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내가 뛸게, 광고는 AI 분신이”…축구선수 ‘디지털 쌍둥이’ 시대
호주 축구대표팀 크리스티안 볼파토가 자신의 AI 초상권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의 캘런더 그룹과 계약한 뒤 제작한 AI 이미지. 볼파토의 얼굴과 모습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생성했다. 크리스티안 볼파토·캘런더그룹·인스타그램·가디언디자인
축구선수의 또 다른 ‘나’가 경기장 밖에서 24시간 활동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호주 축구대표팀과 이탈리아 세리에A 사수올로에서 뛰는 크리스티안 볼파토(22)는 최근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 신체 이미지 등을 AI로 구현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계약 상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AI 스포츠 권리 관리업체 캘런더(Callandor)다. 캘런더는 볼파토의 디지털 외모와 목소리, 생체정보, 경기 데이터 등을 활용해 AI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회사는 이를 ‘합성 쌍둥이(synthetic twin)’라고 부른다.
실제 선수가 촬영장에 가지 않아도 AI로 만든 분신이 광고에 출연하고, 여러 언어로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이다. 볼파토가 승인한 범위 안에서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고 발생한 수익을 선수와 회사가 나눈다.
공개된 영상에는 여러 명의 ‘AI 볼파토’가 등장한다. 흰색 정장을 입고 호주 해변을 걷거나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대형 전광판에 등장하는 모습도 모두 인공지능이 만들어냈다.
선수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 훈련과 경기, 이동 때문에 광고 촬영 시간을 내기 어려운 프로선수 대신 AI 분신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사업 범위는 광고보다 넓다. 캘런더는 선수의 AI 분신이 여러 언어로 팬과 대화하거나,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축구를 지도하는 서비스도 구상하고 있다. 아직 상당수 사업은 시험 단계다.
볼파토만 이런 움직임에 나선 것은 아니다. 캘런더는 브라질 출신 축구선수 조르지뉴와 미국 요트 선수 크리스 풀 등과도 관련 계약을 맺고 있다. 네이마르 역시 자신의 AI 이미지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 바 있다.
선수들이 AI 권리를 선점하려는 이유는 수익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스포츠계에서는 선수의 동의 없이 얼굴이나 목소리를 AI 광고와 영상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호주풋볼리그(AFL)는 이달 베팅업체 스포츠벳이 선수들의 AI 이미지를 허가 없이 사용하자 중단을 요구했다.
축구계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콜 파머와 루시 브론즈, 카일 워커 등은 AI 딥페이크로부터 선수의 얼굴과 이름,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 강화를 요구하는 캠페인에 참여했다.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와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도 이를 지지했다.
문제는 기술 발전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인물과 AI 영상을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반면 기존 초상권과 저작권만으로 AI 복제물을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선수들은 그래서 AI 활용을 막는 대신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을 먼저 관리하고 판매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기장에서는 실제 선수가 뛰고, 온라인에서는 AI 분신이 광고하고 팬을 만나는 구조다. 볼파토의 계약은 스포츠 선수의 권리가 사진과 영상에서 얼굴, 목소리, 생체정보와 경기 데이터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캘런더라는 회사 이름은 판타지 소설 ‘시간의 수레바퀴’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검과 같다. 정당한 소유와 힘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회사 사업과도 묘하게 맞물리지만, 실제로 소설에서 이름을 따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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