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1년 서울 주택시장 보니…강남 외면, 수요 중저가 지역에 몰렸다

서울 아파트값 10% 상승
성북·서대문·강서구 14%대↑
강남·서초 상승률 1~3%대
고가 주택 대출 규제 영향
서울 전세 매물 2만331건
전년 대비 16.6% 감소
대책 발표 이후 1년 간 월세 비율
44.1%→ 50.2% 증가
부동산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오히려 88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서울에서 중저가 지역 아파트 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20일)보다 10.42% 상승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은 성북구로 1년 새 16.52% 올랐다. 서대문구(14.40%)와 강서구(14.39%)도 1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구로구(13.69%)와 중구(13.49%), 동대문구(13.42%), 노원구(12.52%)도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의 상승률은 각각 1.40%, 3.35%에 그쳤다.
지역 별 집값 상승률이 엇갈린 배경으로는 대출 규제에 따른 매수 여력 차이로 풀이된다. 지난해 발표된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 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화했다.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한도를 제한했다.
고가 주택을 매수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10억원 이하 매물이 많은 중저가 지역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이 발표되면서 강남권에서는 세 부담을 줄이려는 매물이 나오는 등 지역별로 집값 흐름이 달라졌다.
전세시장에서도 중저가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9.96% 올랐다. 성북구가 15.64% 상승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노원구도 14.63% 올랐다.
서울을 비롯한 규제지역 아파트 시장에 극심한 양극화와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자료를 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5716건으로 1년 전보다 2.2% 늘었다. 매물이 증가하며 시장이 비교적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치구별로 보면 분위기는 정반대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4곳에서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전체 매물 증가를 이끈 건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였다. 지난 1년간 강남 3구 매물은 평균 68.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에서는 매물이 빠르게 줄었다. 중랑구(-48.1%), 강북구(-44.7%), 금천구(-42.4%) 등 중저가 아파트가 포진한 자치구에서는 매물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며 매수 경쟁을 심화시켰다. 강남에 쌓인 매물이 서울 전체 매물 증가라는 착시를 만들었을 뿐, 외곽에서는 매물 절벽만 깊어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해 10·15 대책을 내놓은 건 투기 수요를 막아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고, 부동산으로 흘러드는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겠다는 취지였겠지만, 지난 1년간 집값 흐름을 보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오히려 수요가 몰리면서 상승세가 더 강해진 지역이 적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전세 품귀에 임대차 혼란
10·15 대책은 전·월세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해 도입한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2년 실거주 의무가 전세 매물 공급을 봉쇄하면서 전세 품귀와 월세화 가속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1년 만에 10% 가까이 치솟은 데다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맞물리면서 전세 대란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31건(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으로 지난해 10월 15일(2만4369건) 대비 16.6% 감소했다. 지난 4월에는 1만5000여 건 수준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매물 부족은 전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 1년간 9.96% 올랐다. 매매와 마찬가지로 성북구(15.64%)와 노원구(14.63%)가 전셋값 상승을 주도했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84㎡는 지난 8월 11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으며 강북권 국평 전세 10억원 시대를 열었다.
전세 매물 급감에 임대차 시장 내 월세화 현상은 한층 뚜렷해졌다. 10·15 대책이 시행된 후 1년 동안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가 13만9484건에서 10만9198건으로 21.7% 줄어드는 동안 월세 거래는 11만100건에서 10만9933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로써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44.1%에서 50.2%로 절반을 넘어섰다.
전월세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내 이주가 임박한 서울 주요 단지만 11개에 달한다. 이들 단지의 총 가구수는 현재 서울 전체 전월세 매물(3만6000호)의 30%에 해당한다. 중장기적으로 압구정과 여의도, 목동 등 주요 정비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향후 정비사업 누적 이주 수요는 5만2000가구로 추산된다.
정성진 어반에셋매니지먼트 대표는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이 매매 시장으로의 수요 유입을 촉진하며 가격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민간 전세 시장에 대한 규제 기조가 지속되면서 전세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임차인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기 용이한 월세 선호 현상이 겹치며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전월세 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매매로 전환하는 실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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