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년 전 악학궤범, 오늘의 음악으로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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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쟁의 깊은 울림 위로 가야금의 섬세한 현이 흐르고, 바이올린과 전자음악이 그 사이를 파고든다. 장단에 몸을 실은 발레가 더해지고, 우주를 형상화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진다. 530여년 전 조선의 음악과 춤을 기록했던 ‘악학궤범’이 오늘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통음악 장단과 선율, 의식에서 비롯된 고전적 요소를 바탕으로 즉흥성을 살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온 창작 그룹 앙상블시나위가 오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엠씨어터에서 선보일 ‘조선아트북―신 악학궤범Ⅱ’ 무대다.
이번 무대는 과거의 음악을 복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조선 성종 대에 편찬한 ‘악학궤범’은 악기의 구조와 연주법은 물론 춤과 복식, 의물, 연주자와 무용수의 배치에 이르기까지 당대 음악과 공연예술을 집대성한 기록이다. 앙상블시나위는 이 오래된 기록 앞에서 “오늘의 음악인들은 무엇을 기록하고, 무엇을 미래에 남겨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조선아트북―신 악학궤범 3개년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악학궤범’이 조선시대 예술가들이 뭘 고민하고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미래에 전하는 기록의 틀을 마련했듯, 앙상블시나위 역시 전통을 재해석한 공연과 창작 과정에서 파생되는 음반·악보·논문·영상 등을 축적해 오늘의 예술을 하나의 기록물로 남기려는 시도다.

이번 공연은 프로젝트 2년차의 성과를 담았다. 1년차인 지난해 11월 서울남산국악당 공연에선 연주자들이 고문헌을 직접 읽고 토론하며 창작의 큰 방향을 모색하는 6곡을 선보였다. 올해는 연구 성과를 발전시켜 궁중 정재와 궁중음악, 풍류와 장단, 성음 등 전통 요소를 다양한 변주를 통해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데 강조점을 둔 7개의 작품을 올린다. 연주자들이 창작한 곡의 의미와 가치를 직접 관객에게 소개하고, 전통악기와 서양악기, 한국무용과 발레,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가 한데 어우러진 공연을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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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 ‘한양풍류’에선 우리 고유의 향악기와 중국에서 전래한 당악기가 함께 연주되던 ‘향당교주’ 선율을 현대적 앙상블과 춤으로 재해석한다. 전통이 외부 음악과 만나며 변화해온 역사를 되짚는 동시에, 지금 음악 역시 다양한 요소의 결합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물의 유희―수룡음’에선 전통 선율과 발레의 만남을 시도한다. 물결처럼 유연하게 변화하는 음악과 발레의 몸짓을 통해 전통음악에 내재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고정된 형식과 익숙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전통음악을 움직임과 감각의 차원에서 새롭게 경험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기록 방식에 주목한 ‘나비’는 프로젝트의 문제의식을 한층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전통음악을 전자음악, 미디어아트와 결합해, 과거의 음악이 책과 악보를 통해 전해졌다면 오늘의 창작은 영상과 온라인 아카이브를 통해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확장하고 기록하는 새로운 악학궤범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 ‘은하수―종묘제례악’ 종묘제례악의 장중함과 우주의 이미지를 결합한다. 국가적 의례와 제례에서 연주됐던 종묘제례악을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바라보며, 시대를 넘어 이어지는 기억과 전통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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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엔 앙상블시나위의 신현식(아쟁), 박순아(가야금), 허희정(바이올린), 정송희(피아노·양금), 강선일(타악), 황승연(전자음악)과 함께 사물놀이의 거장 김덕수가 장구 연주자로 특별 출연한다. 피리·생황 연주자 윤형욱과 한국무용가 이은솔 등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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