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4명 잇따라 숨진 인천 정신병원…국가 의료기관 평가서 연속 ‘불합격’
올 상반기에만 환자 4명이 숨진 인천 정신병원 창문이 쇠창살로 막혀 있다. 허종식 국회의원실 제공
올해 상반기 환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인천의 한 정신병원이 국가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두 차례나 연속 격리·강박 안전관리 미흡으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이 보건복지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자가 잇따라 사망한 인천 미추홀구 A정신병원은 2019년 11월(3주기) 26일과 2023년 9월 5~6일(4주기) 실시된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평가 결과 A병원은 격리 안전 시행 및 기록, 격리 다학제평가팀 구성 및 운영, 강박 안전 시행 및 기록, 강박 다학제평가팀 구성 및 운영 등 격리·강박 관련 필수 항목 4개 모두에서 기준 미달에 해당하는 ‘하’ 판정을 받았다.
같은 평가에서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필요시 처방 수행, 병동 내 반입 제한 물품 안전 관리, 외출·외박 관리 절차 준수 등 필수 항목도 무더기로 ‘하’ 판정을 받았다.
정규 항목인 의료 인력의 법적 기준 준수는‘무’ 판정(기준 미충족)을 받았다. 앞서 2019년 평가에서도 마찬가지로 ‘하’ 판정을 받았다.
두 차례나 불합격을 받았지만 재평가를 통해 개선 여부를 검증받은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A병원이 정신의료기관 평가 불합격 이후 재평가를 받아 합격으로 처리된 이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불합격하더라도 별도의 행정제재 규정은 없다. 다만 공표한 뒤 불합격 기관이 ‘희망하는 경우’에만 재평가를 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국적으로도 재평가 실적은 극히 저조했다. 최근 3년간(2023~2025년) 정신의료기관 평가에서 불합격한 기관은 2023년 60곳, 2024년 37곳, 2025년 29곳 등 총 126곳에 달했지만, 올해 9월 말 기준 재평가를 받은 기관은 2025년 불합격 기관 중 2곳뿐이다. 2023년과 2024년 불합격 기관 중 재평가를 받은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국가 전문평가와 지자체 현장점검이 제대로 연계되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관할 미추홀구보건소가 제출한 현장점검 내역에 따르면, A병원은 2022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9차례 실시된 정기점검에서 모두 ‘적발사항 없음’으로 기록됐다.
2023년 9월 평가에서 불합격하고 의료인력 법적 기준도 ‘무’ 판정을 받은 직후인 같은 해 12월 정기점검에서도, 올해 입원환자가 잇따라 숨진 뒤에도 ‘적발사항 없음’ 처리됐다.
반면 민원 접수나 사망사건 인지 이후 실시된 수시·합동점검에서는 종사자 수 미충족, 병동 상주 직원 미비, 샤워실 내 위험물 방치 등이 잇따라 적발됐다.
사망사건 보고체계에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지난 1월부터 6월 사이 A병원에서 4명이 숨졌지만 병원측의 자진 보고는 없었다. 이 때문에 인천시와 미추홀구는 사망 사실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현행 환자안전법상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대상은 ‘200병상 이상 병원급 및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으로 한정되어 있다.
A병원은 의무보고 대상 규모에 해당하지 않아 사망사고를 보고하지 않더라도 환자안전법상 처벌할 수 없는 구조이다.
허 의원은 “사망사고 이전 국가 평가에서 격리·강박 안전관리의 취약점이 두 차례나 확인됐음에도, 불합격 기관의 재평가를 병원 자율에 맡기는 제도로는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복 불합격 기관과 격리·강박 필수 항목 미달 기관에 대해서는 개선계획 제출과 현장 확인, 재평가를 의무화하고, 병상 규모 때문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가 보고체계 밖에 놓이는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A정신병원장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A정신병원장을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중대범죄수사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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