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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November 1, 2026

[버금 밥상]새우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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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다. 예전 같으면 김장 준비로 분주할 때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김장이라는 말은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져 낯선 단어가 됐다. 김장에는 배추를 비롯해 여러 재료가 필요한데, 그중 빼놓을 수 없는 게 새우젓이다. 새우젓 맛을 좌우하는 것은 숙성의 시간이다. 날이 쌓여 달이 되고, 달이 쌓여 해가 돼야 맛이 제대로 든다.

새우젓을 토굴에서 숙성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날 토굴은 보여주기 위한 공간에 가깝다.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서늘한 토굴에서 새우젓을 숙성하던 방식은 이제 옛 유산이 됐고, 그 유산이 현대적 마케팅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허영만 선생님을 모시고 토굴 취재를 간 적이 있다. 가는 차 안에서 기대감을 드러내셨지만, 나는 토굴이 사실상 전시·판매 장소라고 말씀드렸다.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고 물과 소금을 넣어 시간을 두면 발효가 일어난다. 수산물도 소금을 넣고 밀봉하면 발효가 진행된다. 콩과 생선은 발효에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단백질은 미생물이 만든 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고, 그 과정에서 감칠맛의 대명사인 글루탐산이 생성된다. 소금의 역할은 딱 두 가지다. 잡균의 증식을 막고, 삼투압으로 세포벽을 잘 분해되도록 돕는다. 천일염이든 정제염이든 다르지 않다.

예전 어머니들은 김장철에 새우젓을 살 때 새우보다 젓국에 목숨을 거셨다. 새우젓의 진국은 젓국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계셨다. 맛이 제대로 든 젓국은 숙성의 시간이 쌓여야 생긴다. 그런데 그 귀한 젓국이 순댓국집이나 족발집에만 가면 차고 넘친다. 비결은 간단하다. 물을 넣어 양을 불리고, 간을 맞추려고 소금과 MSG를 넣는다. 원산지를 가리지 않고 수입산 새우젓도 그렇게 양을 불려 양껏 내준다. 수입 새우젓은 숙성을 생략하거나 충분히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게다가 양을 늘리는 통에 순댓국집에 가면 새우젓부터 살핀다. 물이 흥건하면 쳐다만 보고 넣지 않는다. MSG는 이미 국과 순대에 충분히 들어 있다. 굳이 내가 더할 이유가 없다.

새우젓은 육젓이 최고라고들 한다. 나는 그 말에 수긍하지 않는다. 잡히는 새우가 다를 뿐, 그것이 품질을 결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새우젓은 잡는 시기에 따라 동백하젓, 오젓(음력 5월), 육젓(음력 6월), 추젓으로 나뉜다. 단순히 잡히는 시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붙인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새우의 종류도 다르다. 추젓은 주로 돗대기새우로, 육젓과 오젓은 젓새우로 담근다. 돗대기새우는 머리와 꼬리가 붉어 젓새우와 생김새부터 다르다. 잡히는 곳도 다르다. 추젓은 강화도 인근 해역, 육젓은 신안 인근이 주요 어장이다.

한 번은 6월에 신안 새우젓 경매장을 찾았다. 하얀 새우젓과 빨간 새우젓이 경매 중이었다. 아는 중매인에게 추젓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신안 배가 강화도까지 올라가 잡아온 추젓이라고 했다. 추젓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을에 잡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새우젓의 구분은 오래전부터 내려왔지만,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그 구분의 의미도 희미해졌다.

육젓은 밥반찬이나 고기와 곁들여 먹을 때 보기에 좀 좋을 뿐이다. 새우젓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종류가 아니라 숙성의 시간이다. 적어도 1년6개월은 묵어야 제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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