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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8, 2026

‘일잘러 이재명’ 시즌2는 시스템으로 [아침햇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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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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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일 잘한다는 평을 들었다. 경기도 하천·계곡의 불법 시설을 1년 만에 말끔히 정비한 사례는 지금도 회자한다. 그런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주요 정책이 잇따라 꼬이며 궁지에 몰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모처럼 시동이 걸린 자본시장 개혁의 기운을 꺼뜨릴 뻔했다. 실거주 중심 부동산 세제 개편은 비거주 1주택자 공제 축소안을 발표 29일 만에 거둬들였다. 농지 전수조사는 역풍을 맞고 용두사미가 됐다. 지방 행정과 국가 운영은 역시 다른 것일까?

다르다. 시장과 도지사는 직접 챙기고 몰아붙이는 방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국가는 그 규모를 넘어선다. 대통령 한 사람의 속도와 판단에 기대면 그것이 곧 국정의 병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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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전수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2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조사는 법 개정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경자유전이라는 헌법 원칙은 분명했지만, 고령·상속 농지의 현실을 살피는 설계와 절차가 없었다. 반발이 커지자 정부는 7개월 만에 물러섰다. 원칙이 있어도 이를 정책으로 번역하는 과정이 없으면 밀어붙이기가 된다. 반대로 원칙이 없으면 정책은 표류한다. 농어민과의 신뢰 회복을 이유로 연내 가입 신청 방침을 접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그런 예다. 통상국가로서의 비전과 전략보다는 농지 조사로 악화된 농심 같은, 그때그때의 현안과 여론이 기준이 된다.

‘일 잘하는 이재명’이라는 명성을 국정에서도 입증하려면, 개인의 돌파력을 넘어 정교한 시스템을 앞세워야 한다. 정책의 명확한 목표 설정부터 예상되는 부작용 검토, 복잡한 이해관계자 조율, 치밀한 추진 절차까지 정책의 전 프로세스가 오차 없이 돌아가도록 시스템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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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보여주기식 지시에서 밀도 있는 숙의로 회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대통령 주재 회의부터 줄여야 한다. 정책은 장차관과 실국장들이 치고받으며 다듬어야 한다. 대통령이 회의에서 결론부터 내놓으면 그 과정이 통째로 생략된다. 국무회의도 차관회의 등에서 조율한 안건을 집중 논의해 결정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생중계도 줄여야 한다. 공개해야 할 것은 결정과 그 근거이지 토론 과정이 아니다. 카메라 앞에서 장관이 대통령에게 토를 달기는 어렵다.

둘째, 정제되지 않은 언어의 직거래를 멈추고 메시지를 전략적으로 통제해야 한다. 대통령의 직접 소통은 이 정부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회의 석상이나 엑스(X)에 불쑥 던진 말이 그대로 정책이 되고 프레임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부분 농촌 지역에서 땅값이 떨어지는데도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됐다”는 대통령의 말로 농지 조사가 시작되면서 이 정책은 농지 소유자를 투기꾼으로 간주하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농지 이용 실태 파악은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 와중에 동력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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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 사관학교 통합도 마찬가지다. 국방부는 합동성과 미래전 대비를 명분으로 반대론을 설득하려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쿠데타를 무려 세번이나 한 중심이 육군사관학교”라며 통합을 서두르라고 하자 정책은 ‘육사 벌주기’로 읽히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국방부가 쌓아온 명분을 허물었다. 메시지는 시간을 두고, 참모의 검토를 거쳐 내야 한다.

셋째, 충언을 개인의 용기가 아닌 ‘레드팀’이란 제도로 보장해야 한다. 새 비서실장의 과제도 거기에 있다. 농지 전수조사는 여러 경로로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청와대에서 걸러지지 않았고, 주무 장관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정책실 아래에 주요 정책의 부작용과 반대 논리를 발표 전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레드팀을 둬야 한다.

대통령은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직언을 들을 귀를 열어놓아야 한다. 모든 정보가 모이는 자리이니 대통령은 많이 안다. 하지만 전문가가 보기엔 넓되 얕은 앎인 경우가 많다. 지난 6일 이 대통령은 농지 태양광을 두고 “지금이 기회”라고 했다. 앞서 “송배전망만 제대로 깔리면 ‘태양광 농사’가 먹고살 길”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호남에서는 계통 연결을 기다리는 태양광 사업이 줄을 서 있다. 전기가 남아 발전기를 강제로 멈추게 하는 출력제어도 급증했다. 송배전망 확충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문제인데, 이를 어떻게 풀지 말하지 않으면 공허하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추진하는 것을 일 잘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국가 단위의 ‘일잘러’는 빨리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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