본웅(1906~53)의 ‘친구의 초상’(193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과 이상이 그린 ‘자상’(1931)
이상을 그린 친구 화가 구본웅(1906~53)의 ‘친구의 초상’(193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과 이상이 그린 ‘자상’(1931)

광고

나는 사랑이 가학과 피학의 반복이라고 여겨왔다. 감추고 있던 내면의 괴물을 꺼내어 보이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히거나 상처를 입는 일, 물론 역할은 바뀌기도 한다. 나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괴물임에도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일부이기 때문에 상대로부터 끊임없이 사랑을 요구한다. 나의 가장 약하고 어두운 면까지 누군가 받아줄 수 있다면 나도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사랑의 기이한 측면을 잘 나타내는 영화가 있다. 바로 ‘팬텀 스레드’(2018)가 그것인데, 최근에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영화를 짧게 소개하겠다. 오트 쿠튀르 드레스를 제작하는 레이놀즈는 어머니(유령)에게 시달린다. 어머니의 머리카락을 가슴께 쪽 솔기에 보관하거나 스스로 ‘저주받았다’고 여기면서 강박적인 일상 루틴을 지켜나간다. 뿐만 아니라 숱한 여성들을 떠나보내고 결혼하지 않는다. 이는 어머니의 두번째 결혼식을 위해 직접 드레스를 만듦으로써 웨딩드레스의 저주―웨딩드레스를 만진 여성은 평생 독신으로 살아야 산다―에 걸렸다는 믿음에서 기인한다.

알마는 레이놀즈가 휴가를 위해 떠난 소도시에서 우연히 들른 식당의 웨이트리스였다. 그녀는 레이놀즈를 따라 우드콕 하우스에 머무르며 때로는 모델로, 때로는 재단사로 활동한다. 레이놀즈가 떠나보낸 연인들과 차이가 있다면 그가 실증을 느낄 때 독버섯을 준비해 요리한다는 것이다. 알마는 레이놀즈가 어린아이가 되어 자신에게 의지하기를, 쓰러져 있다가 다시 강해지기를 바란다. 알마에게 레이놀즈와의 사랑은 ‘만약 그가 못 깨어나더라도, 자신이 기다리기만 하면 저승에서든 다음 생에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관계’이다.

광고

이처럼 두 사람에게 ‘사랑’의 대상은 각각 부재하는 어머니와 연인인데, 이들은 ‘반복’을 통해 사랑을 실천하고자 한다. 레이놀즈는 기억 속 어머니를 더듬으며 과거로 회귀하고, 알마는 예상치 못한 변화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며 사랑의 ‘게임’을 지속한다. 영화를 통해 나는 한가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은 거울을 바라보듯이 자기 자신을 반복한다는 것, 동일시가 이루어지는 찰나의 순간이 지나면 차이 속에서 서서히 변화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서 ‘나’를 발견할 때 아니 상대를 ‘나’라고 인식할 때 비로소 사랑하는 것일까. 거울 속의 ‘나’가 누구인지 그 정체는 영영 밝혀지지 않은 채로.

스무살 무렵, 함께 대학을 다니던 L(엘)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너와 나를 분간하지 못하겠는데, 너와 너(희)는 분별할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당시에 L도, 나도 시를 썼다. 이러한 난해한 고백도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었다.) 언젠가는 L에게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내가 한 말의 의미와 파장을 모르고 있었다. L은 며칠 뒤,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하게 “나도 너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광고

광고

이후로 L은 스타일이 전과 바뀌었다. 진하게 화장을 했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었다. 내가 휴학하고 없는 캠퍼스에 남아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 틈틈이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음에도 떨어진 거리만큼이나 전처럼 가깝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다 한번은 서로가 있던 지역의 중간이었던 군산에서 만난 적이 있다. 바람에서 물기가 느껴지는 습하고 시원한 날씨였다. 하천을 지나다가 날아오르는 물새 한 마리를 목격했는데 그 이미지가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이후로 몇번 더 군산을 갔지만 그날 보았던 물기 어린 풍경은 다시 볼 수 없었다.

J(제이)는 나의 오랜 친구로서 언젠가 오른쪽 귓불에 검은색 피어싱을 하고 나타났다. 나는 똑같은 위치에 점이 있었다. 나의 생일날, J는 내가 입은 것과 비슷한 푸른색 원피스를 입었다. 우리는 그날 찾아간 바에서 자매냐는 질문을 받았다. 초등학생 시절, 다른 반이었던 J는 우리 반 교실 바깥에서 종례가 끝나기를 기다렸던 적이 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오른쪽 손목을 안쪽으로 돌렸다. 손목을 돌리는 것은 J의 습관이었다. J와 눈을 마주치고 나도 나의 행동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광고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겪었다. 헤어진 사람과 재회한 적은 없었다. 멀어진 친구들과도 마찬가지로 다시 만난 적은 없다.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나와 그들은 서로에게 애틋한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상대에게 주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상처를 받았고 가끔은 기억하게 하려고 이만큼 상처를 주었을까, 라고 되물을 만큼 상처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나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재회하지 않아서 들어보지 못했다. 그건 상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거울’ 속에서 상대였던 나는 ‘나’를 잃어버리게 된 것일까. 되찾을 수 없는 ‘나’와 ‘너’는…… 글로 적히면서 가까스로 있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반복’하는 게 아닐까. 조금씩 새로워지는 측면의 얼굴로.

이상의 ‘거울’은 타자화된 ‘나’를 보여주는 시이다. 왜 이토록 자기 자신에 골몰하는 것일까 알 수 없었는데, 상대가 누구든 간에 ‘사랑한다’면 그와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계속해 그를 그려볼 수 있겠다. 상상이란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하지 못한 이야기를 쓸 수는 없다)이고, 이상의 사랑은 이러한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다.

오은경 시인
오은경 시인

오은경 시인 l 2017년 등단했다. 시집 ‘한 사람의 불확실’ ‘산책 소설’ ‘둘이 거리로 나와’가 있다.

View the original on 한겨레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