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심폐소생 가능합니까?”…전문가 3인이 꼽은 반등 조건 [증시 긴급진단]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중국 메모리 기술 추격, 코어위브 사태와 연계된 미국 빅테크 투자 축소 우려 등)과 미국 금리 상승 부담, 외국인 매도세가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당분간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지만 AI 투자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면 연말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다만, 반등 시점과 회복 속도를 놓고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린다. 11월 초까지 약세가 이어진 뒤 연말 반등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있는 반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외국인 매수세 회복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매경AX는 21일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빈센트(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에게 최근 증시 급락 원인과 남은 4분기 전망, 반등 조건을 물었다.
-최근 국내 증시 급락의 원인은 무엇인가.
박 센터장은 “AI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앤트로픽의 3분기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기에 한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으로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도가 나왔지만 이를 받아줄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어 하락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유 센터장은 “매크로, 실적, 수급 측면에서 악재가 집중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며 “국내에서 수급 주체도 부재해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빈센트 연구원은 “반도체와 AI (산업) 성장의 지속성에 대한 의구심에 고금리 부담과 외국인 매도가 지속되며 나타난 조정”라며 “코어위브 등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의 자금조달 부담이 향후 투자와 반도체 주문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상황에서, 외국인 매도를 소화할 수급 부족이 낙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어 “AI 투자에 대한 신뢰가 다시 회복되고 시장을 뒷받침할 매수세가 유입되는지가 이번 조정의 기간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4분기 코스피는 어떤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유 센터장이 제시한 코스피 예상 범위는 5150~7200이다. 상단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5.5배, 하단은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한 수치다.
그는 “11월 초순까지는 약세를 예상하지만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연말까지 안도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가 해소된 가운데 장부가치와 시장가치가 동일한 PBR 1배 수준은 지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현재 주가는 (기업의) 이익창출력에 대비 이미 저평가된 수준”이라며 “10월 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AI 서비스 업체들의 매출 성장 회복을 통해 AI 투자 수익성이 확인되는 것이 반등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수익성 우려가 이어지고 미국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위험까지 겹치면 변동성이 길어질 수 있다”면서도 “큰 그림에서 AI 혁명은 유효한 만큼 중기적으로 핵심 수혜 기업의 가치는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빈센트 연구원은 급락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하는 ‘루트(√)형’ 주가 흐름을 예상했다.
그는 “AI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유지되는 가운데 외국인 매수가 재개되고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주주환원 확대가 이어진다면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 부담과 AI 투자 위축 우려가 지속되고 수급 개선도 지연된다면 상승 탄력은 다소 제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시가 바닥을 찍고 본격적으로 반등했다고 판단할 신호는 무엇인가.
세 전문가 모두 AI 투자 수익성과 반도체 기업의 실적, 외국인 수급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꼽았다.
박 센터장은 “가장 중요한 신호는 AI 투자의 지속성과 반도체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10월 말 빅테크 실적에서 AI 수익화 전략을 살펴보고 중기적으로는 앤트로픽 등 AI 서비스 업체의 매출 성장률 회복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고 미국 금리 고점이 확인되면 추세적 반등의 여건이 갖춰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센터장은 “AI 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가이던스(기업의 향후 실적 전망)가 상향해야 한다”며 “외국인의 순매수 복귀와 통화긴축 우려 완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빈센트 연구원은 “바닥 형성은 매도 압력이 줄고 악재에도 저점이 쉽게 낮아지지 않는 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추세적인 반등을 위해서는 미국 국채금리와 신용스프레드가 안정되고 반도체 이익 전망이 유지되고,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져야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언제 진정될까
박 센터장은 외국인 매도가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구조적으로 빼내는 움직임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외국인 매도는 주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차익실현과 위험 관리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은 AI 주도로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중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 흐름에서 수급은 펀더멘털을 따라오는 만큼, 반도체 이익 체력이 재확인되면 수급 공백도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추가 자사주 매입 여부를 수급 개선의 변수로 꼽았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종료가 임박했다”며 “오는 27일 실적 발표에서 추가 매입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은 앤트로픽 상장 전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센트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는 한국 증시 비중 조정과 함께 AI·반도체에 대한 위험 노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겹친 것”이라면서 “개인과 연기금의 매수 여력에도 제약이 있어 국내 수급 공백이 단기간에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와 유가, 환율이 안정되고 반도체 이익에 대한 신뢰가 회복이 필요하다”면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이행이 매수 기반을 보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줄 변수는 무엇인가.
세 전문가 모두 미국 금리를 가장 중요한 변수로 지목했다.
박 센터장은 “대규모 AI 투자가 미국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고 AI 투자 상당 부분이 차입에 의존하고 있어 고금리가 투자 위축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정학적 위험으로 국제유가까지 오르면 추가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고 이 경우 단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AI 투자는 기업 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고금리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기적으로는 매크로 변수보다 AI 투자의 수익성과 지속성 확인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센터장은 “금리는 시장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평가했다.
빈센트 연구원은 미국 국채금리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의 신용스프레드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채금리 상승은 주식의 할인율을 높여 밸류에이션을 압박하고, 신용스프레드 확대는 AI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차환 부담을 높여 AI 투자 여력과 반도체 투자 심리를 제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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