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전 국토장관 “분양이 로또 돼선 안 돼…시세차익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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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값이 급등해 청년층은 내 집 마련이 어렵다. 대안으로 지분적립형, 이익공유형 같은 모델이 문재인 정부 때부터 나왔지만 시범사업에 그쳤다.
“2006년 홍준표 의원이 갑자기 ‘반값 아파트’를 들고나왔다. 그때 서울시장 경선에 나서던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없느냐며 보자고 했다. 환매조건부 주택을 그때 제안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토지 임대료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반값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헨리 조지의 입장에서 보면 토지에서 불로소득이 생기면 안 되니 임대료를 시세대로 받아야 한다. 그럼 반값주택이 아니게 된다. 반값주택 여부보다 중요한 건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제한하는 거다. 사실상 반값으로 공급하되 개발이익을 사유화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게 환매조건부 주택이다.
그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값 아파트는 주요 쟁점이 됐는데, 제가 알기로는 참여정부는 반값 아파트가 홍 의원 쪽 브랜드이기 때문에 내키지 않아 했다. 결국 두 가지 방식이 동시에 주택법에 반영되어 군포 부곡지구에서 시범사업을 했다. 강남이나 괜찮은 곳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했더라면 효과가 컸을 텐데,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이 시범사업지가 되면서 인기가 없었다. 주택공급 가격도 사실상 반값, 적어도 시세의 60%는 돼야 하는데 가격은 거의 안 깎아주면서 토지임대부나 환매 조건을 의무화하니 인기가 있을 리가 없었다. 누가 선택하겠나? 결국 실패하게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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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공유형 주택은 어떻게 설계했나?
“국토부에 가서 만든 게 이익공유형 주택이다. 환매조건부는 반값으로 주되 시세차익이 생기면 정기예금 이자 정도만 가져갈 수 있고 나머지는 공공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자가주택이지만 이익은 거의 못 누린다. 공공이 너무 많이 뺏는 거다. 그래서 시세차익을 나누자, 공유하자고 했다. 예를 들어 과천에서 분양가상한제로 공급하면 평당 2500만원인데 시세는 평당 7천만원이다. 33평 주택이면 시세 23억원짜리가 8억원 남짓에 분양된다. 최초 분양자에게 10억원 넘는 이익이 돌아간다.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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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분양주택을 다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일부, 30% 정도는 이익공유형으로 만들자고 했다. 시세의 30% 수준으로 싸게 공급되면 분양자는 이익의 30%만 가져가고 70%는 공공이 가져간다. 시세의 50%면 5 대 5로 나눈다. 기존 방식은 200 대 1의 청약경쟁을 뚫으면 시세차익을 통째로 가져가지만, 과천 같은 곳에서 당첨되려면 공공분양주택의 순차제 때문에 매달 10만원씩 청약저축을 30년 넣어야 한다. 납입 총액에 따라 분양자 순위가 결정된다. 서른 살부터 청약저축에 가입해야 예순에 분양받아서 들어가는 거다. 그 방식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전체 분양주택 중에서 30% 정도는 청년도 들어갈 수 있게 하자는 거다. ‘나는 내 집을 원하지 반드시 10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독식하지 않아도 된다, 시세 차익의 30%만 갖겠다’라고 희망한다면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분양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공공주택법 시행령에 넣어 새로운 제도로 이익공유형 주택을 만들었다.”
― 윤석열 정부의 ‘뉴홈’ 나눔형이 그 설계를 이어받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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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희한하게도 이익공유형 주택을 공약으로 받더니 ‘뉴홈’으로 내놨다. 연 10만호, 5년간 50만호를 분양하겠다고 했다. 제가 에스에이치에 있을 때 보면 에스에이치의 한해 공공분양주택 물량은 1년에 500~1천호 정도밖에 안 된다. 엘에이치도 많아야 2만~3만호다. 다른 지자체는 분양주택이 거의 없다. 지에이치(경기주택도시공사)도 1500호가 안 된다. 그런데 갑자기 연 10만호를 하겠다니 황당했다.
