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강사가 해고 뒤 만난 ‘노동 연대’ [6411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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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C. 하들리 | 어학원 강사 해고자
한국에서 4년을 보내고 저는 이곳이 양극단이 공존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정이 넘칩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도움과 식사 대접을 셀 수 없이 받았습니다. 동시에 이곳은 ‘학원’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차갑고 억압적인 면도 존재합니다.
2023년 11월 울산의 한 어학원과 처음 강사 계약을 했을 때 저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바로 시작되었습니다. 한달 넘게 고용주가 어떤 연락도 하지 않더니, 제가 가르칠 수업이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이듬해 3월까지는 수업을 할 수 없다는 뜻이었고, 이는 사실상 그동안 백수 상태로 지내야 함을 의미했습니다. 그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눈치챘어야 했습니다. 근무 환경 역시 엉망이었습니다. 때로는 한국인 보조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저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매우 전문가답지 않은 행동이라고 느꼈고 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는 오히려 보조 교사의 행동이 적절하다고 답했습니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교사 평가’ 방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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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가 지난 뒤, 그 어학원과 같은 재단 산하 다른 어학원 동료들과 저는 노조 관계자와의 면담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와, 어학원에서 그 권리들이 어떻게 침해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한국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별개의 사건들로 여겼던 문제들이 처음으로 전혀 다른 각도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중요한 질문은 ‘노동자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가’ ‘권리가 지켜지지 않을 때 노동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에 가입했습니다. 긴장되기도 했지만 사쪽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성실하게 대화에 임해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는 완전히 어긋났습니다. 우리가 노조를 설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사쪽은 우리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와 임금을 포기하도록 압박받았습니다. 한 면담 자리에서는 원장이 제 휴대전화를 뺏더니 비자를 취소시키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나아가 저와 제 동료는 경찰에 고소당했고, 해고에 이르렀습니다. 사쪽은 우리가 부적격 교사라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이 해고가 노조 가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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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후 수개월 동안 실직 상태로 지내야 했습니다. 그저 근무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며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제 삶의 거의 모든 영역, 즉 직장에서의 안정감, 정신 건강, 그리고 마침내 일자리 자체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우리가 무시당한다면, 우리는 더 큰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매주 한 차례 학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우리의 투쟁을 지지하러 온 많은 노동자와 노조원 친구를 만났고, 우리 역시 그들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때로 무섭고 절망적인 곳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받은 이 연대와 지지는, 우리가 서로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었음을 알려주었고 그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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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은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각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사쪽은 우리가 보고 들은 것과 전혀 다른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우리는 즉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하기로 뜻을 모았으며, 임금체불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부디 한국 정부가 우리의 권리가 짓밟히도록 방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시련을 겪는 동안 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 때문에 저 자신을 의심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 순간마다, 우리를 위해 끝까지 함께 싸우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우리는 노동자의 권리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여러분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곳이 어디든 우리도 함께할 것입니다. 여러분은 혼자가 아닙니다. 인간답게 사는 길에 노동자는 하나입니다. 투쟁!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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