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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부채 장사, 우산 장사 [헬로, 크립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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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야구 경기 중 오라클 파크에 칼시 광고가 걸려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9월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야구 경기 중 오라클 파크에 칼시 광고가 걸려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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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현 | 우석대 겸임교수

 부채 장사 아들과 우산 장사 아들을 둔 엄마는 비가 오면 부채가 안 팔려 걱정, 날이 개면 우산이 안 팔려 걱정이었다. 아들 둘을 두고도 엄마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었다. 동화는 생각을 뒤집으라 가르친다. 비 오면 우산 아들이 웃고, 맑으면 부채 아들이 웃는다고. 그런데 금융의 눈으로 보면, 이 엄마는 위험을 빈틈없이 흩어놓은 솜씨 좋은 투자자다. 두 아들의 운명이 서로 엇갈리게 움직이니, 집안 전체의 벌이는 외려 날씨를 타지 않는다.

한쪽이 손해 보면 다른 쪽이 이익을 내 서로 상쇄한다. 날씨가 어떻든 가족 살림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헤지’(hedge), 곧 위험 분산이다. 헤지는 본래 울타리를 뜻한다. 손실이 번지지 않게 둘러치는 울타리인 셈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 울타리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다. 자동차보험, 생명보험, 바다에서 화물이 가라앉을 때를 대비한 적하보험이 다 그렇다. 적은 보험료를 내고 큰 위험을 떠넘기는 거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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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보험의 울타리가 모두를 감싸지는 못한다. 유가가 오를지, 전쟁이 끝날지, 이번 주말 비가 올지 같은 위험에는 마땅한 보험이 없다. 큰 기업은 선물이나 파생상품으로 이런 위험을 넘긴다. 하지만 날씨 하나에 매출이 출렁이는 동네 가게에는 그런 수단이 멀다. 거리에 시위가 번져 유리창이 깨진 작은 가게도, 대기업과 달리 보상의 울타리 밖에 놓이기 쉽다. 손님이 끊긴 하루를 보상해 줄 보험은 어디에도 없다.

요즘 그 빈자리를 예측시장이 파고든다. 선거나 스포츠 승패에 돈을 거는 곳으로 유명한 칼시, 폴리마켓 같은 곳들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는 추운 날 손님이 줄 것 같으면, 칼시의 날씨 상품에 건 돈으로 매상을 메운다. 하루 20달러 안팎을 걸어 월세의 40% 이상을 건진다고 한다. 뉴욕의 한 술집은 지역 농구팀이 결승 1차전에서 이기면 술값을 공짜로 쏘겠다고 내걸고, 그 비용을 칼시에 미리 걸어두었다. 마침 팀은 경기에서 이겼고, 술값 손실은 칼시가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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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시에서 기관 영업을 이끄는 앤디 로스를 최근 싱가포르에서 만났다. 그는 칼시의 고객층에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호르무즈해협 시장을 확인하는 대형 원유 트레이더도 있지만, 이렇듯 작은 가게들까지 아우른다며 자랑했다. 최근엔 ‘작은’ 위험에 맞는 예측시장 상품 검색에 특화된 인공지능 도구까지 나왔다.

따지고 보면 이는 보험업의 본령을 시장 형식으로 옮긴 것이다. 위험을 분석해 값을 매기는 일을, 보험사의 계산 대신 ‘군중의 지혜’에 맡긴다. 수많은 참가자가 돈을 걸어 만든 확률이 곧 위험의 가격이 된다. 방식도 간명하다. 보험은 손해를 입증해야 보험금을 받지만, 예측시장은 ‘비가 왔다’는 사실 하나로 정산된다. 손해 사정도, 지루한 심사도 없다. 보험사 문턱을 넘지 못하던 작은 가게가, 큰 기업과 같은 저울을 쥐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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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보편적이진 않다. 결국 도박 아니냐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거래 대부분은 여전히 스포츠 베팅이다. 전쟁의 향방이나 누군가의 생사에 돈을 거는 상품까지 나와 윤리 논란도 빚었다. 미국에서도 규제 소송이 줄을 잇는다. 금지한 나라도 많다. 한국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8월 폴리마켓 차단을 의결했다. 국내법상 도박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위험을 다루는 연장이 하나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부채와 우산, 두 아들을 둔 엄마에겐 새 선택지가 생겼다. 두 아들을 잘 타일러 힘을 합치게 한 뒤, 일기예보가 가리키는 쪽으로 장사를 몰아주고, 예측시장에 가서 반대편 날씨에 돈을 걸어두는 것이다. 동화는 관점을 바꾸라 가르쳤다. 예측시장은 그냥 돈을 걸라 한다. 그것이 위험을 막는 울타리일지, 한낱 노름판일지는 아직 나라마다 답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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