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래동 골목사진전…쇠락한 부산 원도심, 조선소 마을에 기억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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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담벼락과 가파른 골목길, 다닥다닥 붙은 집 지붕 너머로 부산항과 원도심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산 영도구 봉래동 마을. 골목 입구에서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면 옛 한진중공업(현 에이치제이(HJ)중공업) 조선소가 나온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 이곳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던 삶의 터전이었다. 하지만 조선업 쇠락과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 노동자들이 하나둘 떠나갔고, 마을엔 쓸쓸한 빈집들만 남았다.
쇠락해 가던 이 골목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이들이 있다. 전국의 노동 현장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기록해 온 사회적 다큐멘터리 사진가 집단 ‘비주류사진관’이다. 이들은 2023년 6월부터 이곳에서 ‘봉래동 골목사진전’을 열고 있다. 골목 풍경과 사진 속 주민들의 얼굴이 조금씩 변해가는 동안, 사진전은 마을과 이웃의 삶을 기록하는 또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골목을 내어주는 데 기꺼이 동의한 주민들의 마음이 더해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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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사진관은 “올해 사진전에서는 이 마을 골목 곳곳에 작가 16명의 작품 173점이 내걸렸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재개발로 사라져가는 골목의 찰나를 기록한 김지원 작가의 ‘골목의 시간’, 동료 노동자들의 땀방울을 담은 류호규 작가의 ‘함께하는 사람들’, 주거 불평등의 현실을 포착한 정남준 작가의 ‘사라지는 마을, 남겨진 안부’ 등 노동, 주거, 공동체 기억을 다룬 다양한 작품들이 골목을 채운다. 또 김지원, 김유진, 누이, 류호규, 박경민, 박하린, 심수환, 이연승, 이온화, 전병철, 정남준, 정민정, 정세동, 최인기, 허지희, 황상윤 작가들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골목길이라는 특성에 맞춰 전시 사진들은 비바람에 강한 포맥스 액자로 제작해 담벼락에 고정했다. 텅 빈 집 한곳에는 텐트천을 활용한 대형 걸개사진을 걸어 골목 전체를 하나의 미술관처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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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사진관 대표인 정남준 작가는 “단순히 사진을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개발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지역 공동체의 기억과 삶의 흔적을 지키려는 작은 문화적 저항”이라며 “앞으로도 이 골목의 기록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방문객들이 이곳을 천천히 걸으며 감상한 뒤 돌아가는 길에 자신이 살아온 동네와 이웃 얼굴을 한 번쯤 떠올려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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