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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11, 2026

[단독] 가습기살균제 태아기 노출자 33명 피해 판정 못 받아…29명은 5년 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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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14주년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해 8월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 있다. 문재원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14주년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해 8월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피해자들의 유품이 놓여 있다. 문재원 기자

엄마 뱃속에서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뒤 태어난 ‘태아기 노출자’들이 관련 연구 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수년째 피해 여부를 판정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피해구제 제도가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손해배상 체계로 전환됐지만, 태아기 노출자들은 여전히 배상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14일 기준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신청한 8097명 중 피해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75명의 44%인 33명이 태아기 노출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신청자 중 6080명은 피해를 인정받았고, 1109명은 ‘피해 불인정’ 통보를 받았다.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되지 않은 144명과 신청을 반려하거나 철회한 689명 등을 포함해 총 8022명에 대한 판정이 완료됐다. 나머지 75명은 여전히 ‘미결정’ 상태다.

태아기 노출 미결정자 33명 중 29명(87.9%)은 피해구제를 신청한 지 5년이 넘도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신청 후 3년이 넘은 사람은 2명, 1년이 넘은 사람과 1년 이하인 사람은 각각 1명이었다.

기후부는 이들에 대해 “인과관계에 관한 연구 결과 부재로 판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태아 시절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출생아의 건강 피해와 가습기살균제 사이 인과관계를 판단할 연구 결과가 없어 피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대한 정부 조사가 시작된 지 15년,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태아기 노출자 상당수는 여전히 피해 인정 여부조차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정부는 “태아기, 영·유아기 노출에 따른 산모와 출생아의 개인별 건강피해를 종합적으로 심사해 피해를 인정 중”이라며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계질환을 인정해 치료비 등을 지원 중”이라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실제로는 태아기 노출자 다수에 대한 피해 판정이 난관에 부딪혀 있는 셈이다.

지난 8일부터 기존의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제도는 국가와 기업이 함께 책임지는 손해배상 체계로 전환됐다. 2024년 6월 대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뿐 아니라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를 불충분하게 한 정부에도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소송 없이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관련 연구와 판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태아기 노출자들은 새로운 배상체계에서도 소외될 수 있다.

어 의원은 “태아기 노출 출생아처럼 기존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피해에 대해서는 관련 연구를 서둘러 판정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판정 전에도 필요한 건강관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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