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PNDaniel Dubois vs. Fabio Wardley: Fight results as Dubois stops Wardley in Round 2ESPN DeportesCruz Azul busca salir de su mala racha ante el sotanero FC JuárezThe Jerusalem PostThe forgotten German who saved Jews in Japan - and the diary that resurfaced 80 years laterInquirerSuper Typhoon Champi to enter PAR on Oct. 20; to be named RosalZDF heuteEntdecken Sie das ZDF-NachrichtenstudioUOLO bordel de Vorcaroسكاي نيوز عربيةكارني: "حادث خطير" وراء حريق ضخم بقاعدة عسكرية في ألبرتا매일경제중국 여성들 “AI 기업 대박낼 남편감 찾아요”…美 실리콘밸리 몰린다는데中国新闻网批量“AI小海”卖惨博同情带货 哪些“姨姨妈妈”容易被收割?DW EnglishCanada: Major fire reported at military base in AlbertaInfobaeDefinición “de caño” tras una doble pared y corrida desde la mitad de cancha: los dos goles de Messi en el triunfo del Inter MiamiNew Straits TimesBursa Malaysia expected to maintain cautious bias next week on external uncertainties
The Daily Newsstand · Free, Always
Sunday, October 18, 2026

‘전기 요정’ 마법이 멈추지 않으려면

Translate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손성호 한국전기연구원 미래전략실장

지난 8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대전력망협의회(CIGRE) 총회에 참석하고 귀국하던 날이었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마치고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꼭 보고 싶었던 그림 한 점이 떠올랐다. 바로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가 그린 ‘전기요정(La Fée Électricité)’이었다. 전력 산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을 보기 위해 파리시립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제작된 ‘전기요정’은 크기가 약 600㎡에 달하는 작품으로, 그 규모부터가 압도적이다. 그림 중앙에는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신들과 그의 번개로 연결된 전기 설비들이 그려져 있고, 아래쪽에는 전기의 발전에 기여한 약 110명의 과학자와 발명가들이 등장한다. 화려한 색채로 묘사된 전기로 움직이는 도시와 사람들의 일상은 전기가 인류에게 주어진 마법 같은 선물임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림이 제작된 1937년은 전기의 보급이 산업과 일상을 빠르게 바꾸던 시기였다. 전등은 어둠을 밝히고, 전동기는 공장을 움직였으며, 전기를 활용한 새로운 기술이 생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뒤피의 그림에는 이러한 기술적 성취에 대한 찬사와 전기가 열어갈 미래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전기를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의 상징으로 본 것이다.

그로부터 약 90년이 지난 지금, 같은 파리에서 세계 각국의 전력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한 주제는 흥미롭게도 조금은 달라진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이번 CIGRE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의 변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력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과 AI를 활용한 전력망 운영 등을 주요하게 다뤘다. 특히 지난해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대정전은 전기를 충분히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공통된 화두는 점점 복잡해지는 전력 시스템을 어떻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가에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리는 오랫동안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 설비를 얼마나 더 확보할 것인가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 수요와 지역 간 송전망의 제약,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 등은 전기를 생산하는 능력 못지않게 이를 필요한 곳에 전달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으로 전력 정책은 발전 설비 확충을 넘어 전력 시스템 전체의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계통 운영 기술을 고도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이는 한편 AI를 활용한 예측과 진단 능력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고, 새로운 기술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장 제도와 규제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기술적 혁신만큼 제도적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미술관에서 본 뒤피의 그림 속 과학자와 발명가들은 전기의 원리를 발견하고, 이를 인간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켰다. 그들의 노력 덕분에 전기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일상의 기반이 됐다. 그러나 전기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을수록 잠시라도 그 흐름이 멈췄을 때 감당해야 할 대가는 더욱 커지고 있다. 90년 전에 전기가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는 마법이었다면, 이제 우리의 과제는 그 마법이 멈추지 않도록 지키고 다음 세대에 온전히 이어주는 일이다.

View the original on 경향신문 →

KioskNews shows a cleaned-up reading view extracted from the publisher’s page — the original always lives on their site,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