더 황당한 건 제가 만든 이익공유형을 ‘나눔형’으로 바꿔 뉴홈의 50%를 배정하고, 임대로 살다 6년 뒤 분양받는 ‘선택형’ 20%, ‘일반형’ 30%로 나눈 거다. 제가 설계한 이익공유형 주택은 분양가가 시세보다 싼 만큼 이익을 공공과 나누자는 거였다. 그런데 뉴홈의 나눔형은 시세의 70% 이하로 싸게 공급하면서 차익의 70%를 분양자가 가져가게 했다. 엘에이치는 원가보다 싸게 팔아 손해를 보는데 이익은 30%만 가져오니, 집값이 크게 올라야 겨우 수지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이상한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선택형은 임대와 분양을 합친 건데 이것도 분양할 때 너무 값싸게 공급하기 때문에 엘에이치는 이러한 유형의 주택을 공급할수록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정부에서 조금 조정은 된 것 같은데 이익공유형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선 이익공유형이 다르게 활용된다. 분양가가 10억원인데 토지 등의 소유자가 5억원밖에 지불할 수 없으면 엘에이치가 5억원을 내고, 나중에 팔 때 이익을 반반 나누는 거다. 이렇게 되면 원주민이 부담 가능한 주택에 입주할 수 있게 된다.
김헌동 전 에스에이치 사장은 토지임대부로 모든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그건 무리한 주장이다. 서울에서 에스에이치가 1년 동안 공급하는 공공분양주택이 500~1천호밖에 안 되는데 그걸 몽땅 토지임대부로 배분하면 공공분양주택을 30년 기다린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1만호를 분양한다면 그중 1천~2천호를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500호를 전부 토지임대부주택으로 공급해버리면 안 된다. 토지임대부 때문에 집값이 잡힌다는 건 과장이다. 여러 주택유형 가운데 선택 가능한 대안을 하나 더 제공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관건은 토지 임대료를 어떻게 정하느냐다. 임대료를 높게 매기면 사실상 시세와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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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유형들이 도입 취지는 좋은데 정권마다 바뀌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정착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새로운 분양주택 모형은 3대 정권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공공분양의 20% 이상을 이런 유형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으니 앞으로도 공급할 거다. 윤석열 정부는 너무 과도하게 많은 물량을 공급하겠다고 했고, 현 정부도 이 유형의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토지임대부 주택, 이익공유형 주택, 지분적립형 주택 세 가지다. 지분적립형은 경기주택도시공사가 도입한 건데,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는 아니고 분양가의 일부만 먼저 내고 지분을 쌓아가는 방식이다. 10억원짜리면 2억원만 먼저 내고 몇 년마다 지분을 넓혀간다. 그런데 살아보면 몇 년 만에 1억원 모으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담보인정비율(LTV) 80%로 2억원 외 나머지 금액을 빌려 40년에 걸쳐 원리금으로 나누어 갚는 게 편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분적립형 주택은 최초 분양 때 부담금이 적으니 좀 설득력이 있는가 보다. 이런 유형들이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청년이나 취약계층에게 자기 집을 가질 선택의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해주는 거다.”
― 임대 후 분양 주택은 어떻게 보는가?
“원래 5년 분양전환 임대, 10년 분양전환 임대가 있었는데 과도하게 정치화되면서 지금은 없어졌다.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임대주택으로 짓는데, 그중 일부는 임대 후 분양 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은 고려해볼 만하다. 세입자가 임대주택으로 살다 10년 뒤 분양받으면 이익을 가질 수 있다. 이 방식이 좋은 건 정비사업 수익성도 높여줄 수 있다는 거다. 공공기여로 임대주택을 공공에 매각한다면 시세 평당 7천만원의 주택을 기본형 건축비 평당 1천만원에 매각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시세에 근접하게 분양하면 많은 이익이 생기니까. 물론 이익 실현은 5년, 10년 뒤로 늦어진다.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리츠를 활용하면 된다. 나중에 이 주택을 매각하면 이익이 반드시 실현되니 그때까지 이자 부분을 부담하면서 만들 수 있다. 허그(HUG·주택도시보증공사)나 민간이 출자해 리츠를 만들고 조합이 5년이나 10년 후 분양할 주택의 지분을 리츠에 팔면 조합은 청산하고 해산해도 된다. 리츠는 살아남아 이런 단지 여러 개를 관리하면 된다. 세입자도 만년 세입자가 아니라 나중에 분양받을 수 있게 되고, 정비사업의 사업성도 개선되고, 저렴주택도 공급되고, 주거 안정과 재정착, 소셜믹스에도 도움이 된다. 아까 말한 중층고밀 주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용적률을 크게 올려주면 공공기여분이 많아지게 된다. 여기에 토지임대부·지분적립형·이익공유형에다 5년·10년 임대 후 분양 주택까지 리츠와 결합하면 다양한 계층이 더불어 사는 단지가 될 수 있다. 기존 정비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 주거안정플랜에 담긴 ‘보편형 임대주택’은 어떻게 보나? 중산층까지 포괄해 2030년까지 19만호를 공급하겠다는데, 내년 공공임대 예산 증가분의 70% 이상이 여기에 배정됐다.
