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최고 통치 규범에 ‘두 국가론’ 반영…‘대남·통일’ 싹 지웠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후 최고 통치 규범인 노동당 규약에서 대남·통일 관련 내용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을 민족 관계가 아닌 별개 국가로 대하겠다는 노선을 제도화한 것으로, 북한의 대남 적대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또 최고지도자의 권한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당 규약을 개정했는데, 이는 4대 세습을 순조롭게 이어가기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은 3일 서울 중구 달개비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2월 북한 9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 규약 전문을 공개했다.
기존 당 규약 서문에 있었던 ‘남조선’ ‘공화국 북반부’ ‘조국의 평화통일’ ‘통일전선’ ‘민족대단결’ 등 문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에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해 모두 삭제됐다.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철거’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 청산’ 등 대남 혁명론도 폐기해 한국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대남·통일 관련 표현 삭제는 두 국가론 선언 후 반년 만인 2024년 6월 당 전원회의에서 이뤄졌다고 전략연은 설명했다.
다만 북한은 두 국가 개념을 반영하면서도 한국과 적대적 관계라는 점은 당 규약에 명시하지 않았다. 김일기 전략연 수석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당대회, 최고인민회의 발언을 보면 ‘적대 국가’ ‘교전국 관계’ 등 언급이 있는데 당 규약에 이런 표현을 삽입하지 않았다”며 “당 규약에 적대적 관계를 명문화했을 때의 부담을 감소시키고 남북관계를 국가 대 국가 관계로 관리해 나가면서 향후 남북관계의 여지는 남겨놓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당대회에서는 선대의 업적을 찬양하는 대목을 삭제하고 김 위원장이 맡은 당 총비서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뤄졌다. 기존 서문에 있었던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설명하는 대목이 삭제됐고 ‘위대한 수령들을 영원히 높이 모시고’ 등의 표현도 빠졌다. 기존에는 총비서직과 관련해 당의 수반이라는 포괄적 규정만 있었으나, 개정 당 규약은 총비서의 권한을 회의 소집권, 간부 임면권, 당원 출당권, 부서 해산권 등으로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김인태 수석연구원은 “이미 행사하고 있는 권한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범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기 수석연구원은 “미래 권력, 후계자로의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권능을 구체화해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또 전시에 선거 절차를 생략하는 등 유사시를 대비하는 전시 관련 조항이 신설됐는데, 이는 국가 위기 대응 체계를 정비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전략연은 설명했다. 노동당 입당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0세로 상향한 것을 두고는 평균 입당 연령이 20대 중후반인 점을 고려해 기준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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