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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September 30, 2026

“대학생도 힘든데…아이들의 꿈을 ‘직업’으로 환원시키는 학교, 적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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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속한다는 것’ 저자인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전주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세계에 속한다는 것’ 저자인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전주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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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의 청소년들이 입시경쟁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주 일부의 삶에만 관심을 기울이거나 혹은 청소년의 삶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는 어른들의 시각에서 계속해서 말해지고 쓰여진다. 청소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른들은 자신이 말하는 바가 너무 안일하거나 진부하거나 지나치게 안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6월 펴낸 책 ‘세계에 속한다는 것’에서, ‘안이한 어른들’을 이 세계에 속해 있지 못한 ‘평범한 아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사회과학 서적이지만 통계나 해외사례 같은 건 거의 인용하지 않는다. 대신 2003년부터 2022년까지 다양한 연구를 위한 현지조사로 인연을 이어온 수십명의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 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평범한 아이들의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어른들이 만든 학교가, 한국 사회가 ‘무언가 심각하게 잘못되었다’는 직관적이고 묵직한 슬픔을 마주하게 된다.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는 ‘창작과 비평’ 가을호 서평에서 그 슬픔을 이렇게 표현했다. “사회과학 책을 읽다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의 동요를 여러번 겪었다. 신참자들의 생애를 통해 한국사회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지난 22일 전주 전북대학교에서 조 교수를 만나, 우리의 학교가 어떻게 체계적으로 실패하고 있으며,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어른이 되는지를 들어봤다. 국가교육위원회가 2028~2037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교육체제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지금, 한국 사회가 ‘너무 근본적’이라는 이유로 미뤄온 학교의 구조적 부정의에 대해 사유해 볼 적기이기도 하다. 조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는 통치성의 맥락에서 본 가족·인구·교육이다. 한국 중등교육의 불평등을 조망한 ‘학교실패와 상징폭력’(2024)으로 한국사회학회 논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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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의 저서 ‘세계에 속한다는 것’. 생각의힘 제공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의 저서 ‘세계에 속한다는 것’. 생각의힘 제공

―책에서 학교를 테니스 코트에 비유했다.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고, 노력하면 대학에 진학해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때의 평등은 우리 모두가 테니스 코트에 입장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의 평등이다. 테니스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 테니스 경기의 규칙을 모르는 사람, 테니스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품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모두 ‘평등하게’ 코트에 입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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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세계에 속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평범한 아이들이 테니스 코트에서 게임할 수 없는 지를 밝히기 위해, 피에르 부르디외의 ‘일루지오’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영역이나 분야를 뜻하는 ‘장’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장에서 통용되는 ‘자본’을 추구한다. ‘일루지오’는 어떤 장 안에서 추구되고 있는 자본이 가치 있다는 믿음, 그것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이 의미있다고 느끼는 열망을 뜻한다. ‘아비튀스’는 특정 장에서 작동하는 원리와 질서에 대한 체화된 감각이다. 장의 구성원이 아닌 사람에게는 장 안에서의 경쟁도, 장의 자본도 의미를 갖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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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테니스 코트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테니스 코트의 일루지오와 아비튀스를 체화한 아이들에게 테니스는 흥미진진한 스포츠다. 그것이 없는 아이들은 테니스 코트 한복판에 그저 서있을 뿐이다. 인간이 평등한 존재라는 근대의 약속과 그 약속을 배반하는 실제 세계의 간극이 가장 집약되어 있는 곳이 학교다. 물론 테니스 경기에 몰두하고 있는 아이들도 ‘다음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을까’ 불안을 느낀다. 다만 나는 테니스에 관심도 없이 코트에 서 있는 아이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 그 불안을 생산해내는 구조에 대해 얘기한다. 최근에는 청년들도 불안을 개인의 내면과 정서 차원으로 환원시키는 치유 문화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경험이나 정신과적 진단명을 동원해 개인적 차원의 치유를 얘기하는 것보다, 사회 구조에 대해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통용되는 일루지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교육 장의 일루지오는 학업성적이나 입시에 대한 열망만이 아니라 학업적·지적·인격적 성취에 대한 열망, 상급학교에 대한 기대, 진로에 대한 포부 등을 포괄한다. 특정한 생활태도, 자기규율, 미래에 대한 기대, 지적·학업적 성취에 대한 열망, 그것을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기꺼이 지연시킬 수 있는 인내심 등은 교육 장의 내기물인 학력자본을 획득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교육 장의 일루지오는 현실적으로 상당 부분 가족에서 형성되는데, 학교와 교육 장이 이를 상쇄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 오히려 여러 제도와 질서가 차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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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장의 일루지오를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학교는 어떤 의미인가.

