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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October 30, 2026

‘울트라 슈퍼 리치’만 더 부유해질 때 [제정임의 탐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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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사진 왼쪽부터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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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임 |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

요즘 기술·금융업계의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는 앤트로픽의 상장이다.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 신청서를 냈다. 미국 언론은 앤트로픽이 기술주 중심 나스닥에 상장되면 1천억달러(약 134조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무려 2조달러(약 2680조원)가량의 기업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6월에는 스페이스엑스가 나스닥 상장으로 860억달러(약 115조원)를 조달하면서 기업가치 1조7700억달러(약 2370조원)를 기록했다. 챗지피티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도 비슷한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앤트로픽), 일론 머스크(스페이스엑스), 샘 올트먼(오픈에이아이) 등 창업자들은 타고난 천재이자 엄청난 노력파여서, ‘울트라 슈퍼 리치’(초특급 부자)가 되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이들이 내전 중인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태어나 창업했어도 이런 어마어마한 성취를 할 수 있었을까? 피난 다니지 않게 해주는 국방, 금고 털릴 우려 없는 치안, 잘 작동하는 통신망과 금융, 사통팔달 교통, 쓸 만한 인재를 공급하는 교육 등은 어떤 천재도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사회 인프라다. 이런 인프라 덕에 남다른 성과를 얻었다면, 남다르게 공공 금고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누진세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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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매뉴얼 사에즈 등의 저서 ‘그들은 왜 나보다 덜 내는가’를 보면 미국에서는 ‘많이 벌수록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내는’ 누진세제가 고장 났다. 최상위 부자 400가구는 평균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는, 사실상 역진세의 나라가 됐다. 노동 소득과 일반 소비 등에는 가차 없이 세금을 물리면서, 배당·자본이득과 법률·세무 등의 전문서비스에는 낮은 세율 혹은 면세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투자자 워런 버핏이 “내 비서가 부담하는 세율이 나보다 더 높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됐을까? 정치에 미치는 울트라 슈퍼 리치의 입김이 막강해서,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제가 바뀐 탓이라는 게 사에즈 등의 진단이다.

그 결과는 무엇인가. 누진세와 재분배가 작동했던 1940~1970년대에 비해 ‘부자 감세’가 이어진 1980년대 이후의 미국은 경제적 불평등이 선진국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치달았다. 그 정치적 결과의 하나는 좌절한 노동계층이 도널드 트럼프를 두번이나 대통령으로 뽑아 민주주의 파행을 낳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미국인의 기대수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년가량 짧을 만큼, 저소득층의 삶이 손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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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연료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경찰과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시위대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연료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경찰과 충돌이 벌어진 가운데 시위대가 프랑스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는 누진세가 비교적 잘 작동하고 복지도 탄탄한 편이었으나, 2017년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금융자산의 부유세 폐지 등 부자 감세를 단행하면서 달라졌다. 감세 탓에 커진 재정적자는 교육·복지 예산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마크롱 정부는 2026년까지 고등교육 1인당 실질 교육비를 20%나 줄였다. 낙후 지역 중등학교에서는 폭염 속 교실에서 학생들이 냉방 없이 더위를 먹고, 교사 부족으로 수업 결손도 잦다고 한다. 불평등 연구의 대가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는 르몽드 기고에서 “프랑스의 민간 부는 (197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의 300%에서 600%로 늘어 사상 최대인데, 가장 부유한 금융 자산가들에게 극도로 집중되어 있다”며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부의 분배”라고 지적했다.

유럽 도시에서 벌어지는 시위와 미국의 ‘노 킹스’(왕은 없다) 행진은 한국 현실을 응시하게 한다. 삼성전자 등의 반도체 수출 호황은 성장률을 끌어올렸지만, 다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노동자에게 온기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대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기로 한 반면, ‘주 52시간 근로 상한 예외’ 등 노동조건을 악화하는 초광역특구법을 검토한다. 양극화를 개선하려면 담세 능력층에서 더 걷어 재분배를 늘려야 하는데, 고액 금융소득에 물리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포기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도 유예하려 한다. 이런 정책들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프랑스 파리 등과 미국 러스트벨트(쇠락한 제조업 지대)를 휩쓴 절망과 분노가 한국에서는 분출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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