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총리 자격으로 야스쿠니 ‘공물 봉납’…외교부 “유감”
올해도…야스쿠니에 보낸 총리의 화분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에 지난 17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명의로 봉납한 마사카키 화분(왼쪽)이 놓여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사진)의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에 “깊은 실망과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뜻을 재차 밝혔다.
외교부는 18일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지도급 인사들이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외교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국가 간, 국민 간 신뢰에 기반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구축해나가기 위한 중요한 토대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제사)를 맞아 ‘내각총리대신 다카이치 사나에’ 명의로 ‘마사카키’ 공물을 봉납했다. 마사카키는 비쭈기나무 화분 형태의 제사용 공물을 말한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는 19일까지 이어지는 예대제 기간에 직접 참배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패전일인 지난 8월15일에는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공물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당시 직접 참배하는 대신 멀리서 신사를 향해 절을 올리는 ‘요배’를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예대제 기간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교도통신은 한국,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전까지 매년 봄·가을 예대제나 8월15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2차 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다.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반발한 이후 현직 총리가 참배한 적은 없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하며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역대 총리가 봄·가을 예대제에 공물을 봉납해온 통상적인 관례에 따라 공물을 봉납한 것일 뿐 이번 건이 외교적 상황을 고려한 행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미·일관계가 크게 돈독하지 않고 중국과의 갈등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재임 기간 직접 참배에 나서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비롯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7일 같은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무라야마 담화는 전후 50년인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했다.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2005년 잡지 ‘세이론’ 기고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두고 “이 분별 없는 견해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범죄국가의 국민’으로 자손을 옭아매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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