“현실의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학교의 역할은 교과목 학습만이 아니다. ‘밥’과 ‘소속(아침에 일어나서 어딘가 갈 곳)’이 중요하다. 수업은 견디는 시간이다. 10년 전에는 아이들이 잠을 많이 잤는데, 요즘에는 학교에 잘 안 나오거나, 왔다가 빨리 간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전국의 학교에서 실제로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교육 장의 구성원이 되게 만들 것인가, 어떻게 일루지오를 형성하게 할 것인가의 차원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 그럼에도 한국 중등교육의 문제가 주로 입시경쟁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현상은 교육현실을 더욱 왜곡하는 결과를 낳는다.”

―학교의 평가와 선발 기능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학교는 세 가지 기능이 있다. 첫째, 구성원을 사회화하고 시민으로 만드는 역할. 둘째, 선발과 사회적 위치·기회의 배분. 셋째, 특정한 능력이나 선발 결과의 정당화.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저서 ‘능력주의의 부상’에서 보편교육의 확대가 학교의 선발 기능 전면화로 이어진 사회를 풍자했다. 특히 한국은 학교의 선발 기능이 다른 모든 기능을 완전히 흡수하는 상황이고, 그 결과는 정당하니까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심하다. 마이클 영의 역설처럼, 학교가 선발과 배분 기능을 넘어 그것이 정당한 것이라는 믿음까지 심어줬을 때, 실패는 완전히 개인의 책임으로 귀속된다.”

‘세계에 속한다는 것’ 저자인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전주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세계에 속한다는 것’ 저자인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전주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특히 상대평가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학교는 높이 평가할 만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일상적으로 분류한다. 유독 한국에서는 암묵적이라기보다는 명시적인 평가와 분류가 학교 교육의 중심을 차지하는데, 상대평가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한국의 고교 내신등급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제도는 학생 각자의 학업적 성취와 무관하게 동급생 및 수능 응시자 사이에서의 상대적 위치에 따라 등급과 (표준)점수를 결정한다. 아이들은 이런 비가역적 분류 질서에서 매순간 분류당하면서 성장한다. 인간은 게임의 룰을 벗어날 수 없을 때, 룰을 수용하고 경쟁과 위계를 당연시하는 구조를 강화한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최대치의 좋은 사회란, 공정하게 분류하는 ‘공정한 사회’ 아닐까? 앞선 세대가 이렇게 압도적인 교육의 선발 기능과 분류 체계를 만들어놓고, 이제 와 공정을 요구하는 청년을 비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어떤 제도나 정책의 대안은 매우 조심스럽다. 하지만 학교의 기능이 사회화와 시민의 형성, 교양 교육에 있다는 데 동의한다면, 적어도 상대평가만큼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상대평가는 교육의 본질이 평가고 선발이라고 선언하는 제도다. 절대평가 제도로 바꿀 때 혼란이 있겠지만, 부작용을 보완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사실 상위권 경쟁은 어느 사회나 치열하다. 한국사회에서 서연고, 의치한약수 경쟁을 교육 정책의 중심에 놓는 건, 대다수 학생들을 논의의 지평에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입시는 별개로 논의하고, 중등교육의 본질에 집중해 고등교육에 종속되지 않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그러라고 만든 거 아닌가?”

―박근혜 정부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유학기제와 학생부종합평가 등 ‘꿈과 끼’를 기르고, 평가하는 방향으로 교육제도를 설계해 왔다. 그런데도 입시 경쟁을 완화하지는 못했는데.

