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상황 ‘따옴표 중계’ 피로감…‘맥락 체크’ 역랑 키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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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기 한겨레열린편집위원회가 지난 28일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열린편집위원회는 한겨레신문사가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콘텐츠 제작에 반영하기 위해 2013년부터 운영해온 제도다.
열린편집위원장으로는 13기 위원장을 맡았던 서수민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연임한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서 교수는 앞으로 1년간 시민편집인을 겸하며 열린편집위원회를 이끌게 된다.
열린편집위원회는 위원장을 포함해 8명으로 구성된다. 고은지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제이티비시(JTBC) 보도총괄 출신인 권석천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오세욱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이김하롬 한겨레 후원회원, 이희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 한겨레 창간주주인 한창섭 혜윰문화원 원장, 황현숙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이사가 함께한다.
이날 첫 회의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겨레에서는 이종규 저널리즘책무실장과 최혜정 편집국 총괄부국장이 참석했다.
서수민 오늘은 첫 회의이니 한겨레에 바라는 점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
고은지 한겨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찾아봤다. 유튜브 콘텐츠는 타사랑 비슷하다고 느꼈다. 시사평론가들이 나와서 얘기하는 방식. 출연자도 비슷하고. 물론 그게 잘 팔린다는 걸 알지만, 젊은 친구들한테는 안 먹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겨레 유튜브 채널도 원래 한겨레신문 좋아하던 86세대가 주로 볼 것 같다. 몇년 전만 해도 젊은층 겨냥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게 아예 없어서 좀 아쉬웠다. 인스타그램도 그냥 기사를 카드뉴스 형식으로 바꾼 정도여서, 인스타그램 주된 이용자인 젊은층에게 먹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한겨레의 콘텐츠 자원은 충분한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기사들도 많다. 그런데 그걸 적극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아서 잘 알려지지 않는 느낌이다. 한국일보는 쇼트폼(짧은 동영상)을 잘 활용하더라. 젊은 친구들은 매체명을 안 따지고 재미있으면 본다. 요즘은 종이신문을 잘 보지 않으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신규 독자를 유입시킬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에서도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해보면 좋겠다. 종이신문의 경우, ‘따옴표 저널리즘’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정치인 등이 방송이나 에스앤에스(SNS)에서 한 말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단순 전달에만 그치는 것 같다. 그 발언이 나온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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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욱 고은지 위원 의견과 같은 맥락인데, 한겨레에 좋은 기사가 많이 있는데 그걸 보여주는 데 있어서 여전히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 같다. 좋은 기사가 없어서 아쉬운 게 아니라 좋은 기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아쉽다. 이번에 두달치 기사를 전수조사해 보니, 태그가 없는 기사가 55%나 됐다. 예컨대, 이번 네팔 홍수 보도가 참 좋았는데, 112건의 기사 중 53건은 태그가 없고, 나머지는 두 개의 태그(기후위기, 기후 위기)에 흩어져 있다. 그러면 독자가 그 사안을 한번에 따라가기 어렵다. 콘텐츠가 정치 위주라는 것도 아쉽다. 두달치 기사 8300여건 중 1300여건이 정치 기사였다. 정치 기사 4개 중 하나꼴로 제목이 ‘누가 무엇을’ 형식이었다.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려 주지만, 그 말이 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려 주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를 보여 주는 ‘작은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다. 정치 기사를 쓰더라도 그 ‘큰 이야기’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나갔으면 좋겠다. 예산안 기사에 그 예산의 영향을 받는 사람의 기사를 함께 싣는 식으로. 그런 ‘작은 이야기’들이 정치인의 발언을 옮기는 수많은 기사 사이에 묻히지 않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 끝으로, 에스앤에스는 기사 재활용 공간이 아니라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사에 나오는 인터뷰를 영상으로 만들어 올리는 식으로, 콘텐츠 하나가 다양한 공간에서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어가면 어떨까 싶다.
서수민 열린편집위에 처음 오시면 다들 ‘오랜만에 신문을 봤는데, 한겨레에 이렇게 좋은 기사들이 많네’ 하는 반응을 보인다. 기자들이 공들여 쓴 기사들이 밖에서 잘 안 보이고 한겨레 웹페이지에서 찾아보기도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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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욱 오늘 아침 한겨레 ‘H:730’ 뉴스레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면 만들다 보면 시간에 쫓겨서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현실을 고백하듯이 적어 놨더라. 세상이 달라졌는데 여전히 지면 제작을 최우선으로 두면 뭘 할 수 있겠나. 사람들은 지면보다 다른 통로로 뉴스 소비를 더 많이 하는데. 구성원들이 스스로 조직문화를 바꿔나갈 수밖에 없다.
