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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September 4, 2026

‘6공 황태자’ 박철언 비자금 의혹, 다시 수면 위로…처남, ‘800억 차명관리’ 메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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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전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박철언 전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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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이른바 ‘노태우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6공 시절 황태자’ 불린 박철언 전 의원과 그의 부인 현경자 전 의원이 800억 상당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됐다. 박 전 의원은 청와대 정책보좌관과 정무장관 등을 지내며 노태우 정권 실세로 꼽혔다.

박 전 의원의 처남인 현태걸(73)씨는 지난달 25일 한겨레와 만나 ‘박 전 의원이 약 570억원, 현 전 의원이 약 229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가족과 지인들 명의로 관리했다’고 주장했다. 현씨는 “과거 박 전 의원 측근들의 제보를 받고 박 전 의원이 자필로 적은 비자금 내역의 사본을 직접 들고 나왔다”며 볼펜으로 작성된 메모의 복사본 20여장을 공개했다.

4일 해당 메모와 현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박 전 의원은 약 60명의 계좌 180여개, 현 전 의원은 20명의 계좌 130여개를 운영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현 전 의원 몫으로 지목된 계좌의 주인들은 대부분 현씨의 가족이었다. 현씨는 “박·현 전 의원의 심부름을 하며 측근으로 일했다”며 “내 장인·장모 등 처가 식구들의 주민등록증을 모아 누나에게 직접 전달하기까지 했는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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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의원 몫으로 지목된 계좌들은 주로 특정 지역에 있는 은행에서 개설됐다. 은행 지점명을 확인해보면, 송파구 37개, 강남구 29개, 용인 18개, 은평구 13개 등 계좌가 개설된 은행은 특정 지역에 편중됐다. 송파구에는 한국체육대가 있는데, 이 학교에 근무한 강아무개 교수는 2008년 박 전 의원의 돈 17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당해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강 교수는 1999년부터 수년간 풍납동 ㅎ은행에서 본인과 오빠 명의의 계좌 17개를 운영한 것으로 해당 메모에 나온다. 또한 메모에는 같은 기간 이 은행에서 개설된 계좌 12개가 등장한다. 현씨는 강 교수에 대해 “박 전 의원의 비자금 관리 역할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수상한 계좌’는 여럿 눈에 띈다. 부산에 거주했던 현씨의 모친 조아무개씨 명의로 왕십리, 용인, 화곡동에서 계좌가 개설되거나, 2001년 10월30일 ㅈ은행 용인점에서 현씨의 부친 명의 계좌가 만료되자, 같은날 ㅇ은행 용인점에서 조씨의 계좌가 만들어졌다. 박 전 의원의 집사 명의로 각각 5000만원가량이 입금된 ㅅ은행 화곡동점과 ㅇ은행 용인점 계좌가 만료된 날, 현 전 의원의 고모 명의로 같은 금액이 입금된 계좌가 동일한 은행에서 개설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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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1990년대 박 전 의원의 국회 비서관으로 일하며 12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ㄱ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금 관리책으로 믿을만한 사람의 명의를 빌려 불특정 지역에 방문해 계좌를 만드는 방식”이라며 “지점장이 만나고 싶어하면 ‘외국에 있다’거나 ‘오랫동안 예금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철저히 신분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현씨는 “해당 비자금은 노태우 대통령이 대선 공약이었던 중간평가를 치르기 위해 측근인 박 전 의원에게 노태우 지지세력이었던 ‘월계수회’ 운영과 선거 자금으로 쓰라고 맡겼던 것의 일부”라며 “중간평가가 무산된 뒤, 박 전 의원이 이를 돌려주지 않아 두 사람의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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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씨의 주장이 재차 주목받는 이유는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불거진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과 관련해, 최근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은닉 혐의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씨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자신이 제기한 ‘박철언 800억’이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의원은 강 교수 사건 당시 드러난 비자금 일부인 79억원만 신고했고, 이에 대해서만 세금 약 3400만원이 추징됐다. 비자금 800억원에 대해선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조사에 나서 국고에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금융거래 정보 보존기간(5년) 경과와 과거 불기소 이력을 이유로 재수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앞서 2015년 박 전 의원의 수행비서였던 김아무개씨는 박 전 의원 부부를 조세범처벌법과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듬해 불기소 처분이 났다. 당시 관련 자료도 검찰에 제출됐다. 박 전 의원은 과거 “현재 차명계좌는 하나도 없으며, 김씨의 말은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거래 정보가 남아있다면 수사가 가능하겠지만, 은행의 금융거래 정보보존 기간은 통상 5년이라 삭제됐을 것”이라며 “과거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에 재수사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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