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서 건져올린 음식”이었는데…한판에 3만원씩 받는다고? [Book]

퀴즈 하나. 핫도그와 햄버거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많은 이들이 미국이라고 답하겠지만, 정답은 ‘독일’이다. 오늘날 햄버거 패티의 원형은 독일의 함부르크 스테이크이며, 핫도그에 끼우는 소시지의 모태는 ‘프랑크푸르터 소시지’였다.
더 쉬운 퀴즈 하나. 피자의 종주국은 어디일까. 모두들 ‘이탈리아’라는 정답을 맞힐 것이다. 하지만 핫도그, 햄버거, 피자 모두 미국에서 번성한 음식이다. 어떻게 이탈리아는 원산지를 지켜냈을까. 그리고 왜 피자는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을까.
음식 역자학자 루카 체사리의 저서 ‘피자에 담긴 세계사’는 이 같은 질문에 답하기 위해 대서양을 가로지른 방대한 역사적 기록과 구술을 넘나들며 300여 년에 깃든 피자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17세기 말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탄생한 최초의 피자는 밀가루와 채소, 올리브유로 만든 ‘흰 피자’였다. 재료가 간단한 이유는 가난한 이들이 값싸게 배를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 정세 안정으로 인구는 늘어났지만, 식량을 그만큼 확보하지 못한 나폴리 당국은 식품에 대한 ‘가격 통제’를 시행했다. 낮게 책정된 가격을 견디다 못한 농민이 도시로 몰려들었고, 얼마 안 가 도시는 빈민들로 가득 찼다. 비싼 고기는 엄두도 못낸 이들이 선택할 수 있었던 건 피자였다. 이탈리아 통일이 이뤄졌던 19세기 중반 무렵이 돼서야 나폴리 피자는 마늘과 안초비, 토마토 등을 도우에 올려 먹는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하지만 피자에 대한 국내외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빈자의 음식이란 선입견이 한몫했다. 전신을 고안한 미국의 발명가 새뮤얼 모스는 19세기 나폴리를 찾아 피자를 접한 뒤 다음과 같이 일갈한다. “하수구에서 건져 올린 빵 조각.”
피자의 중흥기는 미국에서 찾아왔다. 통일이 이뤄졌던 19세기 중후반에도 이탈리아는 여전히 가난했고, 국민은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들이 만든 피자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빨간 피자’다. 토핑의 단골 손님이었던 토마토와 치즈는, 피자보다 먼저 이민자 사이에서 자리 잡은 마카로니와 스파게티 소스의 주원료였다. 마카로니와 스파게티는 미국 내 이탈리아 공동체를 상징하는 음식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찾아온 풍요는 피자를 이탈리아 이민자들뿐만 아니라 여타 미국인을 사로 잡게 만들었다. 제조가 간단해보이지만 높은 열량과 함께 영양을 갖추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각광받았다. 특히 기술 발전이 한몫했다. 가스 화덕은 더 많은 피자를 구워냈고, 냉동식품으로 변모한 피자는 미국 가정 내 식탁에 자주 등장했다. 전후 유럽 재건을 도운 미국의 마셜플랜은 피자를 이탈리아 본토와 유럽 전역에 역수출했다. 피자의 글로벌 흥행을 이끈 나라는 미국이라는 주장에 이견이 없는 이유다.
그런데도 피자는 왜 핫도그와 햄버거처럼 미국의 음식으로 편입되지 않았을까. 이유는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결속에 있었다. 미국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기를 거부한 그들은 이탈리아 출신 피자 장인들을 중심으로 대를 이어 피제리아(피자 가게)를 운영하면서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탈리아 음식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피자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동력을 ‘유연함’에서 찾는다. 평평하고 둥근 도우 위에 무엇을 올려도 ‘피자’를 연상케 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춘 음식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피자를 구성하는지를 묻는 ‘원조 논쟁’은 무의미할까. 저자는 이를 긍정한다. “피자의 형태는 포용과 혼종을 상징한다…(중략)…이것이야말로 피자를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만든 가장 큰 힘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사랑받게 할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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