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승강제, 낙인인가 도약의 발판인가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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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찬 | 코스닥시장위원장·고려대 경영대 교수
정부는 지난 3월 코스닥 시장에 승강형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을 (가칭)코스닥 셀렉트, (가칭)코스닥 일반, 관리군으로 재편하고, 진입·유지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상위 세그먼트로 승격하거나 하위 세그먼트로 강등하는 방식이다. 세그먼트별 특성에 맞춰 공시 제도를 정비하고, 코스닥 셀렉트 내의 최상위 대표 기업을 중심으로 지수를 개발해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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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침은 지난 7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재확인됐으며,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구체적인 진입·유지 요건을 마련하기 위해 코스닥 세그먼트 자문단을 구성하고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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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편이 코스닥 셀렉트 기업으로의 기관자금 유입을 확대해 기업 가치의 적정한 평가를 유도하고, 유가 증권 시장으로의 이전상장을 억제하며, 문제 기업을 관리군으로 걸러내 코스닥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높일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반면 코스닥 일반 기업 세그먼트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특히 벤처기업협회와 벤처캐피탈협회는 세그먼트 개편이 이들 기업에 ‘비우량 기업’이라는 낙인을 찍고, 자금 조달은 물론 벤처 투자 자금의 회수까지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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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다소 단순화된 두가지 전제에 기반하고 있어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는 코스닥 일반 기업들이 시장 개편에 별다른 대응 없이 낙인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제다. 둘째는 코스닥 시장 투자 자금의 총량이 고정돼 있어, 코스닥 셀렉트 기업으로 자금이 몰리면 나머지 코스닥 일반 기업의 유동성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전제다.
먼저 상위 세그먼트의 존재 자체가 코스닥 일반 기업에 강력한 개선 유인을 제공한다. 상위 세그먼트에 진입하면 대표지수 편입, 증권사 리서치 확대, 기관자금 유입 등이 뒤따르며 기업 가치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이러한 유인을 좇아 실적과 지배구조, 자본배치를 스스로 개선하려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진입 이전부터 기관투자자의 관심을 받으며 기업 가치가 재평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코스닥 셀렉트 세그먼트 대상을 검증된 우량 기업뿐 아니라 고성장 혁신기업까지 포괄하도록 설계한다면 더 많은 기업이 이러한 유인의 대상이 될 것이다.
코스닥 셀렉트 세그먼트 진입이 어려운 기업이라고 자구 노력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자칫 관리군으로 편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군의 범위가 관리종목, 투자주의환기종목,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뿐 아니라 다른 문제 기업으로까지 확대된다면 이러한 압박은 한층 커질 것이다. 최근의 제도 변화 역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상장 폐지 요건이 강화됐고, 올해 11월부터는 업종별 주가순자산비율(PBR) 하위 10% 기업이 한국거래소 공시 누리집과 증권사 주식 거래 시스템을 통해 공표된다. 최근 발표된 정부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추정돼, 지배주주 일가의 상속·증여 시 평가액이 30% 할증될 수 있다.
코스닥 시장구조가 개편되면 투자 자금이 일부 우량기업에만 쏠리기보다, 시장 전체로 유입되는 자금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코스닥 셀렉트 세그먼트에는 연기금과 외국인의 패시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고, 이 세그먼트 진입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이 형성되면 이들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려는 액티브 투자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동시에 문제 기업이 대거 관리군으로 이동해 시장 신뢰도가 높아지면, 코스닥 일반 기업으로 더 많은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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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투자 자금 증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기관투자자용 국민성장펀드 운용사 중 코스닥리그는 기업공개 직전 기업과 시가총액 2천억원 미만 상장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국민참여성장펀드 역시 10% 이상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사에 투자해야 하며, 3개의 자펀드는 코스닥벤처펀드로 조성돼 벤처기업과 코스닥 상장기업에 50% 이상 투자한다. 최근 발표된 세제개편안에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개인이 투자할 경우 1억원 한도에서 배당소득에 9%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코스닥 시장 구조 개편은 코스닥 일반 기업들을 비우량 기업으로 낙인찍는 정책이 아니라, 이들 기업의 역동성을 높여 한 단계 도약시키는 정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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