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버린 아이’는 진실 아니었다”…해외 입양인, 국가에 책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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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이자 예술가인 이미래(50)씨는 지난 2024년부터 ‘나의 가족을 향해 뛰어라’라는 캠페인을 하며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가족을 찾아 나선 그의 여정은 긴 마라톤과 닮았다. 그런 이씨가 잠시 멈춰섰다. 자신이 가족과 떨어져 해외로 보내져야 했던 배경인 ‘국가의 방관’에 대한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해외 입양인은 ‘엄마가 버린 아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으며 자란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과거의 흔적을 찾으면서, 그건 진실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씨는 국가와 동방사회복지회(한국십자군연맹 전신) 등을 상대로 1억6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전날 한겨레와 만난 이씨는 “30여년간 가족을 만나길 기대했지만 오히려 (입양인을) 보호했어야 할 국가에 의해 많은 장애물에 부딪친 시간이기도 했다”며 “해외입양인들은 자신이 입양된 것을 두고 스스로나 부모를 탓하기도 하는데, 이는 국가 차원의 문제였음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가 제기한 소송은 지난 30여년간 그가 자신의 입양에 관여한 병원과 알선기관, 지자체를 헤매며 모아 온 자료들 덕분에 가능했다. 이씨는 1976년 4월 서울 종로구 동연하 의원에서 태어난 뒤, 의사 정아무개씨 의뢰로 동방사회복지회(동방)에 보내져 위탁 가정에서 양육됐다. 그러나 동방은 이런 사실은 쏙 빼고 이씨를 같은해 5월 동방 건물 앞에서 발견했다며 ‘기아 발견 신고’를 한 뒤 이씨의 ‘고아 호적’을 창설했다. 당시 고아입양특례법에 따라 병원을 통해 이씨의 친부모 정보나 친부모의 입양 동의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지만, 동방이 이를 지키지 않은 채 고아 호적을 만들어 입양을 강행했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이씨는 그 뒤 4개월여만인 1976년 9월 미국의 한 부부에게 입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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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입양을 와 마주한 건 덜 발전된 나라, 열등한 가족들로부터 벗어나 미국에 왔으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시선이었다”며 “나를 작아지게 만들거나, 나는 귀중한 존재가 아니라고 믿게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후 성인이 된 이씨는 열등감에서 벗어나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했지만, 그가 마주한 건 자신을 떠나 보낸 의료·입양 기관과 국가의 방관이었다.
이씨가 최근 아동권리보장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동방은 ‘세자매의 부부가 아들을 바랐으나 딸이라서 포기한다고 하였다’는 의사 정씨의 전언만을 근거로 입양을 진행했다. 부모의 서명이 기재된 입양동의서는 발견되지 않았고, 해외입양이민승낙서에도 부모가 아닌 의사의 서명과 날인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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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씨를 보호했어야 할 국가 기관 어느 곳도 석연찮은 입양 과정을 문제삼지 않았다. 이씨는 “신생아가 입양기관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을 봤으면 서울시나 구청에서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물었어야 하는데 (그들은) ‘기아 발견 신고’를 승인했을 뿐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씨의 친부모와 그가 동방에 인수된 경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동방의 대표를 후견인으로 지정해 이씨가 ‘신속하게’ 입양될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았을 뿐이다. 당시 정부는 입양의 적법성 판단부터 출국 후 보호를 입양 알선기관에 내맡긴 채, 아동 보호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아울러 이씨는 동방이 입양 관련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친부모 정보를 확인할 기회를 박탈한 점에도 책임을 묻고자 한다. 이씨는 1998년 처음 동방을 방문해 자료를 요청했을 때는 받지 못했던 해외입양이민승낙서를 올해 초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서야 받을 수 있었다. 이씨는 이 승낙서를 통해 당시 이씨를 분만한 의사가 입양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찾았는데, 의사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씨는 “내가 태어난 병원 의사가 해당 서류의 증인이란 점이 나와 있다”며 “진작 이 서류를 받았다면 당시 의사를 찾아가 인수 경위를 물어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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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소송 제기에 앞서 지난 5월 3기 진실화해위에 진상규명을 신청했다. 이씨처럼 과거 해외로 보내진 입양인들은 앞서 2기 진실화해위에서 국가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인한 인권 침해를 인정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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