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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16, 2026

‘큰 일’은 여자가…전국 최초 ‘해녀 출신 어촌계장’이 바꾼 것들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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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성정희 어촌계장(75)이 무작정 바닷속으로 뛰어든 건 서른넷 때였다. 부산에서 하던 젓갈 유통 사업이 망해 고향인 구룡포읍으로 돌아왔다. 일곱 살 아들과 여섯 살·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서였다. “아이 셋 딸린 여성을 받아주는 일자리가 없더라고예. 해녀는 열심히 한 만큼 소득도 있다 생각해서 시작했어예.”

세 아이를 먹여 살리려고 시작한 물질은 42년째 이어지고 있다. 동료 해녀들의 어려움을 모아 정책에 반영하고, 직접 잡은 수산물을 제값에 팔 길을 열면서 그는 해녀들의 삶을 바꾸는 지도자가 됐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성정희 어촌계장(75)이 구룡포읍 바닷가에서 웃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성정희 어촌계장(75)이 구룡포읍 바닷가에서 웃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성 계장은 15일(현지시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처음 선정한 ‘농수산식품 시스템·농어촌 개발 여성 인재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한 여성을 뽑은 것으로, 한국인 선정자는 성 계장이 유일하다. FAO는 신규 해녀의 전문성 향상과 해녀 문화 전승을 지원하고, 해녀의 지식과 문화, 생계를 지키는 데 힘쓴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이탈리아 로마 FAO 본부를 방문한 성 계장은 이날 통화에서 “애틋하고 삶의 무게감을 더 느낀다”며 “저평가받는 해녀가 ‘선호 직업’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늦깍이 해녀’ 성 계장의 첫 물질은 쉽지 않았다. 다른 해녀들이 수산물을 ‘한 망티기’ 잡아 올릴 때 그는 겨우 하나를 건졌다. 동료들은 그를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자신이 잡은 전복을 기꺼이 내어줬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성정희 어촌계장((맨 오른쪽). 본인 제공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성정희 어촌계장((맨 오른쪽). 본인 제공

해녀들이 잡은 수산물은 가족을 먹여 살리고 지역 경제를 지탱했지만 이들의 처우는 열악했다. 탈의실이 없어 임시 천막 안이나 바위 뒤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정부에 목소리를 내는 어촌계는 선주나 어선 어업에 종사하는 남성 위주로 운영됐다. ‘천한 직업’이라는 편견에 해녀라는 사실을 숨기는 이들도 있었다.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고 해녀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각 지역에 해녀 지원 조례가 생겨났다. 그러나 현장의 요구와 동떨어진 지원도 적지 않았다고 성 계장은 말했다. 해녀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책을 요구하기 위해 그는 직접 어촌계장에 출마했다.

2021년 성 계장은 경북 최초의 해녀 출신 어촌계장이 됐다. 공동 어장을 이용하는 어업인들을 대표하는 자리지만 여성 계장은 드물다. 남성이 대다수인 수협 지역 간부나 이장이 겸업하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2024년 7월 기준 전국 어촌계장 2079명 가운데 여성은 67명에 불과하다.

성 계장이 주력한 일은 수산물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그동안 해녀들이 잡은 수산물은 중간상인이 모아 공판장으로 넘겼다.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하는 해녀들은 가격 협상에서 불리했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자신이 잡은 수산물이 최종적으로 얼마에 팔리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성정희 어촌계장이 지난 7월 어촌계 사무실에서 집무하고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성정희 어촌계장이 지난 7월 어촌계 사무실에서 집무하고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성 계장은 해녀들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구룡포 해녀복지비즈니스타운’ 직판장을 만들었다. 해녀들이 수산물 가격을 주도적으로 정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해녀 대상 심폐소생술 교육을 제안한 것도 성 계장이다. 결혼 전 간호사로 일했던 그는 물질 중 심정지가 온 동료 해녀를 살린 적이 있다. 이 일을 계기로 응급처치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해양경찰은 각 어촌의 해녀들을 대상으로 응급처치 교육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의 목소리는 작아도 여러 사람이 단체를 만들어 한목소리를 내면 더 큰 힘이 되리라 생각해요.”

성 계장은 경북도 해녀협회를 조직해 회장을 맡고 있다. 해녀학교를 통한 물질 전수, 어업 부산물을 활용한 공예 교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로 요리하는 교실 등을 통해 해녀 문화를 지역 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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