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일자리를 얼마나 빼앗는가…먼저 흔들리는 ‘청년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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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뉴스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테크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해고한다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인간보다 똑똑해진 생성형 AI를 써보면 자료수집이나 분석, 보고서 작성,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사람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된 듯하다. 게다가 AI 덕분에 로봇까지 더 똑똑해지면, 미래의 실업 문제가 정말 심각해지지 않을까?
AI가 실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먼저, 이런 뉴스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증거는 희박하다. 미국의 싱크탱크 경제혁신그룹(Economic Innovation Group)의 최근 보고서는 미국 노동자들을 AI 노출도에 따라 여러 집단으로 나눠 실업률의 변화를 살폈다. 분석 결과, AI 노출도가 높은 집단의 실업률이 전반적으로 더 낮았고, 노출도 정도에 따라 실업률 변화의 차이도 없었다. 2022년 말 챗지피티가 출시된 뒤에도 노출도가 높은 집단의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지 않았다.

노동시장을 떠나 비경제활동인구가 되거나 일자리를 바꾸는 경우도 AI 노출도에 따른 차이가 없었다. 산업별 고용과 청년, 최근 졸업자의 데이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일대학교의 버짓랩 연구도 AI 사용이 직업구조나 실업에 미친 변화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4월 골드만삭스 보고서도 산업별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실업이나 고용변화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이 없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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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말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의 기업들에 대한 서베이에 기초한 다른 연구를 보면, 생성형 AI 출시 이후 지난 3년간 약 90%의 기업들이 AI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앞으로 3년은 미미한 고용감소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 대답하지만 여전히 전반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대답이 다수였다. 오히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는 AI 관련 투자 증가, 특히 데이터센터의 건설 붐으로 관련 일자리가 오히려 늘었다고 보고한다. 전기기술자 등 AI 투자가 만든 일자리는 약 100만 개로, AI 때문에 정리해고된 약 20만 개보다 훨씬 많아, 지금은 ‘AI 일자리 호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AI 발전과 함께 2023~2025년까지 고객서비스나 회계보조원 일자리는 줄었지만, 데이터 과학자나 법률보조원 등의 전문직 일자리는 증가했다.
올해 7월 발표된 연방준비제도의 한 보고서도 청년실업률이나 노동시장 참가율 등을 볼 때 노동시장 전반에 AI가 미치는 영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이 보고에 따르면 AI를 많이 사용하는 정보산업에서 2025년 이후 정리해고가 상대적으로 많이 늘었고, 채용공고는 더 줄었다. 8월에 발표된 또다른 연준의 보고는 2023년 이후 미국에서 AI에 더 많이 노출된 직업을 가졌던 실업자가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노동시장 전체적으로는 AI로 인한 실업의 충격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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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
그러나 적어도 청년들의 고용은 AI의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가 확산되면서 초급(junior) 직원인 청년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는 연구들이 속속 발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스탠포드대의 브린욜프슨 교수는 “탄광 속 카나리아?”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ADP의 방대한 급여 데이터를 분석해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청년 고용이 크게 감소한 반면 경력이 많은 시니어 직원들의 일자리는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경우 2022년 10월 이후 약 18개월 동안 22~24살 집단의 일자리는 약 20% 감소했지만, 30살 이상 집단의 일자리는 계속 증가했다. 링크드인의 수천만 개의 자기소개서 데이터를 분석한 다른 연구도 AI 확산 이후 초급 직원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줄었으며, 이는 주로 신규채용 감소 때문이라고 보고한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도 비슷한 결과를 제시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자료를 분석해 생성형 AI가 확산된 이후 약 3년간 20대 청년 집단만 AI 노출도가 높을수록 고용감소가 뚜렷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청년층 일자리가 21.1만개 줄었는데 그 중 약 99%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발생했다. 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출판업, 전문 서비스업 등을 포함하는데 이런 업종에서도 30대 이상의 일자리는 계속 증가했다. 즉 국내 노동시장에서도 AI 노출도가 큰 업종에서 ‘연공편향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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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발전이 특히 청년 고용에 큰 충격을 주는 이유는 AI가 주로 이들이 담당하는 자료수집이나 보고서 작성 등 정형화된 지식노동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특히 AI는 고학력 노동자들의 직무를 더 많이 대체하고 업무시간을 감소시켜 이들에게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반면 경력이 오랜 시니어 직원들은 업무의 맥락 이해, 조직 관리 등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암묵적 지식과 사회적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적극적인 AI 사용이 이들의 업무에 오히려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2026년 9월 현재 청년고용률이 전년동기대비 26개월째 하락하고 있는 등 청년고용 문제가 심각한 현실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AI가 특히 청년의 일자리를 줄이는 이유는 관세나, 전쟁, 그리고 인플레이션 같은 불확실성에 대해 경험이 많은 직원들을 채용하려는 기업들의 대응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즈의 기사는 최근 기업들이 AI 사용에 적응하면서 초급 고용이 단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AI를 잘 활용하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나 인사관리 등 복잡한 내용으로 업무 성격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한다. 브린욜프슨 교수의 연구도 AI가 노동을 보완하고 증진하는 직업에서는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일자리가 많이 증가했다고 보고한다. 기업 데이터를 사용한 한 최근 연구는 AI 지출을 많이 한 기업들이 이후 고용을 더 많이 증가시켰고, 청년층 초급 직원도 더 많이 고용했다고 보고한다. 그렇다면 AI로 인한 청년 고용 악화 문제도 좀 더 두고 볼 일일 지도 모른다.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들이 AI를 잘 활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과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미래에는 대량실업을 낳지 않을까?
