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이혼 청구’부터 2심 쟁점…유책 배우자 아닌데 이혼해야 할까?
스마일게이트 창업주인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 겸 희망스튜디오 이사장. 연합뉴스
역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 판결이 나온 스마일게이트 창업주 권혁빈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씨가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이혼 자체가 가능한지’를 놓고 다시 다툴 전망이다. 권 CVO가 자신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다며 혼인 유지를 강하게 원하고 있어서다. 법조계에선 이혼제도의 오랜 논쟁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다시 주목받을 것이란 관측이 5일 나온다.
이들의 이혼소송은 이씨가 2022년 권 CVO를 상대로 이혼과 재산 분할을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1심은 지난달 9일 “혼인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파탄에 이르렀고 책임은 대등하다”며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재산분할 비율은 이씨 35%, 권 CVO 65%로 정했다. 이씨가 받을 재산은 약 2조5500억원으로 국내 이혼소송의 최고 재산분할 액수다. 두 사람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선 재산분할에 앞서 이혼 청구부터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권 CVO 측은 “가정의 유지를 바라는 가장”이라며 이혼하지 않겠다며 항소했다. 특히 자신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없는데도, 이씨의 일방적 연락 차단과 소송 장기화에 따른 별거 등 소송 이후 사정을 이혼 근거로 삼은 1심 판결에 문제를 제기했다.
법조계에선 1심이 혼인 관계의 회복 가능성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파탄주의적 요소’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 권 CVO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데도 쌍방 책임으로 혼인 관계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보고 이혼을 인용했기 때문이다.
한쪽 배우자가 이혼을 원치 않을 때, 관계 파탄 책임을 가려 이혼을 막을지 아니면 이미 깨진 관계로 보고 이혼을 인정할지는 이혼 소송의 오랜 논쟁이었다. 대법원은 1965년 이래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를 채택해왔다. 2015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대법관 7 대 6으로 유책주의를 유지하기로 했다.
반면 ‘파탄주의’는 혼인 관계가 이미 깨졌다면 책임과 무관하게 이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2015년 전합 당시 다수의견은 파탄주의를 도입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봤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여성 배우자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이혼당하는 이른바 ‘축출 이혼’을 막고, 가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다만 최근 하급심에선 부부의 실제 생활을 고려해 이혼을 인정하는 파탄주의적 판결이 점차 늘고 있다. 유책 사유가 뚜렷하지 않아도 한쪽 배우자가 이혼을 원할 경우, 회복 가능성을 따진 뒤 민법 제840조 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적용해 이혼을 인용하는 방식이다. 권 CVO의 1심 재판부도 이 조항을 근거로 이씨의 이혼 청구를 인용했다.
하급심 판례의 흐름에는 달라진 사회상이 배경으로 꼽힌다. 부부간 경제적 격차가 줄고 각자 재산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다. 이에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유책주의의 필요성도 과거보다 약해졌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A변호사는 “하급심에선 사실상 파탄주의를 반영해 이혼 청구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유책이 확실한 사례에선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식으로 유책주의의 큰 틀을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B변호사도 “과거엔 유책을 입증하는 ‘한방’이 없는 한 일방이 이혼을 원치 않으면 법원도 이혼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며 “요즘은 별거 기간이나 자녀 양육 상황 등을 살펴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황혼 이혼처럼 여전히 경제적 격차가 큰 경우도 많아 파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사건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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