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감축’ 외쳤지만 농민 쫓기고 숲은 없어졌다…K-산림 사업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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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모두 체포될 거야, 범죄자들아.”
2024년 2월 캄보디아 오 칸트로크 마을. 임신 8개월이던 여성 농부 보파(가명)가 카사바 농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갑자기 현지 산림 당국 직원과 군인 등 10명이 나타나 체포하겠다고 위협했다. 산림 훼손을 막기 위해 벌목과 농지 개간을 단속하는 이들이었다. 도망치던 보파는 넘어져 다쳤고, 며칠 뒤 뱃속 아기를 잃었다. 보파는 “(단속반이) 비싼 오토바이는 가져가더군요”라고 말했다.
보파의 증언은 한국의 산림청이 지원한 국외 산림 탄소감축 사업(REDD+)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기후단체 ‘플랜1.5’의 의뢰로 메콩연구·정책센터와 미국 유씨버클리 탄소거래 프로젝트 연구진이 한국 산림청이 지원하는 캄보디아·미얀마·라오스 산림 탄소감축 사업을 평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캄보디아 현지를 찾아 농민 80명과 공동체 산림 관리자 12명 등을 인터뷰하고 위성영상과 통계모형을 활용해 산림 훼손과 사업 효과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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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산림 탄소감축 사업은 개발도상국의 산림 파괴를 줄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그 성과를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는 제도다. 주로 산림 훼손 행위 단속, 인식 개선 캠페인 등으로 이뤄진다. 한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제 감축목표 가운데 900만톤을 국외 산림 탄소감축 사업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산림청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9월까지 세 시범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총 497만1362달러(약 66억1500만원)다. 산림청은 2012년 예산을 확보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해 왔다. 현재는 라오스에서만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 사업 지역에서 주민 인권 침해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캄보디아 툼링 사업 지역에서 주민들은 산림 보호를 명분으로 한 강압적인 단속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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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파와 같은 마을에 사는 62살 농민도 산림 당국의 단속으로 생계 수단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아내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재산을 팔고 이주해 농사를 짓던 그는 2019년 산림 당국 직원과 군인들이 집에 찾아와 쌀과 옷, 농기구 등을 가져가고 집까지 허물었다고 증언했다. 이후에도 오토바이와 경운기 등 2천달러가 넘는 재산을 뺏겼다고 밝혔다. 다른 주민들도 산림 당국 직원들이 나타나면 체포나 재산 압수가 두려워 도망쳐 숨는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런 강압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통한 산림 보호 효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연구진이 2015~2025년 위성영상과 통계모형을 이용해 툼링 사업지를 분석한 결과, 남부 구역에서는 기준 시점에 존재하던 산림의 약 80%가 사라졌다. 또 대규모 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산림이 훼손되기도 했다. 2000년대 툼링 고무회사 사업권 주변에서 산림 파괴가 급증했고, 2015년 이후 동쪽 프레이 랑 숲 방향으로 번진 양상이 위성영상에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캄보디아 사업을 통해선 탄소배출권 64만5413톤이 발행됐고, 이 가운데 52만2843톤이 판매돼 285만7503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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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현지 산림 당국이 상업적 벌목과 대규모 고무농장 개발 등 산림 훼손의 구조적 원인에 대응하기보다 소규모 농민들의 경작을 제한하는 데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는 캄보디아 사업에서 제기된 인권침해 의혹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산림 보전 효과가 불확실한 탄소배출권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은 “어떤 활동을 하는지는 양국 간 협의를 거쳐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만, 주요 활동은 해당 국가 정부가 직접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림 훼손을 예방하기 위해 허가받지 않은 벌채에 사용된 장비를 압수하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인권 침해가 확인될 경우 캄보디아 정부에 공식 서한을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양국 협의를 통해 제도적 보완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시범 사업은 2022년 종료돼, 현재는 탄소배출권 판매 수익으로 조성한 공동 신탁기금을 통해 산림 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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