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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30, 2026

생존이 우선인 ‘MZ 여주’와 독립이 사명인 ‘항일운동가’의 독립운동 여성서사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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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이가경’(김유정). tvN 제공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이가경’(김유정). tvN 제공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암살>(2015)의 ‘안옥윤’(전지현)은 독립군의 여성 저격수다. 그는 암살대 대장으로서 작전을 이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 속 구한말의 ‘고애신’(김태리)도 총을 들었다. 양반가 ‘애기씨’이지만, 부모가 친일파에 의해 살해당한 그는 밤이 되면 복면을 쓰고 의병 활동에 나선다.

tvN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여주인공 ‘이가경’(김유정)은 그간 영상매체에서 봐 온 여성 항일운동가와는 거리가 멀다. 1932년 경성을 누비는 가경의 특기는 소매치기요, 습관은 거짓말이다. 선교사 집 안잠자기(하녀)로 살던 유년기는 서러움의 나날이었으나 영어 실력만은 남았다. 꿈이 있다면, 돈 모아 미국에 가는 것. <100일의 거짓말>은 조선을 떠나겠다는 일념으로 물불 안 가리던 가경이 ‘운 나쁘게’ 무장투쟁 조직 구국단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6부작 중 6회에 접어든 드라마는 ‘웰메이드’라는 호평 속에 전국 평균 시청률 9.5%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앞두고 있다.

<낭만닥터 김사부>·<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유인식 감독과 김윤진 감독이 연출하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류보리 작가가 썼다. 웹툰·웹소설 원작이 아닌, 오리지널 각본이다. 류 작가는 5년에 걸쳐 작품을 구상하고, 2023년부터 본격 집필에 나섰다. ‘만약 나였다면, 가족이 있는 상황에서 독립운동에 삶을 기꺼이 바칠 수 있었을까’ ‘미래를 알 수 없는 시기에 독립운동가들은 어떤 믿음으로 그 길을 걸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100일의 거짓말>의 차별점은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가경에게 당연하지 않다는 데 있다. 영어를 잘하는 그는 구국단으로부터 조선총독부에 통역생으로 들어가 밀정 역할을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가경은 위악 반, 진심 반으로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다”며 거부한다.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이가경’(김유정). tvN 제공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이가경’(김유정). tvN 제공

태어났을 때 이미 조선은 일본 땅이었다. 종로경찰서에 끌려간 이들이 어떤 험한 일을 당하는지 귀에 인이 박이도록 들었다. 자신의 생존과 아끼는 이들의 안위가 1순위인 가경은 말한다. “조선에 태어났으면, 다 독립운동해야 해요? 조선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배우 김유정은 똑 부러지고, 영악해 보이는 가경을 밉지 않게 연기한다.

가경이 밀정이 되도록 설득하는 건, 배우 김현주가 연기한 ‘소란’이다. 한국계 미국인 기자 ‘류필립’(이무생)의 중국인 아내로 위장하고 있는 그의 목표는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사토 신이치’(진선규)를 암살하는 것이다. 1919년 경기도 수원에서 일본인이 3·1 운동에 참가한 조선인을 학살한 ‘제암리 사건’을 모티브로 한 ‘계암리 사건’에서 사토에게 딸을 잃은 인물이다.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소란’(김현주). tvN 제공

tvN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의 ‘소란’(김현주). tvN 제공

“아무것도 모르는 촌부”였던 소란은 그날 이후 군사 훈련을 받고 구국단의 저격수로 살아왔다. 독립운동가 남자현을 모티브로 한 <암살>의 안옥윤과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떠올리게 했던 <미스터 션샤인>의 고애신의 계보를 잇는 캐릭터다.

여성 항일운동가 재현 측면에서 <100일의 거짓말>은 주체적 성격의 여성 캐릭터를 내세우는 동시에, ‘저도 모르게 보호받는’ 역할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서 한 발짝 나아간다.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미스터 션샤인>의 ‘유진 초이’(이병헌) 등 남성 조력자들이 해당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뒤에서 도왔다면, 소란은 위장 부부인 류필립과 대등한 동지 관계다. 구국단 내에서도 소란은 가경을 밀정으로 삼자는 작전을 주도한다.

드라마는 개인의 생존이 우선인 ‘요즘 젊은 세대’를 연상시키는 가경과 독립운동이 사명이 된 중년 여성 소란의 대립을 중심에 두고, 로맨스를 곁들인다. 가경은 통역생으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에서 소란의 표적인 정무총감의 조선인 양자 ‘사토 히데오’(박진영)와 얽힌다. 복잡한 출신 성분의 히데오를 비롯, ‘친일파 아버지의 돈을 빼돌려 독립운동을 돕는 고명딸’ ‘1919년 만세 운동에서 부모를 잃은 청년’ 등 1930년대 조선에 살아갔을 다양한 유형의 인간 군상을 그린다.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를 오가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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