서수민 독자들이 한겨레의 좋은 기사들을 잘 볼 수 있도록 이슈별로 묶어주고 태그로 모아주는 그런 일부터 신경을 좀 써줬으면 좋겠다. 향후 다시 점검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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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영 한겨레 유튜브 채널을 살펴봤는데, 거의 99%가 정치 방담 형식의 콘텐츠였다. 내란 국면에서는 그런 영상 찾아보곤 했는데, 그 시기가 지나니 안 보게 되더라. 유튜브 통한 뉴스 소비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수요가 그런 쪽은 아닐 것 같다. 정치 방담 콘텐츠의 주된 이용자가 정치 고관여층이나 진영 논리에 빠져 있는 사람들일 텐데, 우리 사회의 공론장 정상화에 그게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고은지 위원도 비슷한 지적을 하셨지만, 정치 보도에서 갈등 상황을 그냥 따옴표로 중계하듯이 전달하는 기사들을 보면 피로감이 크다. 분석도 없이 중계만 하는 기사는 좀 과감하게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겨레는 한국 언론 중 그나마 신뢰도가 높은 편인데, 그 신뢰가 특정 세대나 진영에 갇혀 있다는 게 문제인 것 같다. 과감한 시도를 해야 그 틀을 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종이신문에서 다 못 본 기사를 한겨레 웹페이지에서 보려면 기사를 찾기가 힘들다. 유엑스(UX,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기사 분류가 전통적인 방식으로만 되어 있어서 특집이나 기획기사는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가 없더라. 요즘 긴 기사를 다 읽을 여유가 없는 사람이 많으니, 표나 그래픽 같은 걸 잘 활용해서 독자 편의성을 높여 줬으면 좋겠다. 박스 형태로 몇 문장으로 정리를 해줘도 좋겠고. 끝으로, 정책 관련 스트레이트 기사들을 읽다 보면, 서두부터 잘 모르는 용어가 나오는데 그 용어에 대한 설명은 기사 중간쯤에 가서야 나오는 경우가 있다. 독자들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기사 작성 방식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황현숙 최근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한겨레가 타사와 견줘 매우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다. 노동이나 다양성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그런 기사들이 잘 안 보인다. 활용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저 같은 경우, 한겨레 유튜브 채널은 안 본다. 지나치게 정치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도 스스로 정치 고관여층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 얘기라고 하더라도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싶지는 않다. 한겨레가 좋은 콘텐츠를 다양하게 갖고 있는데 그런 것들이 유튜브에서는 전혀 안 보인다는 게 너무 아쉽다. 그렇게 운영되면 한겨레티브이(TV)는 확장성이 없는, 그냥 현상 유지를 하는 채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겨레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도 기사를 자주 보는데, 이용자들이 공유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으로 소개하지는 않는 것 같다. 페이스북이라는 매체의 성격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신문 기사를 비교하는 과제를 냈는데, 이걸 미디어로 봐도 되나 싶은 매체의 기사를 가져오는 학생들은 있는데 한겨레 기사를 들고 오는 학생은 한명도 없더라. 한겨레가 강점을 가진 주제인데도. 한겨레의 그 좋은 기사들은 어째서 이들에게 노출되지 않았는가, 이들은 어디에서 뉴스를 보고 한겨레는 어디로 뉴스를 발신하고 있나, 그런 생각을 했다.
서수민 한겨레가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 전환 이슈에 대해 정말 타사와 차별성 있는 관점을 갖고 좋은 기사를 많이 쓰고 있다. 한겨레의 강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겨레만이 쓸 수 있는 차별성 있는 기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좋은 기사들이 왜 잘 안 보이는가 하는 안타까움을 여러 위원들이 말씀해 주신 것 같다. 독자 편의성을 높이려면 편집국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
최혜정 기자들이 기사 출고할 때 각자 태그를 달긴 하는데, 태그를 다는 방식이 좀 중구난방인 것 같다. 독자들이 관련 기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다시 한번 숙지를 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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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민 다른 언론사들은 홈페이지 상단에 그 매체가 내세우는 콘텐츠를 몇개씩 돌아가면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중앙일보의 경우, 오늘은 사설·칼럼, ‘이명박 회고록’, ‘100세의 행복’ 세 가지 콘텐츠를 올려놓았다. 그런데 한겨레에는 ‘이건 우리가 미는 콘텐츠다’ 하는 영역이 없다. 오른쪽 상단 한겨레티브이 아래 영역에는 어떤 성격의 기사들을 모아 놓은 것인지도 애매하고. 조금 두서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한겨레가 확실히 강점을 보이는 영역의 콘텐츠를 그때그때 ‘미는 콘텐츠’로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한겨레에는 전문성 있는 시니어 기자와 외부 필진이 많은데, 그들의 역량이 더 빛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은지 아까 이슈 묶음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이슈 묶음 페이지 메뉴가 기사 페이지 맨 아래에 있어서 눈에 잘 안 띈다. 거기까지 내려가서 그걸 클릭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최혜정 저희가 아무래도 속보 중심으로 웹페이지를 운영하다 보니, 여러 위원들이 말씀하신 대로 기획기사라든가 좋은 기사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디지털 운영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좀 더 고민해 보겠다.
