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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September 24, 2026

[AI 시대 한국 사회를 다시 설계하자]‘혁신’이란 이름의 수업…학생은 데이터가 아니고 교사는 관리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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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문제는 교육 목적·근거·권리·책임
‘맞춤 교육’ 전제, 학생 데이터 수집
더 적은 양으로 목적 이룰 순 없는지
다른 방식 학습권 어떻게 보장할지
학습 평가·교사 역할도 신중히 봐야

AI 도입 전 교육 효과 검증 거치고
교사에겐 활용 방법 살필 시간 부여
학생도 정책 평가하는 당사자 돼야
‘무엇을 기술에 맡길까’ 묻기 전에
‘무엇만큼은 맡길 수 없는지’ 논해야

언제부터 좋은 수업의 기준이 ‘학생이 무엇을 배웠는가’가 아니라 ‘인공지능(AI)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가’가 되었을까? 수업 앞에 ‘AI 기반’이라는 말이 붙으면 혁신적으로 여겨지고, 책과 유인물, 화이트보드, 대화와 관찰을 중심에 둔 수업은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취급되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2026년 교육부 업무계획’은 학생과 교사가 AI를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교육을 첫 과제로 내세우며 ‘AI를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학교 생태계’를 제시했다. 동시에 ‘AI 교육자료’는 학교가 자율적으로 선택한다고 했다. 그러나 AI의 보편적·일상적 활용 자체가 국가 목표가 되면 학교와 교사의 선택은 ‘지금 이 상황에서 AI를 사용해야 할까’가 아니라 ‘어느 제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로 좁아질 수 있다.

문제는 AI를 사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다. 어떤 교육적 목적을 위해, 어떤 근거에 따라, 누구의 권리와 책임 아래에서 사용할지를 기술 도입보다 먼저 물어야 한다.

한국의 AI 교육 정책은 이미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유네스코는 2025년 한국의 AI 디지털교과서와 디지털 튜터 정책을 논평하면서, 교육에서 AI가 차지해야 할 위치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중한 흐름과 긴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서 과감한 기술 변화가 사실상 거대한 실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였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지난 5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진 ‘AI 체육 수업’을 소개했다. 이 수업에서 센서는 학생의 운동 횟수와 시간을 세고, 바닥에 투사된 게임은 정답률과 반응 속도를 기록하며, 스마트워치는 심박수를 측정했다. 데이터가 쌓이면 학생마다 필요한 운동을 제안할 수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런 기술이 특정한 상황에서 도움을 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운동을 배우기 위해 학생의 몸과 활동을 그처럼 세세한 데이터로 바꾸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체육 수업에서는 친구와 몸을 부딪치고 규칙을 바꿔가며 협력하고, 실패와 망설임도 겪는다. 이런 배움의 상당 부분은 센서로 측정하기 어렵다. 측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교육적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측정 가능한 것만을 학습의 증거로 삼을 때 무엇이 교육에서 사라지는지를 물어야 한다.

데이터 문제는 기술을 도입한 뒤 해결할 부수적인 문제가 아니라 출발점이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 25호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관련 권고는 아동 최선의 이익, 데이터 최소 수집과 목적 제한, 아동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 차별 없는 접근과 증거 기반 정책을 강조한다. 교육에서의 디지털 기술 사용 역시 교육적 목적에 의해 정당화되어야 한다. 최근 영국의 생성형 AI 에듀테크 아동권리 감사에서도 효과 검증의 부족과 함께 불투명한 학생 데이터 처리, 광고와 추적, 기술의 설계와 평가에서 아동의 관점이 배제되는 문제가 지적됐다.

따라서 학교에서 AI를 사용할 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동의서를 받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이 정보는 정말 필요한가, 더 적은 데이터로 같은 교육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가, 누가 데이터를 보유하고 결합하며 언제 삭제하는가, 학생이 사용을 원하지 않을 때 다른 방식으로 배울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AI 디지털교과서가 2025년 의무적인 ‘교과서’가 아닌 선택 가능한 ‘교육자료’로 지위가 바뀌었지만, 더 많은 개인 데이터가 더 좋은 맞춤교육을 만든다는 전제는 여전히 정책 곳곳에 남아 있다.

AI 활용 교육의 효과에 관한 근거는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OECD의 ‘디지털 교육 전망 2026’은 생성형 AI를 이용한 ‘과제 수행’과 실제 ‘학습’을 구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면 당장의 수행 결과가 좋아질 수 있지만 그것이 학생의 지식과 기능 습득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고등학생 대상 실험에서도 일반형 GPT-4를 사용한 학생들은 연습 성과는 높아졌지만, AI 없이 치른 시험에서는 비사용 집단보다 성취가 17% 낮았다.

AI 교육 효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널리 인용되던 연구 자체도 검증 과정에서 흔들리고 있다.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 연구진은 2025년 51편의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을 통해 챗GPT가 학습 성과와 고차적 사고 등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린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2026년 4월 메타분석의 불일치로 분석과 결론의 타당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학술지 편집자의 판단에 따라 철회됐다. 챗GPT가 학습에 효과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AI 활용의 교육적 효과가 입증됐다고 서둘러 선언하기보다는 독립적인 검증과 재검토가 중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의미가 있다.

