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가면 꼭 사왔던…서른다섯 살 ‘도쿄바나나’ 어떻게 태어났을까
우리는 왜 도쿄를 다녀와서 ‘바나나빵’을 사올까? 도쿄바나나는 여행 선물의 성공한 브랜딩의 한 예가 될 수 있다. 그레프스톤 홈페이지
일본 도쿄 여행 후 가족이나 회사 동료에게 건낼 선물용 과자하면 단연, 도쿄바나나(東京ばな奈)다. 부드러운 카스텔라 사이에 바나나 커스터드 크림을 넣은 도쿄 바나나가 올해로 35주년을 맞았다는 소식이다. 누적 판매량이 20억개라니 도쿄를 대표하는 선물용 과자로 꽤 오랜 시간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 도쿄바나나는 기존의 ‘여행 선물’이라는 영역을 넘어 브랜드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 9월 17일에는 하네다공항 제1터미널 출발 게이트 라운지에 브랜드 최초의 상설 카페 ‘TOKYO BANANA Cafe Stand’를 열었다. 같은 날 이케부쿠로역에서는 인기 캐릭터 ‘치이카와(먼작귀)’와 협업한 기간 한정 매장도 문을 열었다.
‘치이카와×도쿄바나나’ 팝업스토어가 이케부쿠로역에 문을 열었다. 기존의 도쿄바나나를 캐릭터 상품과 결합해 젊은 소비자와 새로운 접점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쯤에서 문득 궁금해진다. 지역 특산품이라면 으레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이나 유명한 명소와 연결되기 마련이다. 도쿄바나나는 다르다. 도쿄에서 바나나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바나나에서 특별히 ‘도쿄다움’을 찾기도 어렵다. 지역과의 뚜렷한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바나나맛 빵이 어떻게 도쿄를 대표하는 여행 선물로 자리 잡게 됐을까.
도쿄바나나 생산 기업 그레프스톤의 홍보 담당자 고다 슈시로는 한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989년 제품 개발 당시 목표가 “‘도쿄를 대표하는 새로운 시대의 선물’을 만드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도쿄에는 홋카이도의 유제품이나 시즈오카의 후지산처럼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뚜렷한 대표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고민이 출발점이었다.
그들이 선택한 재료는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바나나였다. 바나나는 일본 내 그 어느 지역의 특산물도 아니지만 ‘세대와 지역을 넘어 익숙한 맛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도쿄바나나 공식 자료를 보면 어린 시절부터 친숙했던 바나나의 맛을 활용해 ‘누구에게나 그리운 맛’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도쿄는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도시인 만큼 특정 지역의 향토음식보다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익숙한 맛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즉 ‘도쿄에서만 나는 바나나’를 찾은 것이 아니라 ‘바나나에 도쿄라는 이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지역성을 만든 것이다.
‘역과 공항에서만 살 수 있는 과자’라는 공식도 한몫했다. 그레프스톤의 연혁에 따르면 도쿄바나나는 1991년 11월 출시됐고, 1992년 하네다공항과 도쿄역 키오스크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여행객이 도쿄를 떠나기 직전 들르는 장소에 일찌감치 자리 잡은 셈이다.
귀국길 선물은 여행 중 즐기는 음식과 구매 방식이 다르다. 여행을 마치고 집이나 직장으로 돌아가는 순간 가족과 동료를 떠올리며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도쿄바나나가 35년 동안 ‘도쿄에서 사 오는 과자’로 살아남은 것도 결국 이 조건과 맞닿아 있다. 특별한 지역색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름과 모양, 맛만으로 여행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 어쩌면 오래 사랑받는 여행 선물의 조건은 거창한 특산물이 아니라 ‘그곳에 다녀왔다는 기억을 한 손에 담아 건넬 수 있는가’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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