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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November 7, 2026

얼음 공주도 못 버텼다…‘트럼프 오른팔’ 백악관 첫 여성 비서실장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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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온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69)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라는 기록을 세운 지 약 1년 만이다.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지 사흘 만에 이뤄진 인사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략의 책임을 참모들에게 돌리는 가운데 백악관 내부 권력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와일스 실장이 백악관을 떠나 자신의 정치조직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지명됐다. 밀러는 트럼프 1기부터 함께한 핵심 참모로, 강경 이민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새 인사는 9일부터 적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와일스 실장이 일을 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때로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간선거 결과에 따른 인적 쇄신이라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와일스 실장의 교체 가능성은 선거 전부터 거론됐다. 공화당의 패배 가능성이 커지자 백악관 내부에서는 그의 후임 자리를 둘러싼 경쟁이 벌어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과 빌 풀테 주택 관련 고위 당국자, 리 젤딘 환경보호청장 등이 차기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새 백악관 대변인을 물색하면서 와일스 실장과 상의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그의 입지가 약해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대통령이 주요 인사 결정에서 비서실장을 배제한 것은 백악관 내부에서 권력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선거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CNN은 선거 당일 백악관에서 열린 개표 행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와일스 실장을 비롯한 정치 참모들에게 선거 전략 실패의 책임을 추궁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만을 나타내며 와일스 실장과 정치팀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지원을 위한 거액의 정치자금 지출을 승인했지만,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와일스 실장의 퇴진 배경에는 행정부 내부의 권력 다툼도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와일스 실장과 가까운 인사들의 외부 활동과 가족의 로비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16일 백악관 참모와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 등 20명을 인터뷰해 행정부 내부의 권력 경쟁을 보도했다. 당시 일부 참모가 와일스 실장의 퇴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후임 자리를 노리고 있었으며, 스티븐 밀러 등 유력 인사들이 차기 비서실장 자리를 놓고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제임스 블레어와 크리스 라시비타를 중용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친러시아 성향의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정치조직을 위해 정치 컨설팅 업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사람의 활동에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면 해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거리를 뒀다. 와일스 실장의 딸 케이티가 해당 지역 정부를 고객으로 둔 로비업체 콘티넨털 스트래티지의 파트너라는 사실도 논란을 키웠다.

최근에는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전 고문인 캘리 민스가 팟캐스터 조 로건과의 인터뷰에서 와일스 실장과 딸의 이해충돌 의혹을 제기했다. 민스는 와일스 실장이 식품·제약업계의 정치자금과 로비를 의식해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정책 추진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민스의 주장으로, 독립적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NYT는 와일스 실장 측 인사들이 이런 의혹 제기를 자신에게 선거 패배 책임을 떠넘기려는 행정부 내부 반대파의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와일스 실장을 견제하는 세력이 딸의 로비 활동 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와일스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뒷받침한 핵심 참모였다. 플로리다주 공화당 정치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2024년 대선에서는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트럼프의 승리를 이끌었다. 전면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조직을 정비하고 대통령의 돌출 행동을 관리하는 스타일로 평가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와일스 실장에게 ‘얼음 아가씨’라는 별명을 붙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냉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별명으로, 국내 언론에서는 ‘얼음 공주’로도 소개해왔다.

그의 퇴진을 둘러싸고 지난해 공개된 인터뷰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와일스 실장은 2025년 12월 미국 월간지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두고 “알코올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고 표현했다.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으려 하고,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성향을 지녔다는 취지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며 와일스 실장에 대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와일스 실장은 2026년 초 초기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으며, 최근 치료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 문제에도 직무를 이어왔던 그는 이번 인사로 백악관 비서실장직을 내려놓게 됐다.

후임으로 지명된 밀러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과 행정권 확대를 주도해온 인물이다. 중간선거 패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온건한 정책 전환보다 기존 기조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1기 때는 4년 동안 비서실장이 네 차례 바뀌었지만, 와일스 실장은 그보다 오래 자리를 지켰다. 이번 교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권력 중심이 다시 강경파 쪽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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