권석천 ‘1톱 3박’이라는 말이 있다. 중요한 사안의 경우, 1면 톱 기사에는 팩트를 쓰고 3면 박스 기사에는 분석을 해주는 걸 말하는데, 요즘 인공지능 시대에는 3면 박스가 필요 없어질 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인공지능에 팩트를 집어넣고 분석을 해달라고 하면 훨씬 더 잘한다는 거다. 요즘 한겨레 1면에 실리는 뉴스 분석 기사를 보면, 그냥 스트레이트 기사인데 여기에 왜 ‘뉴스 분석’을 붙였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더러 있다. 뉴스 분석이라고 하려면 한발 더 깊게 들어가든가 아니면 한겨레만의 관점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게 잘 안 보이는 기사들이 실린다. 비판적 맥락 구성 능력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공지능이 분석한 걸 뛰어넘는 얘기를 고민하지 않으면 신문에서 분석 기사를 보려는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 것 같다. 기자들이 팩트 체크를 넘어 ‘맥락 체크’ 역량을 키워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수민 1톱 3박은 종이신문 시대의 문법이다. 일단 1면 스트레이트 기사에는 어제 얘기가 실리니 사람들이 안 보게 된다. 기사를 2개로 쪼개 놓으니 온라인으로 기사를 보는 독자들에게는 더더욱 불친절한 기사가 된다. 맥락과 관점이 있는 제대로 된 분석 기사가 필요하다.
한창섭 뉴욕타임스는 평범한 사람들의 부고 기사를 잘 쓰는 신문으로 유명하다. 한겨레도 그런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 세상에는 평범하지만 감동을 주는 인생을 사는 분들이 많다. 사람들이 한겨레를 찾는 이유는 한겨레만의 관점을 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저의 경우, 특히 칼럼을 보려고 한겨레를 찾는 편이다. 한겨레 유튜브 채널도 많이 보는데, 이슈를 잘 분석하고 해설해 준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너무 정치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사람들이 정치 이슈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최혜정 다음날 아침에 신문을 받아 보는 독자들에게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는 의미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분석을 많이 가미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뉴스 분석’이 붙은 기사들이 많아진 것 같다. 권석천 위원께서 지적하신 대로 함량이 좀 떨어지는 기사도 있었다. 좀 더 깊이 있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다.
이김하롬 칭찬으로 시작하겠다. 아시안게임 기사에서 북한 관련 보도들이 좋았다. 북한 호칭 문제를 다룬 ‘호칭 조심하느라…답답했던 북 감독 기자회견장’ 기사(9월23일치 22면)가 대표적이다. 호르무즈 파병 반대 여론을 꾸준히 보도해준 것도 좋았다. 용혜인 후보자 낙마와 관련해, 칼럼과 사설, 논설위원 인터뷰 등에서 위성 정당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시도를 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런데 지면에 위성 정당을 둘러싼 깊이 있는 분석 기사들이 없었던 것은 좀 아쉽다. 한겨레21에는 ‘용혜인 낙마, 위성정당 방지법만으론 부족하다’라는 제목으로 맥락을 짚어 주는 기사가 실렸다. 한겨레21 기사를 한겨레 웹페이지에서도 잘 활용하면 의제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추석 연휴에 삼성 인공지능 냉장고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오류로 작동이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 닥칠 수많은 불편한 일들의 징후 같다. 인공지능 관련 거대 담론 못지않게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도 감시를 잘 해주길 바란다.
황현숙 이재명 정부 들어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적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현장에 가서 시민들이 어떤 얘기를 하는지 지속적으로 전해 주는 매체는 한겨레가 거의 유일한 것 같다. 사회적 대화는 시민 참여의 핵심 통로다. 한겨레가 계속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
한창섭 이번 김승원 후보자 인사청문 과정에서 한동훈 의원은 검찰에서 했던 대로 닭 모이 주듯이 정보를 흘려 여론을 움직였다. 기자들이 그런 정보를 검증 없이 받아쓰면 안 된다. 이재성 논설위원이 칼럼(여의도로 이전한 한동훈의 ‘여론 공작’)으로 그 문제를 잘 짚어 줬다. 한겨레에 꼭 필요한 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겨레도 똑같다’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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