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공립대 3곳 중 1곳만 AI 가이드라인…교수·학생은 “있어도 도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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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한문학과 안하연(23)씨는 이번 학기 강의계획서를 보고 혼란스러웠다. 과제나 발표에서 인공지능(AI)이 허용되는 범위나 사용 시 불이익 기준 등이 적혀 있지 않아서다. 학교의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을 봐도 ‘인공지능은 학습보조도구로 활용하고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와 같은 원칙적 문구뿐이었다. 기준이 없다 보니 지난 학기 ‘완벽한 발표’로 칭찬받은 학생을 두고 ‘인공지능 도움을 받았다’는 불필요한 의심이 학생들 사이에 돌기도 했다. 안 씨는 “첫 수업에서 교수님이 ‘어차피 다 인공지능 쓰겠지’라고 말하면서도 활용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고, 평가방식 변화도 없었다”며 “학교 가이드라인에는 다 아는 얘기만 쓰여 있어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대학가에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이 전면화되면서 일부 대학이 인공지능 활용·윤리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지만, 교수와 학생들은 선언문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30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9월 8∼21일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 52개교를 조사한 결과, 인공지능 활용·윤리 가이드라인을 갖춘 학교는 경북대, 부산대, 서울대 등 19개교(36.5%)였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8월 마련한 ‘대학 인공지능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을 준용하는 대학은 강원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등 10곳(19.2%), 나머지 22곳(42.3%)은 마련 중이거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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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이 있어도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제정된 서울대의 ‘인공지능 가이드라인’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가이드라인은 교과목 특성에 맞게 교수자 개인이 인공지능 허용·금지 범위와 학생들의 보고 방식을 결정토록 하고 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노연숙 서울대 학부대학 강의교수는 “가이드라인이 대부분을 교수자의 재량으로 넘기고 있다”며 “교수자의 고충과 과목별 특성을 반영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용 중인 서울과학기술대의 오영진 융합교양학부 교수는 “가이드라인에 하나 마나 한 이야기들이 대다수라 활용도가 떨어진다”며 “인공지능에 맞춰 평가를 어떻게 바꿀지, 유료와 무료 사용자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지 등에 대한 고민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 가이드라인의 공백을 메우려 단과대에서 자체 지침을 만드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수업 특성에 따라 인공지능 허용 단계를 네 단계로 나누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는 지난 1학기 강의에서 인공지능 이용 과제를 무더기 적발해 부정행위로 간주한 바 있다. 박경수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학문마다 특성이 달라 하나의 문건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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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이드라인에 교수자와 학습자, 연구자와 행정직원 등 대학 구성원별로 각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는 세부 지침을 담은 경우도 있다. 고려대는 지난 4월 원칙만 담은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150여쪽 분량의 가이드북에 인공지능 허용 수준별 강의계획서 예시와 인공지능 활용 의심 과제 대처법 등을 담았다.
해외 대학에서는 인공지능 변화에 따른 대학 교육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고민한 가이드라인을 내놓기도 한다. 지난 8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엠아이티) 교육·학습·연구훈련 분야 인공지능 활용 임시위원회가 낸 보고서는 교수자가 자신이 맡은 과목을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부터 정하고, 해당 목표에 따라 인공지능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인공지능 작성 탐지 도구를 이용하는 대신 대면 감독시험과 단계별 피드백 방식으로 평가를 바꾸고, 인공지능 요금제에 따른 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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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25∼2026년 교육부가 전국 178개 대학을 대상(135개교 응답)을 조사한 결과, 가톨릭꽃동네대·경상국립대·고신대·대구가톨릭대·동아대·서울대·성균관대·중앙대·홍익대 등 9개 대학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부정행위 14건이 적발됐다. 모두 대면·실습 시험 중 적발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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