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명문대의 SAT 시험 회귀 [뉴노멀-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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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 더밀크 대표
미국 명문 대학들이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격인 에스에이티(SAT)를 다시 입시에 도입하고 있다. 지난 6월 컬럼비아대가 에스에이티·에이시티(ACT) 점수를 다시 받겠다고 발표했다. 팬데믹 이후 시험 선택제를 마지막까지 유지했던 아이비리그 대학이다. 프린스턴과 예일도 같은 결정을 내렸고 캘리포니아대(UC)에서도 에스에이티 재도입을 검토 중이다.
미국 대학들이 갑자기 시험을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학생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믿기 어려워진 탓이 크다. 학생의 개성과 경험을 보여주는 ‘에세이’를 생성형 에이아이가 몇초 만에 써주기 때문이다. 서툰 글은 알아볼 수 있어도 에이아이가 잘 다듬은 글은 갈수록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학들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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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다트머스는 고교 성적과 시험 점수를 함께 봤을 때 입학 뒤의 학업 성취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감독관이 지켜보는 교실에서 혼자 문제를 푼 기록은 그나마 학생 본인의 것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에스에이티는 1926년 처음 시행됐다. 하버드 총장 제임스 코넌트는 당시 사실상의 하버드 입학의 정규 코스였던 ‘동부 명문 사립학교’가 아닌 가난한 지역에서 태어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찾는 데 에스에이티를 활용했다. 올해 이 시험 도입 100주년에 미국 대학이 다시 꺼낸 질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출된 자료 중 어디까지가 진짜 학생 자신의 실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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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다른 쪽으로 움직인다. 오는 2028학년도 대입에서 수시 비중을 80.8%로 키웠다. 내신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뀌고, 1등급 범위도 10%로 넓어진다.
미국은 시험으로 학생을 보겠다고 하고, 한국은 교실에서 관찰한 기록을 더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것을 제대로 기록할 여건이 마련돼 있느냐는 데 있다. 한 교사가 여러 학급의 학생을 가르치면서 각자의 학습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서로 다른 문장으로 남기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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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올해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요령에서 교사가 생성형 에이아이로 학생부를 작성하는 것을 금지했다. 학생에게 기록 내용을 대신 쓰게 하는 것도 금지했다. 학생이 제출한 글뿐 아니라 학생을 평가하는 글의 신뢰성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에이아이 시대 변한 교육 환경에서 그에 맞는 인재를 발굴하고 평가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보다 기존 시스템 안에서 ‘변별력’에 갇혀 있다는 점이다. 평가 방식은 계속 바뀌고 있는데 무엇을 위한 평가인지, 새로운 시대의 인재는 어떤 상인지에 대한 철학은 정립되지 않았다.
미국 대학이 시험을 되살리면서 동시에 한 일이 있다. 에이아이가 작성했을 수 있는 결과물 대신 구술시험과 ‘오럴 디펜스’(oral defense: 구술·구두 방어)가 등장하고 있는 것. 프린스턴은 교사의 점수와 첨삭이 남은 고교 과제물도 요구한다. 제출된 결과만 믿지 않고 학생이 그에 이른 과정을 설명하게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통해 결과물을 즉시 뽑아낼 수 있더라도 그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생각을 말로 하는 것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남은 질문은 정량 평가냐 정성 평가냐가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무엇으로 확인(평가)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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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는 답을 쫓아가는 두루뭉술한 개인이 아니라 뾰족한 질문을 하고 압도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이를 위해 공통시험은 학업 역량을 확인하고, 학생부와 구술·토론·프로젝트는 사고와 성장의 과정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증거를 교차 확인하는 데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그 책임을 교사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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