“후기 자본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교육·취업·결혼·출산으로 이어지는 생애경로가 붕괴됐다. 지도와 나침반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설계해야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존의 암기식 평가·선발 방법의 정당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아이들의 꿈과 잠재력을 발견하는 것이 정당한 선발의 방법으로 간주됐다. 보수는 인적 자원 개발의 측면에서, 진보는 학생 중심 교육의 측면에서 꿈과 끼 교육의 정당성을 찾았다. 한국사회의 대학 서열과 노동시장 격차 같은 구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교육개혁을 수행하는 것 같은 착시 효과가 있었다. 결국 테니스 경기의 결과로 아이들을 선발할 거라면, 적어도 학교는 모두에게 테니스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꿈과 끼를 개발한다면서 문제를 회피하거나 우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다수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주문하는 것은 공허하고, 비현실적이며, 탈맥락적이라고 지적했는데.

“첫째, 학교에서는 꿈을 직업이나 진로에 대한 포부로 환원시킨다. 대학생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중고등학생에게 꿈을 특정 직업이나 진로로 구체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둘째, 학생부종합전형은 진로와 관련한 일관적인 서사를 평가함으로써, 꿈을 평가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셋째, 학생들의 불안을 엄청나게 심화시키고 있다. 아이들은 꿈이 없거나 바뀌는 것 자체를 자기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한국 사회는 꿈을 직업으로 환원시키지만, 꿈꾼다고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성적과 대학 같은 서열화된 분류 질서 안에서 꿈을 가지라는 얘기가 무슨 뜻일까? 아이들은 직관적으로 꿈을 자격의 문제로 받아들인다. 진로 교육이 의미 있으려면, 아이들에게 ‘네가 도달할 수 있는 목적지부터 결정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지도를 넓게 보여주고 가능한 여러 길이 있다고 알려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세계에 속한다는 것’ 저자인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전주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세계에 속한다는 것’ 저자인 조은주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22일 전주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대다수 학생들이 학교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의 존재 의의는 무엇이어야 할까?

“학생들이 미래를 전망할 수 없고 자기 삶에 자신이 없는 건, 학교 바깥의 보상구조의 격차가 극단적으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학생 중 한명은 아무 모자람이 없는데도 스무살 전에 죽고 싶다고 한다. 학교 바깥의 보상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학교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고, 아이들의 불안도 줄지 않는다. 학교는 조기에 적절한 개입을 통해 가족이 사적으로 물려주는 것을 공적으로 가르쳐주는 곳, 시험 보게 하고 분류하는 곳이 아니라 교육하고 배우는 곳으로 남아야 한다. 이게 실제로 작동하려면 아침에 눈떠서 가는 곳, 몇학년 몇반에 속해서 가족 바깥의 어른이나 친구들과 건강한 관계맺음이 일어나는 곳이어야 한다. 학령기 인구가 줄고 있는 건 한편으론 굉장히 좋은 기회다.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고,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이 세계에 속하지 못한 아이들이 주축이 됐을 때,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세계에 속한다는 것, 그 세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학교에서 ‘세상에 내가 속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걸 배우고 내면화하면서 어른이 된다. 어디에도 속하기 어렵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이 세계로부터 철수한다. 고립·은둔 청년이나 ‘쉬었음’ 상태, 가족 형성의 기피 같은 현상도 그 맥락에서 질문해볼 수 있다. 반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가 속할 곳을 찾기도 한다. 타자에 대해 혐오적이고 배제적인 정치 집단이나 특정 커뮤니티에서 소속감을 찾거나, 온라인 공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 같은 다양한 사회 문제적 현상들의 토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국 사회에 속해 있고 저 사람도 나와 같은 세계에 속해 있다고 느껴야 연대감을 가질 수 있고,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헌신도 가능하다. 학교를 포함한 모든 제도가 그것을 계속 파괴하고 있다.”

―사회과학 책을 이야기로 풀어간 이유가 있나.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굉장히 깊은 슬픔이 있다. 사람들도 그 슬픔을 느끼길 바랐다. 슬픔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한다. 인간이 평등하다는 생각, 인간 사이의 연대는 길러져야만 하는 감각이다. 린 헌트의 ‘인권의 발명’이라는 책을 보면, 18세기 서구에서 평범한 여성, 심지어 하녀 신분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서한소설이 귀족과 평민, 남성과 여성, 성인과 아동의 경계를 넘어 공감대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금 이 아이들이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감각을 가지려면, 이야기를 통해 이런 종류의 슬픔, 뭔가 잘못됐다는 감각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아이들을 통해 비좁고 편협한 세계를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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