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어떻게 주총 분산에 성공했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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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찬 |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우리나라 대표 자본시장 콘퍼런스인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의 첫날, 기업지배구조 패널토론에서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 분산의 필요성이 다시 거론됐다. 낯선 주제가 아니다. 올해에는 3월 말 단 사흘 사이에 1741개 회사(12월 결산 주권상장법인의 70%)가 몰려 총회를 열었다. 대다수 회사의 소집공고 기간이 2주에 불과해, 그 많은 회사의 안건을 동시에 제대로 분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총회가 같은 날 열리니 주주가 여러 회사의 총회에 참석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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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먼저 풀어낸 나라가 있다. 대만거래소는 일일 총회 개최 한도를 두고, 총회 개최일을 미리 등록하게 하는 사전등록제를 운용한다. 대만은 사업연도 종료 후 180일 이내에 총회를 열 수 있어 6월 말에 대부분의 총회가 몰리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올해는 44.5%의 회사가 5월에 총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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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는 점진성이다. 대만거래소는 일일 개최 한도를 2010년 200개사에서 2011년 120개사, 2015년 100개사, 2021년 90개사를 거쳐 2022년 80개사까지 단계적으로 낮췄다. 기업이 적응할 시간을 주면서 관행을 바꾼 셈이다. 둘째는 인센티브다. 거래소는 6월 대신 5월에 총회를 연 회사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평가가 좋은 회사는 거래소의 각종 지수에 편입되고, 이들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이 유입된다. 규제에만 의존하지 않고 보상으로도 행동을 바꾼 것이다. 셋째는 유연성이다. 전년도 전자투표 행사율이 50% 이상이고, 모든 이사 후보를 사전에 추천받아 전자투표가 가능하도록 한 회사는 일일 80개사 한도의 예외를 인정받는다. 사전등록제로 총회 개최일을 분산시키도록 압박하되, 총회가 몰리는 날에도 전자투표와 후보 사전추천으로 주주 참여를 보장하는 회사에는 예외를 열어 둔 것이다.
우리나라가 사전등록제를 도입한다면 대만처럼 단계적 도입과 인센티브 설계가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다. 우선, 일일 개최 한도는 처음에는 여유 있게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 정관에 의결권 기준일을 12월 말로 정한 회사가 아직 상당수인데, 상법상 기준일로부터 3개월 안에 총회를 열어야 하므로 이들은 3월 말까지 총회를 마쳐야 한다. 4월에 총회를 열려면 기준일을 1월 말로 바꾸거나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게 정관을 고쳐야 한다. 정관 개정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주기 위해서라도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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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인센티브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전년도 최고 집중일 3일을 올해 예상 집중일로 미리 공지해 이날을 피하도록 유도하는 자율 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회사들이 3월 중 다른 3일을 찾아 몰리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실효성이 없는 프로그램을 이행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들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핵심지표인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항목을 준수했다고 공시한다. 공시 우수법인 선정과 불성실공시 벌점 감경 역시 올해의 실제 집중일이 아니라 전년도 집중일을 기준으로 삼는다. 정책 목표가 4월 총회 유도라면 인센티브 구조도 그것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즉, 3월 대신 4월에 총회를 연 회사에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도 4월에 총회를 열어야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를 준수한 것으로 봐야 한다.
한편, 지난해 7월 개정된 상법에 따라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내년 1월1일부터 현장 총회만 열 수 없고 전자주주총회를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대형 상장사 총회가 같은 날 몰리면 전자 플랫폼에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예탁결제원은 총회 개최일 사전예약제를 도입해 대규모 상장회사의 총회 분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결국 대규모 상장회사에 국한되기는 하나, 우리나라에서도 대만식 총회 개최일 사전등록제의 출발점이 마련되는 셈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사전등록제를 언제까지 전 상장회사로 확대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줄지 정하는 일이다.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2019년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내놓으며 특정일과 특정 주간에 총회를 열 수 있는 기업의 수를 정해 선착순으로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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