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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August 16, 2026

미래 비전 함께 준비한 직원이 소모품인가요? [6411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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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는 지난달 2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5년 구조조정 대상 직원들이 부당 휴업명령으로 임금을 삭감당했다고 주장했다. 최승식 지부장 제공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는 지난달 2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5년 구조조정 대상 직원들이 부당 휴업명령으로 임금을 삭감당했다고 주장했다. 최승식 지부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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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식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 지부장

 미국에 본사를 둔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이하 유니티)는 전세계 게임 개발자들이 사용하는 게임 엔진을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다. 수많은 게임 개발사와 개발자들이 유니티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한국 역시 중요한 개발자 커뮤니티 가운데 하나다.

나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유니티테크놀로지스코리아지부의 지부장이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나 개인의 처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내 동료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그리고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노동자를 어떻게 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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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코리아는 2023년 250명 규모의 조직이었다. 이후 지속적인 인력 감축이 이어졌고, 현재는 11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25년에는 한국 인력의 15%가량이 감축됐다. 그리고 2026년 7월29일 오전 7시, 회사는 남은 인원 110명의 10% 정도를 또다시 감축하겠다고 통보했다. 대상 직원들은 날벼락 같은 상황을 정리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통보로부터 불과 몇시간 뒤 사실상 ‘권고사직’ 관련 면담을 진행해야 했다.

기업은 경영상 판단에 따라 조직을 개편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는 별개의 문제다. 이번 구조조정이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그 시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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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티는 지난 7월21일 서울 코엑스에서 글로벌 개발자 콘퍼런스인 ‘유나이트 서울 2026’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글로벌 유나이트 시리즈의 첫 행사였다. 매튜 브롬버그 유니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글로벌 리더들이 직접 참여했고, 2900여명의 개발자와 업계 관계자가 행사장을 찾았다.

유니티는 이번 행사에서 차세대 플랫폼 ‘유니티 7’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개발 환경과 미래 비전을 소개했다. 행사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까지는 한달 넘는 기간 한국 직원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 데모 존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발표장을 운영하며, 파트너 미팅을 지원하는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인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 직원들은 회사가 이야기하는 미래와 성장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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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행사가 끝난 지 일주일, 한국 직원들은 또 다른 발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회사는 새로운 인력 감축을 발표했고, 대상자 대부분이 미래 비전 행사에 직접 참여했던 직원들이었다. 회사의 성공적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가장 앞에서 뛰었던 사람들이, 행사가 끝난 직후 쫓겨나게 된 것이다. 대상자들에게 이번 결정은 “토사구팽”이라는 표현으로밖에 설명하기 어려운 경험일 것이다.

유니티는 직원을 한명의 동료이자 구성원으로 존중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직원들은 더 이상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동료가 아니라, 줄여야 할 비용으로 취급되었다. “일주일만 더 쓰고 버릴 소모품.” 이번 구조조정 과정을 겪으며 받은 인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나는 노조 지부장으로서 ‘유나이트 서울 2026’ 개최 전, 회사 쪽에 한국의 노동 문화와 조직 문화가 미국과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로벌 기업이라면 각 나라의 문화와 노동 환경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한국 직원들이 더욱 존중받는 조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료를 준비했고, 의견도 전달했다. 결국 이번 결정은 회사가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해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외면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글로벌 유니티는 오랫동안 개발자 커뮤니티와 함께 성장하고 고객과 신뢰를 쌓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유나이트 서울 2026’에서도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갈 미래와 새로운 기술적 비전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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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뢰는 고객들에게만 적용되는 가치가 아니다. 회사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는 결국 고객과 시장이 바라볼 기업의 모습과도 연결된다. 과거 유니티는 이용자의 게임 설치 건수에 따라 추가 수수료를 책정하는 런타임 요금제 추진 과정에서도 개발자 커뮤니티와 큰 갈등을 겪으며 신뢰에 의문이 제기된 적이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또 다른 의문점을 남겼다. 직원과의 신뢰를 지키지 못한 기업이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함께 성장하겠다는 메시지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가치여야 한다. 직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신뢰가 고객에게는 지속될 수 있을지는 유니티가 답해야 할 문제다.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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