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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16, 2026

유홍준, 국중박 ‘셀프 출품’ 논란…친일파 글씨인 줄 몰랐다며 내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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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뉴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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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박물관의 수장이 경매에서 단돈 5만원에 낙찰받은 자신의 글씨 소장품을 박물관 기획전에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작품이라고 스스로 추천해 출품시켰다가 친일파 인사의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시장에서 내렸다. 뒤이어 정밀조사한 결과 친일파 글씨임이 확인됐고, 이 수장은 박물관 검증이 미흡했다고 설명하며 공식 사과했으나 작품이 자신의 소장품이란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이런 내력을 지닌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의 글씨 소장품 출품 경위를 놓고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박물관 전시와 운영을 책임진 공직자가 자신의 개인 컬렉션을 스스로 추천해 전시 출품을 성사시켰는데, 이런 행보 자체가 시장에서 작품의 금전적 가치를 올리려는 의도로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 공직자의 윤리적 본령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들이 나온다. 이런 윤리적 책임 논란은 지난 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민의힘 정연욱, 조은숙 의원이 박물관 국정감사를 앞두고 박물관에서 받은 사전질의 답변자료들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답변 자료를 보면, 박물관 쪽은 올해 7월부터 열고 있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이달 25일까지)에 ‘일반시국은’(一飯是國恩·한 그릇의 밥도 나라의 은혜라는 뜻)이란 글씨 유물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 박원근(1912∼1950)의 작품이라며 출품했다가 친일파 작품이란 의혹이 일자 전시에서 배제했다. 이 뒤 박물관은 전문가 정밀 조사 결과 이 작품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박중양(1874∼1959)의 글씨로 결론 났으며, “유 관장의 소장품”이라고 밝혔다. 또 전시 경위와 소장 정보에 관해 “관장의 추천을 받아 절차에 따라 해당 작품을 차용해 전시에 활용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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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실이 15일 언론에 일제히 공개됐고, 뒤이어 문제의 작품이 2019년 온라인 경매에서 조선시대 일본통신사 일행이었던 박덕원의 작품으로 소개돼 시작가 1만원에 출품된 것을 유 관장이 5만원에 최종 낙찰받아 소장하게 됐다는 이력도 알려졌다.

친일파 박중양 것으로 판명된 서예작품 ‘일반시국은’이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공간에 내걸렸을 당시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친일파 박중양 것으로 판명된 서예작품 ‘일반시국은’이 지난 7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공간에 내걸렸을 당시 모습.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문화유산학계와 미술계에서는 이 작품이 애국지사 박원근의 글씨로 정체가 바뀐 경위와 유 관장이 전시기획을 맡은 학예사와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통하며 작품을 출품작으로 올리게 된 것인지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나왔고, 허술한 검증은 물론 관장이 소장 여부를 밝히지 않은 배경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의견들도 제기됐다. 실제로 에스엔에스(SNS)에는 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 출품을 정면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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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일반시국은’ 글씨는 전시 출품 당시 박물관 쪽이 ‘한인(韓人) 박원근’이란 글씨 왼쪽 아래의 작은 서명을 바탕으로 충북 보은 출신 애국지사 박원근이 쓴 글로 소개했고, 이를 알게 된 고인의 유족이 전시실의 작품을 찾아가 오열하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계와 미술계의 제보로 친일파 박중양이 젊은 시절 썼던 ‘박원근’이란 다른 이름으로 남긴 작품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곧장 철거됐고, 이후 검증 절차를 거쳐 박중양의 글씨로 최종 결론이 났다.

박물관은 제출 자료에서 “‘일반시국은’ 서예 작품은 유 관장이 부여문화원에 기증하기 위해 구입해 놓은 것”이라고 밝혔다. “비교할 수 있는 애국지사 박원근의 유품이 전무한 점, 소장자의 전언 등을 종합해 박원근 지사의 작품으로 판단했다”면서 “유 관장은 ‘부여군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서화, 도자기, 민속품 등 865점을 기증한 바 있으며, 추후 ‘일반시국은’ 유묵 또한 기증할 예정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유 관장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친일파 박중양 글씨라는 것을 몰랐기에 애국지사의 새로운 자료 발굴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시 끝난 뒤 부여문화원에 기증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개인 소장으로 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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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작품 소장자가 관장이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박물관 수장이자 공직자로서 윤리의식에 맞게 행동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계속 번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은 개막 한달이 지난 뒤 제보로 박중양 글씨일 가능성을 감지하고 작품을 내렸고, 9월 초 전문가 조사로 박중양 글씨임을 확인한 뒤 관장 명의의 사과문을 냈으나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란 사실은 알린 바 없다.

박물관 쪽은 당시 사과문에서 “전시품 검증 절차가 미흡했음을 반성하며 유물 내력을 다각도로 교차 검증하겠다”고 했고, 언론에 배포한 작품조사 자료에도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사실 확인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인데 미흡했다”고 밝혀놓았다. 유 관장 또한 지난달 10일 박물관에서 연 일반 대중 강연 자리에서 “유물의 정확한 의미를 읽지 못한 것은 (박물관의) 역량 부족이자 실수”라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머리 숙이며 사과했었다.

이렇게 네차례나 사과하면서도 소유자에 대한 내용을 밝히지 않은 데 대해 박물관 쪽은 “소장자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법 및 국제박물관협회(ICOM)의 표준 윤리 강령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관장이 자신의 개인 소장품을 자신의 추천으로 전시에 출품한 것은 바로 이 국제박물관협회의 윤리강령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물관 종사자의 전문적 성실성이 어떠한 사적 이익이나 행동으로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국가유산 전시기관 수장의 권위와 리더십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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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관장의 개인 소장품 셀프 추천과 셀프 출품 논란은 오는 19일 열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립중앙박물관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물관 사정에 정통한 문화유산학계의 한 전문가는 “국정감사 자리에서 유 관장과 박물관이 추천 출품 경위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 이번 논란의 파장은 당연히 관장의 도덕성과 거취에 대한 문제로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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