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순창군의 풀뿌리 언론탄압
가끔 지역언론에 ‘정보공개청구와 탐사보도’ 관련 강의를 한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신입기자들이고, 강의 집중도가 매우 높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취재 소스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신기해한다. 우리나라 정보공개제도가 이렇게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워하는 반응이다.
강의가 끝난 뒤, 연차가 높아 보이는 기자들이 한마디할 때가 있다. 지역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매우 불편해하며, 그것이 쌓이면 언론사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전한다. 정보공개청구가 탐사나 감시 보도를 위한 것이라면 반응은 더 거칠어진다고 한다.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최근 순창군의 사례는 지역에서 감시보도를 했을 때 어떤 일을 겪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지역언론인 ‘열린순창’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최영일 현 군수에 대한 검증보도를 했다. 최 군수는 선거가 끝난 후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심의위원회에 해당 기사들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열린순창은 지역 주간지로 그동안 순창군 정책 및 사업과 관련하여 특정 단체 또는 특정 정치인(지방선거 당시 오은미 순창군수 후보)의 주장과 입장을 중심으로 보도해왔으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26년 2월부터는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객관성 및 형평성 측면에서 선거기사 심의기준에 위배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게재하였습니다.”
이 요구들은 심의위원회에서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언론사를 향한 압박은 계속됐다. 7월부터 순창군은 열린순창의 구독 중단과 보도자료 제공 중단을 통보했다. 관련 기관에서 열린순창에 매월 게재·집행하던 행정 광고도 끊기고 있다. 순창군은 이번 조치가 선거기사 심의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 군수는 지난 7월22일 군의회에 출석해서 열린순창 구독 중단 등은 기획예산실장의 전결 사항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전결은 실장이 마음대로 하라는 제도가 아니다. 단체장의 최종 책임이나 행정의 연속성을 회피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순창군의 행태는 명백한 몇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선거과정 및 행정업무 중 발생한 후보자·단체장에 대한 검증 보도는 언론 본연의 권력 감시 역할이다. 언론중재위원회 등 전문 심의 기구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정이 났음에도 불이익 조치를 취한 것은 재정적·정보적으로 압박해 입을 막으려는 시도로 보인다.
보도자료 제공 중단은 주민의 알권리 침해 및 공적 정보 사유화에 해당한다. 보도자료와 행정정보는 시민의 세금으로 생산되는 공공 정보이다. 이는 순창군 이외의 다른 시민들도 자유롭게 접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언론에 대한 보도자료 제공 중단은 해당 매체를 접하는 시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공적 권한의 남용이다.
또한 풀뿌리 저널리즘 및 민주주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산과 행정 권력을 무기로 지역언론의 생존을 위협하는 행위는 풀뿌리의 기반을 통째로 흔드는 것이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하는 언론 생태계를 위축시키고 통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열린순창과 시민단체들은 지난 8월18일부터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순창군의 언론탄압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최육상 열린순창 국장은 언론사 홈페이지에 “압박이 거셀수록 언론이 지켜야 할 자리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흔들리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독자들과 함께 진실의 강을 건너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슬로건은 ‘민주주의는 어둠 속에서 죽는다’이다. 이 문구는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쳤던 기자 ‘밥 우드워드’가 정부의 비밀주의를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던 표현이다. 열린순창이 지역에서 바른 목소리를 내어, 민주주의를 지켜주는 언론사로 성장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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