“보편형 임대주택의 계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세훈 시장이 시작한 장기전세주택은 중산층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었다. 전용 85㎡ 초과는 소득 제한도 없었다. 지금 사는 분들도 그렇게 입주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나온 ‘질 좋은 평생주택’도 중산층용 임대주택을 만들어 자기 집이 없어도 주거 안정을 누리게 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최재성 당시 정무수석이 아주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때 내놓은 기본주택도 이 계보에 속한다. 기본주택은 소득 제한이 없는 ‘누구나 주택’이고, 임대주택이고, 가족이 살 수 있게 평형을 넓히고, 입지 좋은 곳에 짓는 거다. 대통령도 지난해 국토부 업무보고 때 역세권에 쾌적한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입지 좋은 역세권에 시세보다 조금 낮은 임대료로 중산층도 살 수 있게 공급하면 굳이 집을 사려 애쓰지 않는 사람이 늘어날테니 집값이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에서 출발한 거다.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한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 상대적으로 취약계층 대상 공공임대주택을 더 확충할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걸 만들려면 뭔가 희생이 따른다. 기존 임대주택을 이걸로 바꾸면 더 어려운 사람이 들어갈 기회를 빼앗는 거고, 분양주택을 줄여서 이 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공공분양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기회가 그만큼 없어진다. 평형이 넓으니 임대주택 두세 채 지을 면적에 한 채만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잘사는 사람들을 위해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공공임대주택을 그만큼 줄이는 게 정당하냐는 문제가 생긴다. 공공임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효과는 있을 테니 이 주택을 어느 정도 공급하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량으로 만들어 투기를 억제하거나 주택에 대한 전면적인 인식 전환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인 것같다. 오 시장도 장기전세주택에 ‘발상의 전환’이라는 뜻의 ‘시프트’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의 주택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는 않았다.
관건은 엘에이치다. 분양할 걸 임대로 장기간 묶고 임대 관리까지 해야 하니 재무 부담이 엄청나다. 사업성을 맞추려면 임대료가 비싸야 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이 되려면 싸야 한다. 그 기준을 지역별로 만들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는 적자를 기꺼이 감수해도 되지만, 형편이 나은 사람들을 위해 적자를 감수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임대료를 월 400만~500만원으로 높이면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분양 기회가 줄어드는 것까지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분양과 결합하는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몇 년 살다가 돈을 모으면 분양받는 식으로 설계하면 엘에이치도 재정적으로 가능하고 분양 기회 축소도 보완할 수 있다.”
― 2022~2024년 인허가가 급감한 여파로 공급 부족이 심각한데, 책임을 두고 박원순 시장 10년 탓이다, 오세훈 시장 탓이다, 윤석열 정부 탓이다 공방이 벌어진다.
“주택 공급은 2015~2016년이 정점이었다. 인허가도 착공도 그때부터 쭉 줄고, 준공은 3년 뒤인 2017~2018년부터 줄었다. 유형별로 봐도 아파트도 줄고 단독·다세대도 줄었다. 수도권도 줄어서 서울·경기·인천 다 빠졌다. 다만, 공공 인허가 물량만 과거 추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엘에이치만 나 홀로 열심히 공급한 셈이다. 지난해 서울 준공 물량 5만5천호 중 아파트가 4만9973호이고 비아파트는 다 합해도 5천호 남짓이다. 모든 정부 기간 동안 계속 감소해왔는데 누구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있겠나?
