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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이기고 싶던 그 아이가 나의 첫 팬이었다···서로의 등을 받쳐주는 우정 ‘룩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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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룩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후지노’(데구치 나츠키)와 ‘쿄모토’(마키타 아쥬)가 함께 만화를 그리고 있다. 메가박스 중앙 제공

영화 <룩백>(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후지노’(데구치 나츠키)와 ‘쿄모토’(마키타 아쥬)가 함께 만화를 그리고 있다. 메가박스 중앙 제공

영화 <룩백>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1번 트랙 ‘[Pencil](연필)’은 음악이 아니다. 종이 위 사각사각, 연필로 부지런히 선을 긋는 38초 동안의 소리다. 영화의 두 주인공, ‘후지노’(데구치 나츠키)와 ‘쿄모토’(마키타 아쥬)가 만화를 그리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후지노(아역 나나세 후리)는 학교 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한다. 이야기 만드는 것에 소질이 있는 그는 친구들에게 ‘재미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어깨가 으쓱한다. ‘또래 중 내가 제일 그림을 잘 그린다’는 자신감은 옆 반의 등교 거부학생 쿄모토(아역 오카다 로카)의 만화를 보고서 산산조각 난다. 세밀한 배경 묘사가 살아 있는 작화에 자극받은 후지노는 얼굴도 못 본 상대를 꺾어보려 그림 연습에 몰두한다.

“만화로는 돈을 못 번다” “중학교에서도 그러면 ‘오타쿠’라고 부른다”는 소리를 듣다가 찾아온 졸업식 날. 후지노는 우연히 쿄모토를 만난다. 집 밖을 나서는 것이 무서워 학교도 못 다녔다는 쿄모토는 후지노를 붙잡고 말을 쏟아낸다. ‘요즘은 왜 만화를 안 그리는지’ ‘내가 얼마나 당신의 만화를 좋아하는지’를. 이기려고 경쟁심을 불태웠던 상대의 열렬한 고백에 후지노의 기분은 날아갈 듯하다. 서로에 대한 동경을 바탕으로, 그렇게 우정이 싹튼다.

<룩백>의 후지노와 쿄모토가 후지노의 방에서 함께 만화를 그리고 있다. 메가박스중앙 제공

<룩백>의 후지노와 쿄모토가 후지노의 방에서 함께 만화를 그리고 있다. 메가박스중앙 제공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인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영화 <룩백> 야외무대인사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틀째인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영화 <룩백> 야외무대인사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거장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체인소 맨>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2021년 단편 만화를 실사 영화로 옮겼다. 고레에다 감독은 서점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소녀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에 이끌려 원작을 펼쳤다가 감동했다고 한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룩백> 상영을 맞아 부산을 찾은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점에서 사온 만화를 그날 밤 집에서 읽으면서 ‘왜 사람들은 이야기를 쓰는가, 왜 창작을 하는가, 왜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쿄모토가 혼자 그림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후지노는 재미있게 보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신나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다. 후지노는 친구로서 쿄모토를 세상으로 끌어내고, 쿄모토는 후지노의 팬으로서 후지노를 움직이게 한다.

영화 <룩백> 포스터. 메가박스 중앙 제공

영화 <룩백> 포스터. 메가박스 중앙 제공

영화 <룩백> 포스터. 메가박스 중앙 제공

영화 <룩백> 포스터. 메가박스 중앙 제공

실사판 <룩백>의 러닝타임은 100분이다. 앞서 2024년 오시야마 키요타카 감독이 만든 58분짜리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비해 40여 분이 늘었으나, 원작에 충실한 것은 같다. 더해진 시간 동안 고레에다 감독은 두 소녀가 일상을 함께하는 장면을 공들여 보여준다. 원작자 타츠키가 나고 자란 일본 아키타현 니카호시의 아름다운 사계절 풍경 속에 두 인물이 그림 같은 우정을 나눈다. 겨울의 높게 쌓인 눈을 헤치며, 여름의 푸른 바다에 발을 담그며 웃는 둘의 모습이 아련함을 남긴다.

아련한 것은 유년기가 지나고 나면 많은 것이 변한다는 걸 알아서인지도 모른다. 고레에다 감독은 디지털이 아닌 35㎜ 필름 카메라로 ‘돌아갈 수 없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자 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면 이 순간, 여기에서만 벌어지는 일을 담는 것에 집중할 수 있다”며 “나중에 후반 작업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적어지지만, 그런 긴장감 있는 현장의 자장이 관객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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