평가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AI로 매끈한 글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글쓰기 평가를 포기하거나 모든 학생에게 손으로 쓰게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글쓰기는 자료를 찾고 의심하고, 초고를 고치고, 반론에 응답하며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는 과정이다. 평가도 최종 산출물 하나보다 결과에 이르기까지 거친 출처 확인과 초고 작성, 수정의 이유, 대화와 구두 설명을 함께 참고하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는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의 과제는 물론, 대입을 포함해 완성된 답안 하나로 학생의 능력을 판정해온 평가 방식 전체를 다시 묻게 한다.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AI 자동 채점이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도 AI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를 기준으로 출제와 채점이 이루어지게 되어 평가의 본질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역할도 재검토해야 한다. 학교에는 기기와 소프트웨어 활용을 지원하는 ‘디지털 튜터’까지 배치되고 있다. 이런 지원 노동은 필요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미 도입된 기술을 어떻게 잘 작동시킬지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언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판단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이다.

특히 교사가 ‘지식 전달자’에서 ‘데이터 기반 학습 코치’로 진화한다는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위험하다. 교육학은 오래전부터 교사를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의 촉진자, 중재자, 학생과 함께 학습을 만들어가는 존재로 이해해왔다. 교사의 전문성은 대시보드의 빨간 경고를 읽는 능력이 아니다. 어떤 학생에게 지금 설명이 더 필요한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한지, 정답을 알려줄지 함께 헤맬지, 무엇을 평가하고 무엇은 평가하지 않을지를 책임 있게 판단하는 능력이다. 플랫폼이 목표와 경로, 피드백을 미리 정하고 교사는 결과를 확인하는 사람으로만 남는다면, 교사는 사라지지 않더라도 전문성이 약화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맞춤학습’이라는 약속 역시 신중하게 보아야 한다. 최근 에듀테크 연구에서는 ‘포용’이라는 교육적 가치가 접근성 기능, 콘텐츠 형식, 대시보드와 체크리스트처럼 제품으로 구현하고 확인하기 쉬운 형태로 번역되는 경향에 그칠 수도 있음이 관찰되었다. 그러나 포용은 기술의 내재적 속성이 아니라 사람의 돌봄과 교육적 판단을 통해 성취되는 일이다.

기술이 오히려 학습 격차를 확대할 수도 있다. 2026년 영국 중등학교의 적응형 문해력 플랫폼을 관찰한 루이즈 쿠세이루 등의 연구에서는 기초적인 읽기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인터페이스의 지시 자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학생들은 실제 학습보다 점수와 연속 정답을 높이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공략했다. 문해력 문제를 해결한다는 교육 플랫폼이 그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문해력을 이미 전제한 탓에 생긴 문제이다. 이 연구는 AI 시대 디지털 격차는 기기 보유 여부만이 아니라 기술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문해력과 사람의 도움을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나라들이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때 학교의 전면적 디지털화를 추진했던 덴마크는 최근 초등 저학년에서 다시 종이를 적극 활용하며 발달 단계와 수업 목적에 따라 도구를 고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읽기 자체가 목적이라면 종이를, 그래프를 활용한 토론이 목적이라면 소프트웨어를 택하는 식이다. 이는 디지털 기술을 버리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다. 최신 기술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기 위한 수업인가’를 다시 도구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한국 교육의 재설계도 정책 결정 순서를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학교에 도입하기 전에 교육적 효과와 데이터 수집의 영향을 기술 기업의 자체 연구가 아닌 독립적인 연구로 검증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교사와 교수에게는 AI 활용 연수뿐 아니라 AI를 사용하지 않을 권리, 교육과정과 학생 상황에 따라 활용 여부와 방법을 판단할 시간과 권한을 보장해야 한다. 학생 역시 보호의 대상이나 학습 서비스의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술과 교육 정책을 평가하는 이해당사자로 참여해야 한다.

AI 리터러시는 정답을 잘 얻는 사용법만을 뜻하지 않는다. 적어도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그것은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에 질문을 던지고, 누구의 가치와 이해관계가 그 기술에 들어 있는지 살피며, 다른 선택을 상상하고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 시대 교육 혁신은 AI가 불가피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기술에 맡길 것인가’를 묻기 전에 ‘무엇만큼은 기술에 맡길 수 없는가’ ‘무엇은 데이터로 만들지 않을 것인가’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 학생은 측정 가능한 데이터만으로 설명되는 존재가 아니며, 교사 역시 그러한 데이터를 시각화해 보여주는 대시보드의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현선

[AI 시대 한국 사회를 다시 설계하자]‘혁신’이란 이름의 수업…학생은 데이터가 아니고 교사는 관리자가 아니다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및 동 대학원 디지털미디어교육전공 교수로, 유아·아동·청소년의 디지털 미디어 문화와 디지털 아동기·양육,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기반의 비판적 AI 리터러시와 에듀테크를 연구한다. 미디어리터러시연구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 디지털 아동 우수연구센터의 협력연구원으로 디지털 아동기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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