문재인 정부는 주택공급과 관련해 억울한 면이 있다. 2017년 출범했을 때 2015~2016년 인허가 물량이 한해 70만호대였다. 그동안 연평균이 45만호쯤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 많았다. 이 수치를 보고 공급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나? 그래서 주택공급 정책은 즉시 발표하지 않은 건데 사람들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공급은 안 하고 투기 억제정책만 한다고 비판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공급이 이렇게 많은데 가격이 오르는 건 투기 때문이라며 다주택자를 잡아야 한다고 한 건 그 주택통계를 보았기 때문일 거다. 사실 문재인 정부의 인허가 및 착공 실적은 모두 역대 평균보다 많았다. 그런데 임기 내내 공급은 안 하고 투기 억제만 했다고 비판을 받았다. 감소 효과는 3년씩 밀려 나타나게 된다. 박근혜 정부 땐 택지를 추가로 지정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도 적극적으로 주택공급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니 더 착공할 게 없어지게 된다. 이제 적극적으로 주택공급 확대정책을 시작했으니 2029~2030년부터 늘어날 거다. 문제는 2026년부터 2029년까지가 ‘대춘궁기’라는 거다. 그때까지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 앞으로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고 할 때 청약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을 텐데 청약 제도는 어떻게 바꿔야 하나?
“확실히 공급된다는 것, 그 집이 싸고 편하고 좋다는 것, 내가 당첨될 확률이 높다는 게 확인되면 지금 당장이 아니라 다음에 사면 된다. 그러려면 청약제도를 바꿔야 한다. 공공분양은 순차제로 수분양자가 결정된다. 전용 40㎡ 초과는 청약저축 납입 총액이 많을수록 당첨된다. 월 인정액이 예전엔 10만원이었고 지금은 25만원이다. 오래 꾸준히 넣은 사람은 납입인정금액이 많아서 제일 좋은 주택을 고를 수 있다. 40㎡ 이하는 납입 기간(횟수)으로 따진다. 민간분양은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로 매기는 84점 만점 가점제로 운영된다. 청년들은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 순차제 비중이 너무 높으면 아무리 기다려도 차례가 오지 않는다. 그래서 2·4 대책 때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비중을 높이고 추첨제를 도입해 청년층에게 분양의 기회를 넓혔다.
분양주택도 로또가 돼서, 이혜훈 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논란처럼 점수만 잘 받으면 10억원, 20억원씩 시세차익을 가져가게 해서는 안 된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을 받더라도 시세와의 차익은 나누는 설계, 시세차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제도를 새로 설계를 해야 한다. 특히 강남 민간분양주택은 무주택 기간, 청약 기간, 가족 수로 계산된 점수에 따라 입주자가 결정된다. 가족 수가 갑자기 늘어날 수도 없다. 요즘 같은 때 33평에 부모 모시고 대가족이 같이 사는 게 현실적인 모습인가? 결국 불로소득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없으니, 정교한 설계 없이 운에 맡기거나 비현실적인 점수에 의존하는 거다. 운에 따라 배분하지 않으려면 정교하게 시세차익과 분양자 선택을 설계하면 된다. 시세차익은 덜 갖되 경쟁이 낮은 선택지도 만들어야 한다. 분양주택을 매각 시에 시세차익을 공공이 회수하는 주택을 분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회수된 이익은 주거뉴딜기금 같은 데로 편입해서 활용할 수 있다.”
― 개발이익이 수도권에만 몰린다는 문제도 있다.
“공공주택 공급의 90% 이상, 사실상 거의 전부가 수도권에 집중된다. 그러면 개발이익은 수도권 사람만 갖는다. 지방 사람은 아예 청약 기회가 없다. 사회 정의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래서 당초 주거뉴딜을 제안할 때 수도권의 개발이익을 떼어 지방에 나눠주는 제도를 시행하자고 했다. 지방에 100만호 정도를 짓는 200조원짜리 프로젝트였는데 안타깝게도 추진하지 못했다.”

― 김윤덕 전 장관이 용산공원 일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방안을 꺼냈다가 오세훈 시장과 평행선을 달렸다. 도심 유휴부지 활용은 어떻게 보나?
