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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조작기소특검법, 진보 정권의 ‘마진콜’이 되지 않기를 [논설실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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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작기소 특별검사법 통과를 알리는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 화면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조작기소 특별검사법 통과를 알리는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 화면을 휴대전화에 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니얼 카너먼. 어제(6일) 범여권의 조작기소특별검사법 강행 처리를 보며 기자의 뇌리에 스친 이름이다. 2024년 세상을 떠난 행동경제학의 큰 별. 노벨 경제학상 수상에 빛나는 그의 ‘전망이론’은 인간이 이득 앞에서는 안전을, 손실 앞에서는 도박적 선택을 하는 현상을 포착한다. 바로 ‘손실회피 편향’이다. 주식 투자로 1만원을 번 기쁨보다 1만원을 잃는 고통이 2배 더 크게 다가온다는 것. 영화나 미드에 종종 등장하는 대사인 “Cut your losses!”는 이런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경고하는 생활 속 지혜의 표현이다. “본전 생각하지 말고 빨리 손절해!”

특검법을 둘러싼 논란은 올해 내내 끊이지 않았다. 태생부터 한 사람을 위한 위인설법이라는 비판이 논란의 본질. 하나가 더 보태졌다. 그 막대한 규모. 파견 검사 20명을 포함해 최대 309명이 최장 200일간 수사할 수 있는 항공모함급. 수백억 원의 혈세는 논외로 하자. 검경 캐비닛에 쌓였던 장기 미제사건을 꽤 많이 풀어낼 귀한 수사력이다. 특검법 통과를 지켜보며 기자는 왜 특검의 이해관계자(대통령과 여당)들이 처리를 서둘렀는지 배경을 곱씹었다. 여러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감정적 접근이 아닌, 뭔가 체계적인 이론의 틀로 우아하게 설명하는 해석이 카너먼의 손실회피 통찰 같다.

먼저 대통령과 여당이라는 이해관계자의 입장에서 그 위험 징후를 살펴보자.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멈춰 선 각종 재판은 퇴임 후 재개된다. 이 리스크가 감당 불가한 손실로 다가올수록 이해관계자들은 성공적 국정 관리와 레임덕 최소화, 지지율 상승이라는 정도(正道)를 우회할 지름길을 택할 유혹이 커진다. A(국민 전체를 보는 긴 호흡의 정공법)를 택하면 B(공격적 사법리스크 해소)를 희생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상충)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해관계자들의 조급한 태도에는 매몰 비용의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 사법리스크 대응에 소진한 돈과 인적 자원, 무형의 정치적 자산이 상당하다. 국민의 눈에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매몰 비용이 명백한데, 이해관계자들은 이를 회수 가능한 자산으로 보는 것 같다. 피고인의 법률 대리인으로 뛰었던 인사들이 현 정부에서 고위 관직에 속속 등용되는 행태가 그 방증이다. 이해관계자는 관직 등용이라는 추가 베팅으로 자신의 대리인들에게 이연된 보상을 하는 모습이다. 법률 방어 진지를 ‘정부 시스템’에 이식하고 게임의 판돈을 키우는 인상을 준다.

특검법 강행이 위험한 손실회피 편향임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판단 지점은 대통령의 위험추구 성향이다. 여론의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을 말한다. 여태껏 실패한 개각 인사에서 국민이 자주 목격했던 면모다. 한 예로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야권에서도 말이 많았던 이혜훈 전 의원을 발탁했다가 고배를 마셨다. 대체 왜 이 선택을 고집하는지 여당 내에서도 물음표가 컸다. 얼마 전 법무부 장관으로 낙점한 김승원 후보자 사례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오빠 로비’ 논란 속 인사청문회까지 강행했지만 결국 비난 여론을 뚫지 못했다. 국정 지지율 급락의 신호탄이자 대통령의 위험추구 성향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이해관계자들이 손실회피 편향을 가리키는 또 하나의 키워드, ‘6월 지방선거’다. 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심상찮은 여론의 흐름을 살피는 듯한 기색을 보였다. 그래서 봄날에 발의한 조작기소특검법의 처리를 선거 뒤로 미루고 ‘원점 재검토’라는 입장을 내걸었다. 그리고 선거 결과가 나왔다. 압승의 기대는 고사하고 핵심인 서울시장 자리마저 야당 후보에게 내줬다. 심지어 여당 후보는 일찌감치 대통령이 “일 잘한다”며 힘을 실어준 ‘명픽’ 인사였다. 누가 봐도 정부 정책과 여당을 향한 심판의 성격.

그런데도 지난 5개월의 반성과 성찰 움직임이 무색하게 여당은 특검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이해관계자들이 뭔가 심한 조바심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할 것이다. 패배의 원인이 됐던 베팅 기법을 다시 꺼내 시도하는 건 도박장에서 돈을 잃은 플레이어에게서 표출되는 손실회피의 전형이다.

마지막 키워드로 친명 진영에 논란의 이름인 ‘유시민’이 있다. 그는 연초 여당 내에서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모임이 포착되자 이를 “미친 짓”이라고 지적했다. 더 무슨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진보 진영 내부에서조차 매몰 비용의 함정에 빠져 정치적 오판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을 것이다.

경제신문 독자들이라면 손실회피의 오류를 극복하는 수칙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락장에서 ‘물타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과감한 ‘손절매’로 피해를 확정 짓는 결단, 그리고 계좌를 수시로 들여다보며 일희일비하지 않는 냉정함이다. 본전 생각에 사로잡혀 무리수를 두면 결국 계좌 전체가 파산에 이른다.

정치 역시 다르지 않다. 잠재한 사법리스크라는 손실을 회피하려고 이해관계자들은 특검법이라는 과감한 물타기에 들어갔다. 문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선출직 권력이 일으키는 손실회피 편향이 개인의 재산 손실 차원을 넘어 나라 시스템 전반을 파국으로 몰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 운영을 지켜보며 실망한 민심은 진보 정권의 정치적 자산까지 강제 청산하는 마진콜을 통보할 것이다. 때마침 2028년 총선이 다가온다. 조작기소특검법이 불행한 마진콜의 출발점으로 한국 정치사에 기록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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