AI가 현재까지는 청년층 고용에 제한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래는 완전히 다르지 않을까. 실제로 AI의 대부 힌턴 교수는 AI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해 조만간 대량실업이 발생할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이러한 시각에 기초해, AI 퓨처스 그룹(AI Futures Group)의 AI 2040 보고서는 2030년 이후 AI가 사무직 노동을, 로봇이 생산직 노동을 매우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 기관에 따르면 전체 노동에서 AI와 로봇의 몫이 경제적 가치를 고려할 때 2032년 최대 20%에서 2035년 최대 85%까지, 실제 노동만 고려하면 최대 95%까지 급속도로 높아질 전망이다. 저자들은 이와 함께 경제성장률도 크게 뛰어, 2032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또한 이런 시대가 오면 정부가 로봇과 컴퓨팅 자원의 사용허가권(permit)을 기업에 주는 대신 엄청난 수입을 올려 그로부터 시민들이 시민배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이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으로, AI 시대에는 일자리가 없어져도 모두가 기본 고소득을 받을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과도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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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30년대 초에 이렇게 급속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전망은 아무래도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역사를 돌아보면 자동화 기술이 발전해 일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경제 전체의 대량실업은 나타나지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나 컴퓨터, 산업용 로봇의 도입 이후에도 계속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메사추세츠공대(MIT)의 오터 교수에 따르면, 로봇과 자동화로 일자리가 대규모로 사라지는 소위 ‘로보칼립스(Robocalipse)’의 우려가 언제나 제기됐지만 현실이 되지는 않았다. 자동화가 일자리의 대체(displacement)를 가져오지만, 동시에 생산성과 소득을 증가시켜 노동에 대한 수요를 높일 수 있고, 자동화 기술이 노동이 필요한 새로운 직무를 만들어내는 복원(reinstatement) 효과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와 같은 기술은 일부 일자리를 없애지만 그것을 사용하거나 개발하는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유명한 벤처캐피털 앤드리슨호로위츠(a16z)의 보고는 AI로 인한 일자리 종말론이 완전히 환상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종말론은 수행해야 할 노동의 양이 정해져 있어서 노동자와 AI가 ‘제로섬 경쟁’을 벌인다는 잘못된 생각에 기초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농업의 기계화로 농민은 엄청나게 줄어들었고 전기화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경제가 재조직되고 새로운 일자리들이 더 많이 생겨났다. 엑셀의 도입으로 단순한 회계보조원 일자리는 줄어들었지만 회계사와 금융분석가 일자리는 크게 증가했고, 소득 증가와 함께 네일 살롱과 같은 온갖 새로운 서비스업 일자리들이 생겨났다. 실제로 오터 교수의 연구가 보여주듯 2018년 현재 전체 일자리의 약 60%가 1940년에는 없었던 새로운 일자리였다.

AI의 경우도 고객서비스나 보험사무원과 같은 일자리를 없애겠지만, 교육행정이나 경영의 의사결정 같은 일자리는 AI 사용으로 이득을 얻어 더 늘어날 수 있다. 나아가 이 보고는 AI와 관련된 새로운 지식노동 일자리의 확대가 지금 막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한다. 결국 필자는 역사가 그랬듯 미래에도 AI의 발전과 함께 오랫동안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미래는 과거와 다를 수 있고, AI가 극단적으로 발전한다면 상상할 수 있는 인간의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시대가 온다 해도, 그것은 아마 아주 먼 미래가 아닐까.
지금까지 AI가 현재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지, 앞으로 대량실업을 불러올지 이런저런 연구 결과를 살펴보았다. 경제학 연구들은 보여주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언제나 사람의 일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대책 없이 일자리를 없애버린다면 사회적인 저항이 일 것이고, 이는 정책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져 기술변화의 효과와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량실업을 걱정하는 대신, 단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수요를 증가시키는 친노동적인 AI를 발전시키는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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