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은 주·정차 ‘금지’라는데…송파구 ‘단속 완화’에 주민들 불만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이면도로에 황색 점선 위로 차량 2대가 주차돼있다. 하주언 기자
지난 19일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한 빌라촌. 주차금지 글씨가 새겨진 건물 앞 도로의 황색 점선 위로 승용차 1대가 멈춰 섰다. 도로교통법상 황색 점선은 5분 미만 정차만 가능하고 그 이상 주차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해당 차량은 1시간 넘은 주차에도 단속되지 않았다. 먹자골목이 있는 송파구 가락동 일대에는 주차 허용 시간이 아닌데도 도로의 황색 실선 위에 차량 4대가 2시간가량 단속 없이 주차돼 있었다.
20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송파구는 구청장이 취임한 지난달 1일부터 도로교통법상 주·정차 금지 구역의 단속 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일반·이면도로를 대상으로 한 주·정차 단속을 완화하고 주말·공휴일은 단속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서민 경제를 활성화하고 만성적인 도시 주차난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이다. 어린이보호구역·보도·소화전·횡단보도·교차로 모퉁이·안전지대·소방차 통행로·버스정류장 등 ‘8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에 대한 단속은 유지했다.
이에 따라 송파구에서는 도로교통법상 주·정차가 제한되는 일반·이면도로의 황색 점선·실선 위 주차는 단속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도로교통법은 황색 점선 위에서 5분 초과 주차를 금지하며, 황색 실선 위 주·정차는 허용 시간 이외에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법상 단속 권한을 위임받은 송파구청은 황색 점선·실선 위 주·정차에 대해 ‘명백한 교통 방해·위해’가 아니면 단속하지 않는 상황이다.
송파구 주민들은 이런 주·정차 단속 완화 조치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전동 주민 이모씨(37)는 “도로가 좁은 데다 어린이들이 차 사이로 튀어나올 수 있어 위험한데 단속을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빌라 사는 사람들의 집 앞은 주차장이 된다”고 말했다.
김환씨(65)는 “나도 장사하는 처지지만 10분 이상 주차를 단속하지 않겠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송파구청 민원 게시판과 송파구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도 주민들의 관련 불만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송파구청이 단속 대신 추진하겠다고 밝힌 계도 조치도 소극적으로 이뤄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청 주차단속반 관계자는 “주차 관련 민원이 하루에 300건 가까이 들어온다”며 “불법 차량에 계도장도 붙이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차단속반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와도 8대 금지구역이 아니면 주·정차된 차량 사진을 찍은 후 보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청의 단속 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지호 가천대 스마트시티학과 교수는 “불법 주·정차는 단순 주민 불편뿐 아니라 어린이들의 안전을 고려해 금지하는 측면도 크다”며 “단속에 예외를 두는 건 장기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단속 권한을 위임받은 지자체의 행정 재량으로 볼 수 있어, 위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파구청은 단속 완화 논란에 대해 “이번 조치가 ‘어디에나 주차해도 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며 “8대 금지구역이나 명백한 교통 방해 및 안전 위협 차량은 지금도 단속 대상”이라고 밝혔다. 송파구청은 “상권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가 주민 일상을 불편하게 만든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정책을 되돌리기보다는 주민 통행이나 진입로를 가로막는 명백한 방해 유형에 대해 현장 확인과 단속을 강화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도시 내 주차를 원칙적 금지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한다는 송파구청 안내문. 송파구정 소식지 <송파소식> 8월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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