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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25, 2026

“1100만원 담보 잡히고 전국 떠돌며 일했다”···‘현대판 노예제도’ 계절노동자 착취, 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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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국적 계절노동자 하산(왼쪽)이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서 노동착취 의혹과 관련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 등을 촉구하며 관계자에게 고소·고발 서류를 전달하고 있다.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제공

방글라데시 국적 계절노동자 하산(왼쪽)이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서 노동착취 의혹과 관련한 수사와 피해자 보호 등을 촉구하며 관계자에게 고소·고발 서류를 전달하고 있다.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충남 당진으로 입국한 방글라데시 계절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고용주를 만나지 못한 채 브로커 통제 아래 여러 지역을 돌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자 무단이탈 방지에 치우친 정책에서 벗어나 국가가 모집·송출부터 고용 관리까지 책임지는 공적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대전충청이주인권운동연대 등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국적 계절노동자 하산(32)은 지난 14일 브로커와 근로계약서상 고용주 등을 상대로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계절노동자에 대한 인신매매·노동 착취 의혹을 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해 달라는 취지다.

하산에 따르면, 자신을 포함한 방글라데시 노동자 35명이 지난 4월 당진으로 입국했다. 하산은 입국 전 가족인 보증인 2명이 각각 50만타카씩 모두 100만타카, 한국 돈으로 약 1100만원에 해당하는 은행 수표를 담보로 제출했다. 노동자가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체류기간이 끝난 뒤 귀국하지 않으면 보증금을 회수한다는 데 서약도 했다.

입국 후 작성한 계약서에는 일할 농장이 적혀있었지만, 현실은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고 하산은 주장한다. 두 달 넘게 당진뿐 아니라 충남 서산·태안·홍성, 경기 안산과 전북 지역까지 이동하며 농사일을 했다는 것이다. 오전 3~4시면 일어나 버스를 타고 작업 현장으로 향했고, 장시간 노동과 장거리 이동 탓에 수면 부족 상황이 이어졌다.

하산은 “입국 뒤 다른 브로커에게 넘겨졌고 계약서에 써진 농장의 실제 고용주는 만나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에는 시급과 월급이 있었지만, 입국 직후 일당 8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숙박비·교통비 등 각종 비용 외에 계약서에 없는 ‘관리비’ 명목으로 매달 6만원도 공제됐다”고 말했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착취 건으로 센터를 찾아와 상담받은 계절노동자는 11명”이라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지 못해 현장을 이탈한 노동자는 20여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충청이주인권운동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절노동자 인신매매·노동착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제공

대전충청이주인권운동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4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절노동자 인신매매·노동착취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제공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농촌의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2017년 본격 도입되면서 배정 인원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외국인 계절노동자 배정 인원은 시범사업이던 2016년만 해도 261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1년 7340명, 2022년 1만9718명, 2023년 4만647명, 2024년 5만7269명으로 매년 급증하더니 지난해 9만5596명, 올해에는 11만7113명으로 불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약 449배나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계절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인권침해 사건 등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가 지난 4~6월 계절노동자를 다수 도입한 전국 29개 시·군·구의 309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인권침해 여부와 노동조건 준수, 숙소 여건 등을 점검한 결과, 24개 시·군·구 603개 사업장에서 총 663건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충남에서는 논산·서천·예산 등 3개 시·군의 135개 사업장을 점검했더니 2개 지자체의 34개 사업장에서 노동 분야 4건, 숙소 분야 49건 등 모두 53건 위반사항이 확인됐다.

계절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지만,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각 출입국·외국인청과 사무소가 지자체에 점검 결과를 공유하고 지적사항 보완을 요청했다”며 “위반 정도에 따라 고용주 벌점 부과와 지자체 주의 등 조치도 취했다”고 말했다.

피해가 끊이지 않는 배경에는 공공이 아닌 민간업체에 의존하는 인력 수급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계절노동자는 국내 지자체와 외국 지자체 등의 업무협약을 통해 시행되다 보니 모집부터 송출, 작업 배치, 임금 지급 과정에 브로커가 개입해 이익을 취하면서 노동착취가 발생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조윤희 노무사는 “근본적인 원인은 제도 운영의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정책 초점이 노동자 이탈 방지에만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노무사는 “외국인 고용허가제처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운영해야 한다”며 “국가가 송출국과 브로커 개입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지자체와 관계 부처도 이탈보증금 등 각종 인권침해와 노동관계법령 위반 여부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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