“나는 ‘빈 땅 찾아 집 짓자’는 얘기를 싫어한다. 그게 제일 쉬워보이니까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는 하다. 어디 어디에 빈 땅이 있는데 그것을 목록으로 만들고 우선순위를 결정하면 주택공급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서울에서 빈 땅이 빈 땅으로 남은 데는 다 사연이 있다. 그 사연 때문에 개발하지 못 했던 거다. 1만평쯤 되는 땅이면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 주민들 모두 저마다 구상이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유치하자, 병원을 짓자, 문화관이나 전시관을 짓자며 공약도 했을 거다. 그런데 느닷없이 거기에 공공주택을 짓는다면 주민들이 쉽게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나?
“2020년에 5·6, 6·17, 7·10 대책이 잇따라 발표되었는데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기획재정부와 청와대까지 전면에 나서 획기적인 주택공급 방안으로 8·4 대책을 발표했다. 태릉골프장, 과천 정부청사 앞 부지, 서초 조달청 부지, 국립외교원 부지, 엘에이치 서울지역본부, 서부면허시험장 같은 곳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오늘날까지 한 부지도 제대로 개발되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동일한 부지가 반복해서 후보지로 발표되고 또 다른 대책에서 발표되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 2026~2029년을 ‘대춘궁기’라고 했다. 부동산은 심리가 중요한데, 3년이든 5년이든 기다리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주면 지금의 수요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이 정부에 가장 필요한 게 뭔가?
“저렴한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빈 땅 찾기가 아니고,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 열심히 짓겠다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다.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이 서울에 땅이 어디 있냐고 물을 때 ‘여기, 여기’라고 지목하는 방식은 그 땅에 주택이 건축되면 더는 지을 땅이 없게 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서울엔 역이 325개 있다, 역마다 얼마씩 지으면 전체 어느 정도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다, 준공업지역 600만평 가운데 100만평을 과감하게 풀겠다, 저층주거지는 이 모델로 하면 신속하게 지을 수 있다’는 게 필요하다. 어떤 식으로 할 거냐고 물을 때 개략적인 설계도를 그려서 보여주고, 여기서 얼마짜리 주택을 누구에게 공급하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아, 그럼 얘기가 되네, 기다려도 되겠네’ 할 거다.
그런데 빈 땅만 자꾸 찾으면 목록만 쭉 나열된다. 이 땅도 안 되고 저 땅도 안 되고 결국 다 소진되면 더 이상 공급이 없게 된다. 그러면 지금 주택이 제일 싼 거다. 지금이 제일 싸다고 여기게 하면 안 된다. 또 지금 오 시장처럼 평당 1억원짜리를 막 지어내는 구상만 발표되면 ‘우리 집도 1억원이 되려나’ 하게 된다. 싼 주택이 어떻게든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제일 어려운 게 청년과 신혼부부다. 이들이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 대책처럼 저렴한 주택으로 다세대 빌라를 공급하는 것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 어디 사냐고 물을 때 ‘빌라’라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만족할 만한 주거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결혼도 꺼리게 된다. 어디 사냐고 물으면 ‘우리 집은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데야’, ‘우리는 타운하우스야’, ‘우리는 반려견 키우는 테마형 주택이야’ 이렇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 ‘멋있다, 놀러 갈게’ 한다. 카페도 있고, 서점도 있고, 매주 명사를 불러 특강과 세미나를 하는 곳, 그런 특화형 주택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사업성이 없으면 지원해 주면 된다. 대출이 안 되면 엘에이치가 토지비나 건축비를 대출해 주고, 미분양이 나면 엘에이치가 사주겠다고 매입확약을 해주고, 정 안 되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엘에이치가 참여하게 되면 사업구조가 안정되고 금리가 확 떨어질 수 있다. 이렇게 새로운 주택정비와 공급모델을 무궁무진하게 만들 수 있는데 왜 기존 방식만 고집하면서 열심히만 하나? 하던 방식 그대로가 아니라 다르게, 새롭게, 새로운 모델로 개혁적인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같이 모여 어떻게 하면 될지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누군가 명쾌한 답을 내놓는다. 새로운 개발모델이 작동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 사업 추진에 병목이 무엇인지를 계속 찾다 보면 해법이 나온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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