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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October 21, 2026

중동분쟁 ‘태풍의 눈’ 후티…종전 독립변수, 상황 더 얽히고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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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각)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규탄 집회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가 단검을 들고 ‘승리의 브이(V)’를 그려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9일(현지시각) 예멘 수도 사나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규탄 집회에서 후티 반군 지지자가 단검을 들고 ‘승리의 브이(V)’를 그려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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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안사르알라’(신의 조력자·후티 반군)가 중동 분쟁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예멘 내전이 재개된 이후 후티 반군은 바브엘만데브해협을 통제할 수 있는 인근 연안을 장악한데 이어 예멘 정부 쪽 근거지인 타이즈를 봉쇄했다. 여기 그치지 않고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공습해 사망자를 내며 주변국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후티가 사우디와 미국을 궁지에 몰면서, 중동 분쟁 판도를 뒤흔드는 강력한 독립 변수로 부상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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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현재 예멘 내전 상황은 어떤가?

A. 예멘 내전은 지난 7월13일 후티 쪽이 관할하는 수도 사나의 국제공항이 사우디 쪽의 공습을 받으며 재개됐다. 후티는 즉각 사우디 주요 시설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예멘 정부에 반격을 가했다. 이어 지난달 10일 바브엘만데브해협 입구의 주요 항구인 모카를 전격 장악한 데 이어 다음날에는 해협 가운데 있는 마윤(페림)섬도 점령해, 해협 통제력을 키웠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은 북동쪽 고지대에서 후티를 막으려 했으나, 후티는 약 150km에 달하는 홍해 해안선을 불과 며칠 만에 돌파하는 공세를 펼쳐서 홍해 연안 2600㎢를 순식간에 장악했다. 후티는 이달 들어서는 예멘 정부군의 최대 거점 중 하나인 타이즈에 공세를 펼치며 함락을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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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예멘 정부군은 지난 4일 전열을 재정비하고 대대적인 반격 작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후티는 지난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칼리드 국제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해, 13명이 죽고 309명이 다쳤다. 이란 전쟁 중 단일 공격으로는 걸프 아랍국가가 입은 최대 피해였다. 1932년 건국 이후 사우디는 최대의 안보 위협을 받고 있다.

Q. 전장에서 무엇을 유심히 봐야 하나?

A. 현재 핵심 전장은 타이즈다. 타이즈는 예멘의 3대 도시 중 하나다. 후티의 거점인 북부의 사나와 예멘 정부가 소재한 남부의 아덴 사이의 험준한 산악 지대에 위치해 있다. 타이즈는 2015년 초 내전이 본격화될 때부터 산악 지대를 넘어 아덴과 남쪽 해안으로 진출하려는 후티와 이를 막으려는 예멘 정부군 사이의 최전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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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타이즈는 아덴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후티에 점령·차단돼, 포위·봉쇄된 상황이다. 사우디 연합군의 공습 지원을 받는 정부군은 도로 재개통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나, 타이즈 주변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다. 후티가 타이즈를 점령하면, 정부군은 바브엘만데브해협 일대에서 반격은커녕 아덴마저도 위험하게 된다. 반후티 연합군 전체에 치명적인 패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Q. 후티가 어떻게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군사비를 투입하는 사우디 주도의 연합군을 압도하나?

A. 후티가 예멘을 넘어 중동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슬람 대의를 대변한다는 명분이다. 후티는 예멘 북부 산악에 거주하던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자이드파의 부흥 운동으로 1990년대 초에 시작됐다. 이후 예멘 분쟁을 거치면서 예멘의 정체성을 강력히 담보하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정체성에 바탕을 둔 후티 쪽의 결속력은 내전에서 외세에 의지하는 예멘 정부군이나 국가·민족적 정체성이 희박한 사우디 등 주변 국가들을 압도하는 주요 배경이다.

후티는 중동 민중 다수의 지지를 받는 ‘팔레스타인 대의’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후티는 2023년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멈출 때까지 이스라엘을 공격하겠다”고 천명하고, 이스라엘 연계 선박과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했다. 다른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서방 관계에 눈치를 보는 사이, 아랍·이슬람권 무슬림들에게 “팔레스타인을 위해 서방 패권에 직접 맞서 싸우는 유일한 집단”이라는 강력한 대중적 정통성을 확보했다.

