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낸 피아니스트 손민수 “24개의 별을 바라보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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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목소리가 너무 도드라지게 많이 들리면 대다수는 그 목소리를 따라가게 되잖아요. 그런데 바흐의 음악에서 기본은 모든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아무리 작고 여린 목소리라도 들려야 해요.”
피아니스트 손민수(50)는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운즈에스(S)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피아노 음악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을 지금 선보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보가 범람하고, 빠른 선택을 계속 강요하는 시대”에 경청의 가치를 일깨우길 바란다는 것이다.
2011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으로 뉴욕타임스 ‘올해의 클래식 음반’에 선정됐던 손민수가 지난 2일 영국 클래식 레이블 하이페리온과 전속 계약을 맺고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 1권을 발매했다. 24개의 전주곡과 푸가로 구성된 ‘평균율’ 음반에는 과거 그의 바흐 음반과 다른 세계가 담겼다. “15년 전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나의 주제가 체계적으로 발전하는 강한 구조적 힘이 있습니다. 평균율에선 무한한 다양함, 인간이 살며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복합적 질문과 감정을 이 24개의 여정에 담아냈어요. 밤하늘에 떠 있는 24개의 별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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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승인 미국 피아니스트 러셀 셔먼(1930~2023)에게 음반을 헌정했다. 셔먼은 평균율을 인간 정신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여겼다. “제가 학생일 때 셔먼 선생님은 ‘평균율을 언젠가 녹음하고 연주해야 하는데 너희를 가르치느라 시간이 없어 못 한다’고 말씀했어요. 선생님이 떠나고 공부하신 악보를 받았는데, 남긴 자취를 보며 너무 깊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셔먼이 세상을 떠난 1년 뒤인 2024년 피아니스트 변화경은 남편이 사용하던 악보를 그에게 건넸다. 손때 묻은 악보에는 운지법과 음악에 대한 스승의 메모가 남아 있었다. “음악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생기면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자문합니다. 제 모든 음악을 선생님께 헌정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
2008년 눈길에 미끄러져 오른손 손목이 부러진 그는 2020년 즈음까지 통증과 씨름하며 바흐와 베토벤을 탐구하고 연주를 이어왔다. 피아노 앞에 앉는 자세와 몸 사용법을 바꾸며 자신에 맞는 연주법을 찾은 그는 “이젠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음반엔 “음악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되물으며 견뎌온 세월이 온전히 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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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연주자들이 주목받는 시대,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그의 몫은 무엇일까. “저는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음악을 통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려고 해요. 다만 지금처럼 많은 것을 빠르게 요구하는 환경에서는 예술가가 자기 세계를 오랜 시간에 걸쳐 넓혀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달 캐나다에서 월드 투어를 시작한 그는 11월 말까지 20회 넘는 공연을 이어간다. 오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등 모두 10차례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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