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겹치는 테네시 윌리엄스 고전 연극 잇따라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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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인간의 욕망과 결핍을 들여다보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고전 두편이 잇따라 찾아온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10월8~1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맥홀에서, ‘유리동물원’은 10월17일~11월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씨제이토월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유리동물원’은 1944년 미국 시카고 초연에 이어 이듬해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며 윌리엄스를 세계적인 극작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1947년 발표된 ‘욕망이라는…’은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겼다. 80년간 수없이 변주된 두 작품이 여전히 주목받는 건 상처받은 인물을 통해 고단한 현실을 사는 우리에게 “살아남기 위해 현실을 얼마나 왜곡하고 있는가” 묻기 때문이다.
‘유리동물원’의 무대는 1930년대 대공황기 세인트루이스다. 남편이 떠난 뒤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에 기대어 사는 아만다와 다리가 불편하고 내성적인 딸 로라, 시인을 꿈꾸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들 톰은 허름한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아만다는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하지만 그 믿음에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환상이 뒤섞여 있다. 로라는 세상과 단절된 채 유리 동물을 수집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머문다. 아름답지만 쉽게 깨지는 유리 동물은 로라 자신을 상징한다. 톰은 가족을 떠나 꿈을 좇고 싶지만 현실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들에게 집은 보호막이면서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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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작품을 전통적인 비극의 틀에서 벗어나 ‘희망’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다. 신유청 연출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처음에는 가난한 집에서 몸이 약한 딸을 시집보내기 위한 과정을 그린 ‘소개팅 극’ 같은 외피만 보였다”며 “1930년대 대공황과 전쟁의 징후라는 시대적 배경을 파헤치면서 거대한 세계와 시적 상징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파국 이후다. “비극과 고난, 상처의 깨짐 속에서 빛이 들어오고 싹이 트는 것 같다. 다 사라진 가운데서 사랑이라는 싹이 피어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으로 극을 닫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성령·최정원이 아만다를, 장승조·권율·김경남이 톰을, 정운선·정새별·임세미가 로라를 연기한다.

‘욕망이라는…’에서 환상은 훨씬 거칠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충돌한다. 몰락한 남부 명문가 출신 블랑쉬는 동생 스텔라가 사는 뉴올리언스의 아파트를 찾아온다. 블랑쉬에게 화려했던 과거의 지위와 아름다움은 현실을 버티는 마지막 방어막이다. 그러나 스텔라의 남편 스탠리는 그가 만들어낸 허위와 환상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음주와 도박을 일삼고 폭력적인 스탠리는 자신의 집과 아내를 지키려는 강한 소유욕으로 블랑쉬의 환상을 무참히 깨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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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은 블랑쉬에 집중해온 기존 해석에서 물러나 스탠리를 전면에 세운다. 조금희 연출은 지난달 20일 “이번에는 스탠리의 폭력성과 야만성, 부족한 연민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스탠리는 낙오되고 소외된 인물에게 어떠한 연민이나 동정심도 없이 그를 깨부순다”고 설명했다. 스탠리 역에 송일국, 블랑쉬 역에 송선미가 출연한다.
한국 관객은 두 작품에서 낯설지 않은 현실을 마주할 법하다. ‘유리동물원’의 아만다 가족은 세대 갈등, 진학·취업·결혼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의 충돌, 사회에 적응 못하고 집에만 머무는 청년의 모습과 겹쳐진다. ‘욕망이라는…’의 블랑쉬와 스탠리 역시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과거의 영화와 지위에 집착하거나, 자신의 생존과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타인의 취약함을 공격하는 현실 속 누군가와 중첩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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