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주한미군사령관은 동맹의 최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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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까지 미군 제24군단장 존 리드 하지 중장이 남한의 실질적 통치자였다. 그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발언은 종종 오해를 불렀다. 대표적인 게 "한국인은 일본인과 같은 부류"라고 언급했다는 보도였다. 당시 미군정 정치고문 윌리엄 랭던은 일제 경찰에서 복무한 한국인 경찰관을 두고 한 말이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와전된 말은 해명보다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정부 수립 이후에도 미군 장성들의 입이 말썽을 빚곤 했다. 2008년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의회에서 용산기지 이전 비용을 한국이 대부분 부담할 것이라고 증언했다가 "잘못 인용된 것"이라고 정정했다. 하지만 미2사단 이전 비용의 절반을 방위비 분담금으로 충당한다는 미국의 방침은 거두지 않았다. 2019년에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평화협정 체결 시까지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평화협정 체결 이후엔 철수한다는 뜻이냐는 논란이 일자 그는 한 달 뒤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맥락이 잘못 전달됐다고 물러섰다. 이듬해 방위비 협상이 한창일 때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김칫국 마시다'라는 표현으로 구설에 올랐다. 한국어 공부였다는 해명에도 뒷말이 무성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현 사령관의 언어는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직설적이다.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유엔사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말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전날에는 "베이징에서 서울까지 선을 그어보면 보일 것"이라며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작년 5월에는 한국을 일본과 중국 사이에 놓인 '고정된 항공모함'에 비유했고, 올해 5월에는 중국의 눈에 한국이 '단검'으로 보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정부가 거세게 반발했고, 한국 정부도 외교 채널로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작전 환경을 설명하려던 것이라는 궁색한 해명을 내놓았다.
벨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이 동맹의 '운영'에 관한 것이었다면,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은 동맹의 '경계선'을 건드린 것이다. 단순한 말실수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다. 브런슨 사령관의 '항공모함'과 '단검' 비유에는 한국을 대중국 견제의 전략적 거점으로 바라보는 미국의 시선이 담겨 있다. 유엔군사령관으로서 '철책선' 발언에는 정전관리 권한을 강조하는 유엔사의 인식이 묻어 있다. 정전협정은 군사적 합의이지, 영토주권을 결정하는 조약이 아니다.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출입을 통제할 권한은 있지만, 대한민국의 영토주권까지 좌우할 수는 없다. 정전상황 관리와 평화적 이용은 반드시 길항 관계도 아니다. 1971년 DMZ의 평화적 이용을 북측에 먼저 제안한 쪽은 오히려 유엔사였다.
2018년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 정부의 감시초소(GP) 축소 계획에 군사적 우려를 밝히면서도 감수할 만한 위험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전문적 판단을 굽히지 않으면서 동맹국의 정책적 선택을 존중한 것이다. 동맹의 최전선에 선 주한미군사령관은 군사적 전문성뿐 아니라 상대국의 주권과 역사적 경험을 이해하는 정치감각, 말의 파장을 가늠하는 외교적 절제력도 갖춰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브런슨 사령관이 경계해야 할 것은 동맹국 주권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인식과 태도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10월19일 09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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