19일(현지시각) 예멘 남서부 도시 타이즈에서 소년들이 취사용 가스통을 채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타이즈/로이터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예멘 남서부 도시 타이즈에서 소년들이 취사용 가스통을 채우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타이즈/로이터 연합뉴스

두 번째는 지정학적 이점이다. 후티가 점령·통제하는 예멘 서해안은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접하고 있다.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12~15%,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길목이다. 후티는 가자전쟁 이후 전략적 필요에 따라 해협을 통제해가며, 중동 분쟁에서 큰 지렛대를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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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이란과의 연대다. 같은 시아파의 종주국인 이란은 20년 이상 실전 경험과 독특한 무기 생산·운용 체계를 확립해, 고가의 무기에 의존하는 사우디 등에 비해 저렴하고 효율적이고, 회복력 좋은 군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후티를 포함한 ‘저항의 축’에 이를 아낌없이 전달해줬다.

Q. 후티가 어떻게 그런 군사능력을 갖추게 됐나?

A. 예멘에서는 고대 때부터 각 부족이나 종파가 자체 군대를 운용했다. 특히 후티의 중핵인 자이드파는 북부 산악지대에서 1천년 이상 종교지도자가 통치하는 전통적 자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자위력도 보유해왔다. 후티는 이런 전통을 바탕으로 내전이 본격화한 2015년부터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의 지원을 받으면서, 신축력 있는 무장력을 확보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은 내전 초기부터 후티에 미사일 시스템을 전수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의 안드레아스 크리그 교수는 “이란은 후티에게 무기만을 준 것이 아니라, 이란의 직접 지원이 끊기더라도 와해하기 힘든 토착화된 군-산 지식체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후티는 부품을 밀수·수입한 뒤 조립하는 역량을 갖춰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타격에 대한 저항력을 확보했다. 중국산 부품을 확보하는 우회 통로를 확보해, 장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자폭 무인기와 무인 수상정을 다량 확보했다.

후티의 군사능력은 정규 해군 대신 대함 탄도미사일(ASBM), 지대함 순항미사일, 자폭 드론(사마드 계열), 무인 수상정(USV), 기뢰 등을 복합 운용하는 데서 드러난다. 후티는 2023년 11월 이후 홍해·아덴만에서 처음으로 대함 탄도미사일을 실전에 투입하기도 했다.

특히, 후티는 사우디와 서방의 값비싼 고도정밀유도무기에 맞서 비대칭 무기 운용으로 극단적인 비용 소모전을 상대에게 강요한다. 후티가 발사하는 무인기는 기당 수천~수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미국이나 사우디가 이를 요격하기 위해 쏘는 패트리엇, 사드, SM-2, SM-6, 아스터미사일은 1발 당 수백만 달러에 달한다.

Q. 그래봐야 후티는 이란의 대리 세력에 불과한 것 아닌가?

A. 후티는 이란의 단순한 대리 세력이 아니다. 지난달 초 모카 등 바브엘만데브해협 연안을 장악한 후티의 공세는 앞서 8월 말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대이란 봉쇄와 고립, 즉 ‘경제추방작전’에 대한 이란과 동맹 세력의 응전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은 후티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미군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봉쇄에 집중할 때를 틈타 예멘과 홍해에서 장악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당시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두번이나 전화해 후티에 대한 미군의 직접적 공격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은 후티의 전략적 성공을 잘 보여준다.

후티 대변인 무함마드 압둘살렘은 자신들이 이란의 명령에 따른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자신들의 요구는 예멘 항구와 공항에 대한 제재 등 경제 제재 완화, 예멘 자원으로 공무원에 대한 봉급 지급 등 봉쇄 때문에 발생하는 오랜 인도주의적 위기 해결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인도주의적 요구는 이란이나 다른 쪽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가자전쟁 이후 후티는 예멘의 유일한 합법 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홍해 통제권을 영구적인 지렛대로 만들려 하면서, 사우디에 대한 폭격으로 내전 평화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이란 주도 ‘저항의 축’ 내의 위상도 전에 없이 높아졌다. 가자전쟁으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막대한 피해를 입고,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몰락한 데 이어 이란이 미국과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데 따른 반사 효과다. 이 모든 것은 이란 전쟁과 이후 종전 국면에서도 후티가 독립변수로서,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임을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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