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고, 부딪치고···40년 밴드 뮤지션이 본 비틀즈, 어떻게 최고의 팀이 됐나
다섯손가락으로 40년 넘게 밴드생활을 해 온 저자는 함께 음악을 만든다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또 얼마나 어려운지를 안다. 그런 그에게 선배 밴드 비틀즈는 좋아하는 전설이기도 하지만 공감과 이해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 책은 밴드라는 조직 안에서 창작과 협업을 오래 경험해온 사람의 시선으로 비틀즈를 들여다본다.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과 링고 스타가 어떻게 만나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과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이들의 성공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따라간다. 비틀즈의 음악사라기 보다는 ‘좋은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비틀즈라는 사례를 통해 풀어낸 책에 가깝다.
그래서 익숙한 비틀즈 이야기도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독일 함부르크의 클럽에서 밤마다 긴 시간 연주했던 무명시절은 혹독한 실전 훈련의 시간으로, 가죽 재킷 차림의 밴드가 엡스타인을 만난 뒤 말끔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일은 자신들의 음악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읽힌다.
클러스터 이론, 보완 자산 같은 경영학 용어도 나온다. 비틀즈를 좋아해서 책을 집어든 독자라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론을 길게 설명하기 보다 비틀즈가 실제로 겪었던 일에 이를 포개놓는다. 존과 폴이 경쟁하면서도 서로의 곡에 영향을 미쳤던 과정, 조지 마틴이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음악으로 구현했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협업이라는 말이 조금은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비틀즈를 분석하고 살펴본 책은 많지만 이 책은 밴드활동을 해온 음악가가 썼다는 데서 오는 색깔이 있다. 함께 곡을 만들고 무대에 서며 한 팀으로 활동해 본 저자에게 멤버사이의 경쟁과 갈등, 역할분담과 협업은 추상적 경영학 개념에만 머물지 않는다. 책은 비틀즈가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지고 성장하고 흔들리는 과정을 따라가며 서로 다른 사람들이 부딪치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어떻게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살핀다.
물론 비틀즈의 성공을 경영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시대와 재능, 운도 있었고 네 사람의 관계를 성공담만으로 정리하기에는 훨씬 복잡하다. 책을 덮고 나면 비틀즈의 노래보다 네 사람이 함께 했던 시간을 상상해보게 된다. 그다지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함께 음악을 만들었고, 또 왜 결국 헤어지게 됐을까. 결국 팀이란 잘 맞는 사람을 모아놓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혼자서는 하지 못했을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다. ‘함께 일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이두헌 지음 ㅣ 쌤앤파커스 ㅣ 356쪽 ㅣ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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